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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IT선빵!] ‘한국판 애플’, 지금은…“손선풍기 만들어요”
2000년대 초 세계 MP3 시장 2위 '아이리버'
애플의 '아이팟', '아이튠즈'에 밀려 사라져
SKT에 인수된 후 사업확장
휴대용선풍기·무선응원봉 등 제품군 다양화
[그래픽=김민지 기자/jakmeen@]

[헤럴드경제=김민지 기자] “애플을 씹어버리겠다.”

2000년대 초반 '한국판 애플'로 불렸던 회사가 있다. 뉴욕에 "애플을 씹어버리겠다"는 광고를 내걸며 세계 MP3 플레이어 시장 2위까지 올랐다. 바로 추억의 '아이리버'다. 목걸이형, 삼각기둥 모양 등 독특한 디자인과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 시대를 풍미했다.

그랬던 아이리버가 지금은 휴대용 선풍기를 만들고 있다. 심지어 아이돌 팬들을 위한 무선 응원봉도 'Made by 아이리버'다. 애플의 '아이팟'과 스마트폰에 밀려 자취를 감췄지만, 여전히 MP3 플레이어도 출시하고 있다.

“MP3 아직 있어요!”…명맥만 유지

약 10년전만해도 MP3 플레이어는 모두의 필수품이었다. 2009년 국내 MP3 플레이어 보유율은 83.3%로 소비자 10명 중 8명이 MP3를 갖고 있을 정도였다. 그러나 2017년 스마트폰에 밀려, 보유율이 2.3%까지 떨어지면서 지금은 '희귀한' 기기가 됐다.

아이리버는 지금도 MP3 플레이어를 생산하고 있다. 최근 MP3 신제품 'T70 시즌2'를 내놨다. 지난 2015년 전작인 'T70'이 나온지 4년만이다.

아이리버는 E700, T70 등 총 3가지 모델의 보급형 MP3를 판매하고 있다. 사양산업으로 불리지만 수요도 꾸준하다. 판매량은 2016년 2만7000대, 2017년 3만대 수준이었다. 현재도 비슷할 것으로 추정된다.

아이리버의 MP3 플레이어는 한때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2000년대 초반, 독창적 디자인과 기술력으로 세계 MP3 플레이어 시장 2위까지 올랐다. 당시 애플과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였다. 국내 시장 점유율 70%, 세계 시장 점유율 25%라는 엄청난 기록을 세웠다.

애플 MP3 플레이어 '아이팟'

한 시대를 풍미했던 아이리버는 2000년대 중반부터 애플 아이팟에 밀려 하락세를 걷기 시작한다. 애플이 디지털 음원 플랫폼 '아이튠즈'를 바탕으로 MP3 플레이어 '아이팟'과 스마트폰 '아이폰'을 출시하면서 아이리버는 몰락하기 시작했다.

합법적인 음반 거래를 지향하는 아이튠즈 플랫폼은 당시 불법 다운로드가 만연했던 음반 시장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이후 불법 음원 다운로드가 사라지고 음악을 실시간으로 재생해 듣는 '스트리밍 시대'가 도래하면서 아이리버는 우리 일상에서 자취를 감췄다.

“손선풍기· 무선 응원봉 만들어요”

경영난을 겪던 아이리버는 지난 2014년 SK텔레콤에 인수됐다. 이후 지난해 기존 디바이스 사업을 넘어 콘텐츠 플랫폼 분야까지 사업을 확장하기 위해 '드림어스컴퍼니'로 사명을 변경했다. MP3 플레이어 제조만으론 미래 경쟁력을 갖추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드림어스컴퍼니는 현재 SK텔레콤의 음원서비스 플로(FLO)를 운영하는 등 음원 및 음반 유통 사업도 하고 있다.

[그래픽=김민지 기자/jakmeen@]

다만, 디바이스 브랜드로서 '아이리버'는 그대로 유지됐다. MP3 생산 기술력을 바탕으로 다양한 영역으로 제품군을 넓혔다. 기존 오디오 제품부터 라이프 스타일 디바이스, 한류 관련 MD상품까지 각양각색이다. 지난해 아이리버(현 드림어스컴퍼니)의 디바이스 부문 매출은 464억원으로 전체 매출의 23.5%를 차지한다.

라이프 스타일 디바이스도 효자 역할을 하고 있다. 아이리버의 휴대용 선풍기 '스톰'은 지난 2018년 50만대가 판매됐다. MP3 플레이어의 명맥을 휴대용 선풍기가 이어오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외에도 스마트체중계, 칫솔살균기 등도 판매하고 있다.

SK 관계사들의 ICT(정보통신기술) 디바이스도 위탁 생산한다. SK텔레콤의 AI(인공지능) 스피커 '누구 미니(NUGU mini)', SK브로드밴드 AI 셋톱박스 등을 개발했으며, 사업 파트너로서 상품 기획 및 연구개발(R&D) 허브로서의 역량을 강화 중이다.

음원서비스를 운영한다는 점을 이용, 케이팝 팬을 겨냥한 소위 '덕질 아이템'도 만든다. '덕질'이란, 연예인 등 자신이 좋아하는 콘텐츠에 애정을 쏟으며 소비하는 활동을 일컫는다. SM엔터테인먼트와 협력 관계를 구축해 휴대용 마이크, 무선 응원봉 등 특화제품을 제조하고 기획·판매까지 진행한다.

jakmee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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