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무부가 매년 발간하는 비확산 이행 보고서에서 북한이 핵물질 생산을 계속하고 있다며 그간 긍정적으로 평가해온 부분을 모두 삭제했다. 대북 제재에 대해 ‘최대 압박’을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경색된 북미 관계 속에서 대북 제재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국무부는 23일(현지시간) 의회에 제출한 ‘2020 군비통제ㆍ비확산ㆍ군축 합의 이행 보고서’에서 지난 1년간 북한의 핵 활동에 대해 “미확인 핵시설이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특히 보고서는 “2019년 내내 미국은 북한의 핵무기 프로그램과 계속된 핵물질 생산에 대해 크게 우려하고 있다”고 했다.

사실상 북미 비핵화 협상이 이어지는 동안에도 북한 내부에서는 새로운 핵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었다는 뜻으로, 지난해 8월 발표된 국제원자력기구(IAEA) 보고서에서 북한 영변의 핵연료봉 제조공장에서 우라늄 농축 징후가 있다는 의견을 인용했다. 또 영변에 실험용 경수로 건설이 진행되고 있다는 IAEA 보고서를 인용하며 완공 시 핵물질 생산에 사용될 가능성을 언급했다.

이를 바탕으로 미 국무부는 북한 내에 확인되지 않은 추가 핵시설이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또 기존에 폐기한 풍계리 핵실험장 역시 원래 상태로 복구가 가능하다며 “북한이 다른 지역에 새로운 핵실험장을 건설할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반대로 지난해 보고서에서 핵실험 중단과 풍계리 폭파가 비핵화 약속 이행을 향해 추가 조치를 취할 의향이 있다는 긍정적 시사라고 했던 긍정 평가 부분은 올해 보고서에서 삭제됐다.

국무부는 보고서를 바탕으로 북한에 대한 ‘최대 압박’ 수준의 제재를 계속한다는 방침이다. 국무부는 “건설적 협상을 통해 북한에 관여할 준비가 돼 있다”면서도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FFVD)가 달성될 때까지 국제사회는 단결된 상태로 있을 것이다. 유엔과 미국의 제재는 그대로 유지되고 완전히 이행될 것”이라고 밝혔다.

오히려 “미국은 북한의 핵활동을 계속 면밀히 감시하고 있다”며 “북한의 FFVD는 미국의 최우선 목표로, 이를 향해 북한과 계속된 외교적 협상에 전념할 것”이라고 했다. 유오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