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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럴드시사] 여당도 다 계획이 있었구나?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는 국회 상임위원회 18개 위원장 자리 전부를 더불어민주당이 가져 가라고 말했다. 이것을 ‘양보’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이면 곤란하다. 지금 야당으로서는 다른 선택지가 없기 때문이다.

지금의 상황에서 통합당이 상임위 협상에 나설 경우 여당이 ‘던져주는’ 것을 받아먹는 모양새가 될 수밖에 없다. 그렇게 된다면 앞으로도 야당은 여당에 계속 끌려다닐 가능성이 커진다.

상황이 이렇게 된 근본적 이유는 민주당과 국회의장이 지난 15일 6개 상임위원장과 상임위원들을 ‘독자적’으로 선출 혹은 배치했기 때문이다.

만일 민주당이 ‘법사위원장은 야당 몫’이라는 관례를 따랐거나 좀 더 시간을 갖고 통합당과 협상을 했다면 지금 같은 볼썽사나운 모습은 보여주지 않았을 것이다. 볼썽사납다고 한 이유는 민주주의 국가 중 미국 등 몇몇을 제외하고는 국회 원 구성을 단독으로 하는 경우는 거의 없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양당제를 유지하면서도 의원 내각제를 하는 영국도 원 구성은 야당과 협의 하에 진행하며, 독일도 마찬가지다. 그런데도 여당이 미국 사례를 들면서 스스로 합리화하려 든다면 우리나라 정당들이 미국의 정당만큼 의원 개개인의 표결 자유와 자율성을 보장하고 있는지부터 설명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설득력은 반감될 수 밖에 없다.

현재 상황을 종합해보면 21대 국회는 극단적 대립으로 점철될 가능성이 아주 크다.

176석의 거대 여당이 원 구성부터 이런 식으로 하는 것으로 봐서는 다른 쟁점에 대해서도 수(數)로 밀어붙일 가능성이 농후하다. 그래도 야당이 이를 저지할 방법이 있다면 문제는 달라진다.

하지만 현재 야당이 저항하거나 여당을 견제할 수단은 없다. 법사위원장을 관례대로 통합당이 가져갔다면 그나마 여당의 독주를 막을 수 있었을 터인데 그런 ‘견제의 수단’마저 민주당이 가져가 버렸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통합당이 원내에서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고, 자신들의 주장을 관철하기란 매우 어렵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통합당은 여론에 의존하면서, 국회에서보다는 국회 밖에서 저항하는 방식을 택할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면 민주당은 이런 상황을 달가워할 수 있을까? 그렇지 않다. 국회의 모습이 ‘아름답지 못하게’ 되면 집권 여당으로서 책임론에 시달릴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여당이 상임위원장 18개를 독식했다는 것이 외신에 보도될 경우 외국도 이런 현상을 긍정적으로 바라보지 않을 확률이 높아, 민주주의 수호자를 자처하는 여당의 이미지도 타격을 받을 수 있다.

또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적지 않은 수의 국민이 통합당을 일종의 ‘피해자’로 볼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우리나라 유권자들은 약자에 대해 동정하고, 피해자에 힘을 실어 주려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이다.

만일 통합당이 이런 피해자 이미지를 유권자들에게 각인시킨다면 민주당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경제 상황이 앞으로 얼마나 더 나빠질지도 모르고, 북한으로부터의 위협이 어느 정도 심각하게 전개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민주당은 혼자 모든 책임을 지게 될 지도 모른다. 이는 민주당에게 상당한 부담이 될 수 있다.

결론적으로 상임위원장 독식과 국회의 독단적 운영은 지금 당장은 민주당에 장점과 ‘편리함’을 가져다줄 수 있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오히려 득보다는 실이 많아질 수 있다.

지금 우리는 분명히 위기에 직면해 있다. 그럴수록 단합된 국민의 힘이 필요하다.

그런데 정치판은 오히려 분열을 초래하고 있다. 이는 위기 극복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여당도 다 계획이 있었구나!”라고 말할 수 있을지 의문인 이유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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