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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천공항 ‘생색내기’ 정규직 전환…정규직·비정규직 분통
정규직 “노동자 간 합의조차 없어”
취준생 “공채입사 노력하면 바보”
22일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에서 보안검색 노동자 정규직화 관련 브리핑을 마친 구본환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이 브리핑실을 나와 엘리베이터로 이동하던 중 직원들의 거센 항의를 받고 있다. [연합]

인천국제공항공사가 보안검색요원을 직접 고용하기로 하면서 인천국제공항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는 마무리 수순이지만 정규직·비정규직·취업준비생은 각자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노사 간 충분한 합의 없이 일방적으로 결정된 전환 방식에 대해 ‘공정성’ 논란이 일고 있기 때문이다.

23일 인천공항 재직자와 취준생에 따르면 비정규직 보안검색요원 정규직화에 따른 논란의 파장은 커지고 있다. 이날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공기업 비정규직의 정규화 그만해주십(시)오’라는 청원이 올라와 4만8000여명(오전 10시 기준)이 동의했다.

인천공항은 전날 정규직 전환을 요구했던 보안검색요원 1902명을 청원경찰 신분으로 직접 고용하기로 했다. 인천공항 외 전국 14개 공항이 속한 한국공항공사는 보안검색요원을 자회사로 고용했다.

인천공항 서류 발표를 기다리고 있는 정모(27) 씨는 “비정규직 노동자 1900명이 정규직으로 전환됐다는 뉴스를 보고 공부가 손에 안 잡혔다”며 “같은 회사에 들어가려고 종일 독서실에서 공부하고 기다리는 입장에서 심란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서울 도봉구에 거주하는 취준생 남모(24) 씨도 “인천공항은 서류 통과조차 힘든 곳”이라며 “대거 정규직 전환은 바늘구멍 같은 공채 통과하려 노력하는 사람 바보 만드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인천공항 정규직 노동자들은 노동자 간 합의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은 채 주먹구구식으로 정규직 전환이 진행되고 있다는 입장이다. 장기호 인천공항노조 위원장은 “2017년 이후 인천공항은 직접 고용되는 정규직은 공개경쟁, 자회사는 전환하는 식으로 채용이 이뤄져 왔다”며 “공정하고 투명한 공개채용이 담보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비정규직노동자 사이에서도 혼란이 있다”며 “정부나 공사의 일방적 발표가 아니라 노동자 간 합의가 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탈락자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공개경쟁 채용 방식 때문에 정부가 비정규직 노동자를 정규직으로 전환하기보다 단순히 공공부문 직접 고용 비율을 높이려는 의도 아니냐는 지적도 일각에서 나온다.

공인수 보안검색운영노조위원장은 “보안검색요원을 ‘청원경찰’ 신분으로 바꿔 법적 문제가 해소됐으니 직고용 절차를 따르라는 건 노동자 입장을 무시하는 것”이라며 “공개경쟁 채용 대상자 800여명 중 몇 명이 탈락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외부 인원이 합격해 들어온다면 인천공항에서 일했던 검색요원은 탈락해도 좋다는 건지 의문이 든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정규직·비정규직·취준생 모두 지적하는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에는 정부의 ‘보여주기식’ 전환을 문제로 지목했다. 이명진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정규직, 취준생, 인천공항 외 공공부문 사이의 공정성 문제가 제기될 수밖에 없다”며 “모든 사람이 정규직 일자리를 가질 수 없는 현실 속에서 고용유연성과 함께 ‘재진입’의 유연성을 함께 논의하는 등 현실적인 접근을 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반복되는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 ‘공정성’ 논란을 해결하기 위해 직무 간 차이를 이해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노광표 한국노동사회연구소장은 “한 기업에 다양한 직무가 있는데 그동안 핵심 업무 외의 일을 외주화하다 직고용을 하면서 같은 절차를 거치지 않은 데 대한 문제 제기”라며 “차라리 직무평가로 부적격자를 탈락시키면 합당하겠지만 직무와 전혀 상관없는 시험을 진행하면 반발이 나올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주소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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