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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문도 안보고 판결 오류 대법원… ‘전합’ 안거치고 실수 덮어
군형법은 피해자 의사 무관 폭행 처벌 가능한데…“처벌 불가” 판결
현행법상 판결 오류는 ‘전합’ 회부해야 하지만 소부에서 시정
법원 내부에서도 “망신 덮으려던 것” 지적 나와
대법원 [연합]

[헤럴드경제=김진원 기자] 대법원이 명백히 잘못된 판결을 하고도, 법에서 정한 절차에 따라 전원합의체에 회부하지 않고 대법관 4명이 심리하는 ‘소부’에서 바로잡은 사실이 확인됐다. 실수를 외부에 알리지 않기 위한 조치라는 지적이 나온다.

18일 헤럴드경제의 취재를 종합하면, 대법원 1부(주심 박정화 대법관)는 부사관을 폭행한 혐의(강요 및 폭행)로 기소된 육군 대대장 A씨 사건 재상고심에서 벌금 2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대법원은 지난 5월에는 검찰이 A씨를 기소할 수 없다고 보고 고등군사법원에 사건을 다시 심리하라고 돌려보냈다. 대법원이 내린 결론을 스스로 뒤집은 셈이다.

이런 일이 발생한 이유는 군형법 조항을 제대로 살펴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법원은 A씨를 처벌할 수 없다고 판결하면서 폭행죄가 반의사불벌죄라는 점을 근거로 삼았다. 형법상 폭행죄는 피해자가 처벌을 원치 않으면 기소할 수 없다. 하지만 군형법은 군사시설에서 군인을 폭행한 경우에는 피해자 의사와 무관하게 처벌이 가능하다는 예외적 조항을 두고 있다. 대법원이 법 조문도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판결한 것이다.

법원조직법상 항소심 재판부는 대법원 판결 취지에 따라야 했지만, 고등군사법원은 이 결론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명백한 오류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결국은 고등군사법원은 “군형법에서 정하고 있는 폭행죄, 협박죄의 특례를 간과한 것이 너무나 명백하다”고 지적하며 다시 유죄 판결했고, A씨는 또다시 대법원 판단을 구하는 절차를 거쳐야 했다.

문제는 대법원이 이후 판결 오류를 바로잡는 과정에서 대법원장과 대법관 12명이 참여하는 전원합의체에 회부하지 않고, 대법관 4명이 심리하는 소부에서 유죄 판결이 맞다는 결론을 확정했다는 점이다. 법원조직법 제7조는 ‘종전에 대법원에서 판시한 법률의 해석 적용에 관한 의견을 변경할 경우’에는 소부가 아닌 전원합의체에서 선고하도록 정한다. 전원합의체는 중요 사건을 다루기 때문에 사건 목록이 공개되고, 언론의 주목을 받는다.

대법원 재판 구조를 잘 아는 전문가들은 대법관끼리 동료의 잘못을 덮어준 것이 아니냐고 지적한다. 첫번째 잘못된 판결 주심은 노정희 대법관이었고, 두번째 바로잡은 판결은 박정화 대법관이 주심을 맡았다.

대법원 재판연구관 출신 변호사는 “대법원의 판결이 잘못돼 파기한다면 전원합의체에 올려야 하는게 법원조직법에 나와 있다. 그런데 전원합의체에 회부 안 한 이유는 먼저 했던 판결이 잘못한 것을 시인해야 하니까 망신스러워서 대법원에서 얼버무린 것”이라고 했다. 대법원 재판연구관 경력이 많은 한 법원장급 판사는 "잘못한 게 너무나 명백해서 전원합의체에 회부 안 하고 은근슬쩍 덮었다고 봐야 한다. 이 경우에는 ‘대법관이 잘못해서 바로 잡는다’ 외에는 판결문에 쓸 말도 없다"고 했다.

이에 대해 대법원 관계자는 “전원합의체에 반드시 회부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여러 학설이 대립한다. 이 사건의 경우 당초 공소장에는 군사지역이 불명확했고, 이후 판결문에서 각주를 통해 군사지역이라는 것이 명확해졌다. 내부적으로 충분한 논의를 거쳤고 전원합의체에 회부할 사안은 아니라고 판단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대법원은 과거에도 법이 정한 한도를 초과한 부동산 중개수수료를 돌려받을 수 있는지에 관해 상반되는 판결을 내놓았다가 바로잡은 적이 있다. 대법원은 처음에는 돌려받을 수 없다고 판결했다가, 나중에는 돌려받을 수 있다는 정 반대의 판결을 내놓았다. 대법원 심리 과정에서 먼저 판결을 검토하지 않은 실수였는데, 2007년 대법원은 이 오류를 바로잡기 위해 사건을 전원합의체에 회부해 중개수수료를 돌려받을 수 있다고 본 쪽이 맞다고 결론냈다.

jin1@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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