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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태안 트레킹’ 마음 비우고가 아닌, 그냥 마음 없이…
고운모래·기암괴석…백년해로 리웨딩 촬영지로 인기
궁시도행 유람선 호위하는 수천마리 괭이 갈매기
1만6000여종 다양한 생물이 공생하는 천리포수목원
서해의 동해 황포·대야도·안면암·연포 일출 명소
바람아래해변·노을에 빠진 방풍림 ‘인생샷 포토존’
바람아래 해변
청산수목원 홍가시 나무
태안 최남단 운여해수욕장에 질서있게 도열한 방풍림
태안 백사장항 근처 폐선. 무슨 꿈을 품고, 무엇을 싣고 나르던 배인지 궁금증을 낳는다. 아직 밝혀진 것은 없다

서해 중부의 크고 길다랗게 드리워진 반도 태안(泰安)은 ‘크게 편안해지는 곳’이라는 뜻이다. 누가 와도 만족하는 ‘건강 야외 여행’의 뷔페라 할 만 하다.

바다-서풍과 사구-배후습지-수목원과 산 휴양림 4단계 변화무쌍한 식생 속에 ▷동해 바다 같은 청정 해수를 가진 서해 해수욕장 30곳 ▷선사 유적 ▷자타공인 전국최고 육쪽마늘, 농어, 우럭, 꽃게, 고품질쌀, 송화소금 ▷가의도, 궁시도, 옹도 등 섬의 정취 ▷일리-십리-백리-천리-만리포까지 점층법으로 이어지는 똑딱선(보건선:긴급후송-수송용 선박) 희망 해변 등 열거할 것이 참 많다.

뜻있는 태안 젊은이들의 꿈을 이뤄주려고 똑딱선에 인천-서울까지 태워 주던 두툼한 인정도 좋다. 바닷길 험한 서해중부 해상의 중간기착지로 예로부터 교류가 많던 곳이고, 제주 해녀에게서 선진 어로를 배우며, 수원시, 동해시, 경남 고성군, 서울 서초구와 자매결연을 맺는 등 포용력도 좋다. 최근 북한산국립공원직원들이 태안사람들과 바닷길 단장을 함께 했다.

▶최고마늘, 기암괴석, 솔섬의 가의도=안흥항 말고 가의도 가는 배의 또다른 출발지 모항항은 어머니의 품처럼 둥그런 모양새이다. 요즘 캠핑 여행자들이 부쩍 늘어 수퍼에서 장작도 판다.

유람선이 가의도에 도착할 때까지 약 30여분 동안 죽도, 부엌도, 목개도, 정족도, 거북바위 등이 반긴다. 바다낚시터, 중년-노년 부부의 ‘백년해로 리웨딩’ 촬영지롤 서서히 명성을 더해가는 가의도의 메인빌리지 굿두말은 암소품에 안긴 듯 편안한 구릉지에 형형색색 착상해 있다. 누가 봐도 실하다는 느낌의 육쪽마늘이 장하게 뿌리내린 이 섬은 한국 최고 마늘의 종구(種球)를 빚어낸다.

고개넘어 남쪽 선착장에 이르면 이 섬의 해상 랜드마크 솔섬이 반긴다. 멀리 조선백자가 누워 반쯤 물에 잠긴 듯한 옹기섬이 앵글 미학에 가세한다. 섬 동쪽 신장벌 해수욕장에는 백사장 고운모래 만큼이나 유명한 사자바위, 독립문바위(아기 업은 코끼리바위) 등 기암괴석이 많다.

▶갈매기 신도시 궁시도, 수천마리 환영식=가의도에서 옹도, 흑도를 지나 궁시도로 향하는 길은 본토와 멀어지니 섬들이 많지 않고, 무역선, 유조선이 많이 보인다. 사고 내지 말고 안전운항하라고 경고하는 듯, 갈매기들의 동반 쾌속비행하는 모습이 눈에 띈다.

유람선이 궁시도에 접근하면 푸른 창공을 가득 메운 수천마리 갈매기들이 흥분한다. 태어난 곳으로 반드시 돌아와 후손을 낳고 부모 공동육아 하는 괭이 갈매기들은 사람들이 잠시 하선한 뒤 섬을 감상할 때엔 자숙하는 듯 하지만, 도착할 때와 떠날때엔 빅 세레모니의 아우성을 친다. 잊을 수 없는 추억이다.

▶ ‘태안형’ 생태, 천리포수목원= 태안에 수목원이 많은 것은 파란만장한 태안 식생이 빚어낸 생물다양성 때문이다. ‘푸른 눈의 한국인’ 고(故) 민병갈(미국명 칼 페리스 밀러)씨는 50년전부터 습지 반, 모래 반 천리포 수목원의 척박한 땅에 씨를 뿌리고, 울릉도 등 다른 지역에만 살던 희귀종까지 데려와 정성을 기울인 끝에 ‘태안형 생태계’ 천리포수목원을 완성했다. 노루오줌, 헐떡이풀, 섬노루귀, 복수초, 초령목, 마취목, 완도 호랑가시나무, 울릉도 후박나무 등 희귀종을 포함한 이 수목원의 1만6000여종 가족들에게 ‘Taean’ 학명을 붙여주고 싶다.

20대에 와선 이제 서른이 넘은 최수진 팀장은 여전히 신난다고 한다. “삼촌뻘 수목도 있고, 내가 직접 가꾼 아이들도 있는데, 매일 매일 다른 자연을 보면 지루할 틈이 없고, 자연과 교감하며 걷는 일은 최고의 행복이 됐다”면서 마치 60대 섬진강 김용택 시인처럼 말한다.

재해로 반쪽을 잃은 장애인 나무가 강한 생명력으로 버티고 있는 가운데, 쓰러져간 나무는 푹신한 보행의 안내자, 벤치 쉼터로 다시 태어났다

▶봄 홍가시, 가을 팜마스 핑클뮬리, 청산수목원= 태안군 한복판 남면 신장리에 있는 청산수목원은 6월까지 홍가시나무, 가을엔 팜파스글라스와 핑크뮬리로 환상적인 풍경을 연출한다. 6월초 어느날, 몇몇 연예인들이 황금메타세쿼이아, 홍가시나무 가득한 이 수목원 삼족오미로공원에서 예능촬영하는 모습도 보인다.

고갱의 정원, 황금삼나무의 길, ‘만종’, ‘이삭줍기’, ‘양치기소녀’ 등 그림을 입체조형물로 형상화한 밀레의 정원 등 곳곳에 심미안과 창의성을 부여했다.

기와지붕만 땅위에 있는 청산수목원의 설치미술을 보면 순식간에 반성과 다짐의 감정으로 뒤범벅되며 마음이 서늘해 진다. 제목은 흥망성쇠 역사의 교훈 감계(鑑戒)이다.

고남면에 있던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 북한마을 세트장은 현재 철거했지만, 리정혁이 자전거를 타던 풍경을 촬영한 남면의 둑방길은 청산수목원에서 멀지 않다.

▶역사저널 오늘, 폐선의 사연은?= 걷기여행길로는 학암포를 시작으로 바라길, 소원길, 파도길, 솔모랫길, 천사길, 노을길, 샛별길, 바람길까지 이어진다.

노을길에 접어들기전 폐선 촬영은 필수다. 무슨 꿈을 품고, 무엇을 싣고 가던 배인지 궁금증을 낳는다. 이 배의 선원들도 부자가 되는 부품 꿈을 품었겠지. 그들은 어떤 사연을 품었고, 이 배는 왜 여기에 고독하게 서 있을까. 폐선 옆에 서면, 여성 여행자들은 좀 더 아름답게 나오고, 남성은 다소 초췌해 보이게 나오는데, 그 이유를 모르겠다. 호기심이 커지기에 여운이 긴 역사유적이다.

해안 동식물의 보고가 된 기지포 해안사구에서부터 천연기념물 138호인 방포 모감주나무 군락지, 꽃지 까지 생태 여행이 이어진다.

▶고남 풀등과 솔숲, 럭셔리 호피무늬 도마뱀=바람길은 황포항에서 바람아래해변, 고남패총박물관을 거쳐 영목항까지 이어지는 걷기 여행 길이다. 바람아래 해변은 물때에 따라 바다 건너 바다가 또 있는 풀등의 조화가 신비롭다. 썰물 때 땅속으로 들어간뒤 물방울을 뿜어내는 ‘게’구멍에서 생명력이 느껴진다.

육지에 갇힌 바다를 낀 장곡리엔 바둑판처럼 반듯하게 조성된 염전과 소금더미가 장관을 이룬다. 그 서쪽의 운여해변의 모래는 규사성분이 많아 빛났다. 이곳 방풍림은 군대처럼 질서있게 도열해 있다. 안면도 부교와 부상탑, 꽃지 처럼 인생샷 포인트이다.

바람아래는 마치 사막과 같은 모래언덕 아래로 바람도 비켜간다고 하여 지어진 이름으로, 이곳은 멸종 위기종 2급인 ‘표범장지뱀’이 서식하여 특별보호구역으로 관리되고 있다. 태안 생태의 프랜차이즈-플래그쉽 스타, 깃대종인 이유는 도마뱀이 표범의 옷을 입고 있기 때문이다.

▶태안의 동해…연포, 황포 일출명소도 즐비=최남단에서 돌아오르면 서해의 동해(태안 동쪽 바다) 황포, 대야도, 안면암을 만나는데, 일출 풍경이 기가 막히다. 태안의 또다른 동해 근흥반도의 연포에선 일출축제도 열린다. 뜨는 해 사이로 섬이 있으니, 간절곳, 호미곶, 추암촛대바위, 하조대가 부럽지 않다.

무슨 덕을 그리 쌓았길래, 신의 선물을 가장 많이 받은 태안은 편안한 섬, 이전에 행운의 섬인 듯 하다.

※알림: 폐선의 정체가 드러나지 않아 무엇을 싣고가다 침몰 혹은 인양된 배인지 확인하기 어렵다는 태안 전문가의 연락이 왔기에 이를 수정합니다.

함영훈 여행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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