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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 대사관의 ‘인종차별 반대’ 배너 두고 ‘잡음’
게시 이틀 만에 철거…”정치적 의견 자제 지시”
“트럼프ᆞ폼페이오, 주한대사관 배너에 불만”
주한미군도 “영외 인종차별 반대 집회 금지”
주한미국대사관 건물 전면에 걸린 '흑인 목숨도 소중하다'(Black Lives Matter) 배너가 이틀 만에 철거됐다. 이를 두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불만을 가졌기 때문이라는 외신보도가 나오는 등 대사관 배너를 둘러싼 잡음이 이어지고 있다. 왼쪽 사진은 지난 14일 '흑인 목숨도 소중하다'(Black lives matter)' 현수막이 걸린 모습. 오른쪽 사진은 1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주한 미국대사관 외벽에 한국전쟁 70주년 관련 현수막이 걸려있는 모습. [연합]

[헤럴드경제=유오상 기자] 주한미국대사관이 건물에 내걸었던 ‘흑인의 목숨도 소중하다(Black Lives Matter)’ 배너가 게시 이틀 만에 철거되며 정치적 목소리를 두고 미국 내에서 잡음이 이어지고 있다. 그간 배너를 통해 정치적 목소리를 내온 대사관을 두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례적으로 불만을 나타내며 주한미군에 이어 대사관에도 정치적 의견 피력을 자제하라는 지시를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16일 한 미국 측 외교 소식통은 “주한대사관의 정치적 의견 피력에 대해 재고가 필요하다는 내용의 의견이 미 국무부 차원에서 전달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앞서 주한미군이 본국의 지시에 따라 개별 주한미군의 정치적 의견 표출과 주재국 내 인종차별 금지 시위 참여를 금지한 것과 같은 맥락”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미 대사관은 지난 13일 대사관 외벽에 흑인 인종차별에 반대하는 내용의 대형 배너를 게시하며 “주한미국대사관은 미국민들과 비통함을 함께 나누고 있으며 긍정적인 변화를 위한 평화로운 시위를 지지한다. 대사관에 설치된 배너는 인종 차별과 경찰 만행에 대한 항의이며 더욱더 포용력 있고 정당한 사회를 향한 우리의 의지를 보여준다”고 언급했다.

그러나 대사관이 설치한 배너가 게시 이틀 만에 철거됐다. 현재 대사관은 인종차별 반대 배너 대신 한국전쟁 70주년 기념 배너를 걸어 놓은 상태다. 로이터통신은 “트럼프 대통령과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부 장관이 이를 못마땅하게 여긴 탓”이라고 보도했다. 윌리엄 콜먼 대사관 대변인은 이에 대해 “대사의 의도는 특정 기관을 지지하거나 기부를 권하려던 것이 아니었다”며 “미국 납세자들의 세금이 그런 기관에 이익이 되도록 사용된다는 오해를 피하기 위해서 해리스 대사가 배너 철거를 지시했다”고 설명했다.

미 대사관은 주요 기념일 때마다 관련 내용의 배너를 게시하며 정치적 의견을 개진해왔다. 지난 1일에는 “만인의 기본적인 자유와 인권을 기념한다”며 무지개 무늬 배너를 게시했고, 2017년에는 평창 올림픽 개막을 앞두고 기념 현수막을 직접 게시하기도 했다. 2016년 촛불 집회 때는 카운트다운에 맞춰 대사관 내 모든 조명을 꺼 논란이 되기도 했다. 당시 미 대사관은 “관련 입장이 없다”면서도 “미국은 한국의 평화 시위를 지지한다”고 언급했다.

그러나 최근 미국 경찰의 과잉진압으로 인한 흑인 사망이 이어지며 촉발된 인종차별 반대 시위를 두고 미 정부의 정치적 의견 공개에 대한 통제는 더 심해지는 모양새다. 앞서 주한미군 사령부는 “미국 시민은 헌법이 보장한 자유와 권리를 누리지만, 군인은 일부 제한이 있다. 미군은 외국에서 기지 밖 시위에 참여할 수 없다”며 장병들에게 정치 활동을 자제할 것을 당부했다. 지난 15일에는 백인 우월주의를 상징하는 남부 연합기 사용을 전면 금지하는 내용의 명령도 내렸다.

외교 소식통은 “일부 구성원들의 반발과 문의가 이어지자 주한미군이 지난 9일 인종차별 반대 시위 참가에 관한 세부 규정을 안내했다”며 “특히 영내가 아닌 주한미국대사관 앞에서 벌어지는 인종차별 반대 시위에 참석해선 안 된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했다.

osy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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