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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병기 연예톡톡]‘화양연화’ 사랑과 올바름을 함께 생각하게 한 드라마

[헤럴드경제 = 서병기 선임기자] tvN 주말드라마 ‘화양연화 - 삶이 꽃이 되는 순간’이 14일 유지태, 이보영이 현실의 벽을 뛰어넘어 오랜 사랑을 약속하는 해피엔딩으로 막을 내렸다.

‘감성멜로’, ‘시대멜로’쯤으로 표현될만한 이 드라마는 다소 신파성을 지녔지만, 두 남녀가 우리의 현대사라 할만한 시대적 아픔이 묻어있는 온갖 힘든 과정을 뚫고 정의롭게 살아가며 결국 결합하는 장면은 감동을 주기에 충분했다.

이 드라마를 놓고 불륜미화라거나, 결국 유지태와 이보영만 행복해지는 이야기라고 보기도 한다. 내용 전개 면에서 그렇게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이상윤·김하늘 주연의 ‘공항 가는 길’도 그렇게 보면 불륜드라마가 된다.

‘화양연화’는 대학에서 데모를 하다 만난 두 남녀의 인생 이야기를 담았다. 삼풍백화점이 무너지기 몇 해전인 1991년 봄 대학 새내기인 한재현(박진영)과 여고생 윤지수(전소니)가 처음 만난다. 첫 거리투쟁에 나서 경찰에 쫓기던 한재현을 윤지수 학생이 숨겨준 게 첫번째 인연이다.

윤지수가 한재현이 다니던 대학에 입학해 신입생이 되고, 데모대의 선봉에 선 재현 선배의 정의감에 반해 서로 사랑하게 된 게 두번째 인연이다. 물론 이렇게 인연을 나눈 것은 이들의 운명적인 사랑을 표현하기 위한 단초다.

이들의 인연은 아픔, 고난, 상처들로 점철된 세월이다. 시대는 이들이 결합하는 걸 허용하지 않았다. 세월이 흘러 로펌 변호사였던 남편의 적극적인 구애로 결혼하지만 이혼하고 어린 아들과 살고 있는 윤지수(이보영)와 재벌가 형성그룹 딸과 결혼해 대학 시절 신념과는 전혀 다른 세계에서 살고 있는 한재현(유지태)이 재회했다. 이혼녀와 유부남의 만남은 불륜의 외피를 두르게 된다.

하지만 ‘화양연화’는 이 둘의 멜로를 단순 감성이 아니라 인간이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 하는 신념의 사랑으로 승화시켰다. 대학시절 첫사랑이 중년이 되어 어느날 재회해 뜨거워진 게 아니다.

노동자에 대한 구조조정을 단행하며 냉정한 기업가가 된 재현은 이미 껍데기뿐인 결혼생활을 하고 있었다. 물론 재현은 결국 이혼을 해주는 아내 장서경(박시연)이 “(그렇게 첫사랑을 잊지 못하면서) 왜 나와 결혼했어”라고 묻자, “사랑도 노력하면 될 줄 알았다. 사랑도 잃고, 신념도 잃고, 스스로 지옥에 밀어넣은 것처럼 행복하면 안되는 사람처럼 살았는데, 당신이 위안이 됐어”라는 말하는 것은 이기적일 수 있다.

그럼에도 재현은 대학때와는 너무 다르게, 너무 멀리 와버린 자신을 스스로 담금질했다. 그 담금질의 촉매자가 된 것은 조금도 변하지 않고 약자의 편에 서 여전히 정의롭게 살고 있는 지수와의 재회다. 그렇다보니 재현과 지수는 경제력과 상관없이 힘들게 살 수밖에 없었다. 둘은 고난의 세월을 견디어 온 것이다. 특히 가족사와 직장사에서 모진 풍파를 겪었던 지수는 “꽃처럼 예쁜 순간들로 견딜 수 있었다”고 했다.

최종회 말미, 나란히 길을 걷는 현재와 과거의 한재현, 윤지수가 이야기를 나누며 교차되는 엔딩 장면의 메시지는 긴 여운을 남겼다.

“누구에게나 저마다의 화양연화가 있다. 삶이 꽃이 되는 순간이 아직 오지 않았다고 슬퍼할 것도, 이미 지나버렸다고 아쉬워할 것도 없다. 어제는 오늘에 닿아있고, 난 너로, 넌 우리로 이어져 있으며, 삶은 언제나 흐르고 있고, 꽃은 언제든 필 준비가 되어있으니까”

사실 박진영(재현)과 전소니(지수)의 계산되지 않은 연애 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신입생 지수는 선배 재현이 데모하는 모습을 본 순간 사랑에 빠져버렸다. 가족 관계나 아버지 직업을 물어보는 호구조사를 하지도 않고. 이 연기를 잘 생긴 박진영과 풋풋한 전소니가 해 더욱 예뻤다. 전소니는 1970년대와 1980년대 큰 인기를 누린 쌍둥이 여성듀오 바니걸스 고재숙의 친딸이다.

이렇게 해서 누구나 가슴 깊숙이 간직한 추억 상자와도 같은 드라마가 됐다. 이들의 오염되지 않는 사랑을 보는 것만으로도, 풋풋하고 순수했던 시절로 돌아가고 싶은 생각이 든다. 세상은 삭막해지고 세월의 더께가 얹혀지면서 순수와 정의로움을 생각할 시간이 별로 없지만 한재현과 윤지수의 만남과 재회는 사랑과 올바름을 함께 생각하게 했다.

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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