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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븐] 부담없는 ‘동네친구’와 언택트로 통하다
진화하는 데이팅앱…넷플릭스보다 잘나간다

“넷플릭스보다 매출이 높다고?”

데이팅 앱(애플리케이션), 많이 쓴다고는 들었지만 이 정도일 줄 몰랐다. 글로벌 앱 분석업체 앱애니에 따르면 지난해 상위 앱(소비자 지출액 기준) 10위 중 3개가 데이팅 앱이다. 하이퍼커넥트의 ‘아자르(Azar)’(6위), 엔라이즈의 ‘위피’(7위), 콜린디의 ‘심쿵’(10위)이 순위에 올랐다. 심지어 넷플릭스보다도 순위가 높다.

아자르와 위피는 ‘신흥강자’다. 2017년 같은 업체 조사에서는 ‘아만다’(5위), ‘정오의데이트’(6위), ‘심쿵’(7위), ‘앙톡‘(9위), ‘당연시’(10위)가 순위에 올랐다. 특히 아만다(아무나만나지않는다)는 2016~2017년 업계 매출 1위를 기록했으나 이번에는 순위 바깥으로 밀려났다.

초기 데이팅앱은 ‘익명 채팅’ 앱의 단점을 메우며 급성장했다. 스마트폰이 활성화하던 2010년대 초반 닉네임·나이·성별 등을 입력하면 간단히 대화가 가능한 익명 채팅 앱이 유행했다.

하지만 이내 음란 채팅, 성매매 등 ‘범죄의 온상’으로 전락했다. 대신 나이·직업·취미부터 세세한 연애관과 관심사까지 공유하는 데이팅 앱이 새로운 ‘만남의 장’으로 인기를 끌었다. ‘얼굴 평가’를 기반으로 하는 ‘아만다’ ‘글램’부터 출신 대학과 직업을 인증해야 가입할 수 있는 ‘스카이피플’, 일정한 시간에만 상대를 추천해주는 ‘이음’ ‘정오의 데이트’ 등 그야말로 춘추전국시대였다.

최근에는 아자르·위피 등 새로운 앱이 대세다. 닐슨코리안클릭에 따르면 지난 1년간 아만다의 월평균 순 이용자 수는 11만명가량. 아자르와 위피는 각각 19만명, 23만명이다.

연애 상대 찾기가 아닌…고민상담 창구로

사용자들은 ‘대세 앱’의 특징으로 ‘부담 없음’을 꼽았다. 위피 사용자 A(29·여)씨는 “요즘 앱들은 ‘동네친구 만들기’가 콘셉트”라고 말했다. 6년 전 취업을 위해 서울에 온 후 종종 앱을 사용해왔다는 A씨는 “처음에는 친구도 없고 외로워서 데이팅 앱을 썼다”며 “최근 유행하는 앱들은 연애 상대 찾기가 콘셉트였던 기존 앱보다 가벼운 마음으로 접속할 수 있고, 상대방이 가까운 데 있어 만남에 부담도 적어 좋다”고 했다.

또 다른 사용자 B(22·남)씨는 “가끔 ‘재미’로 하는 건데 아만다나 글램은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외모와 스펙 등으로 프로필을 평가받고 연애스타일·성격 등을 세세하게 적어야 하는 기존 앱들이 꺼려진다는 설명이다. B씨는 “별다른 진입장벽도 없고 위피의 ‘랜덤 보이스톡’ 기능이 재미있어 일주일에 한 번 정도 들어온다”고 했다.

아자르 사용자 C(23·남)씨는 우울하거나 답답할 때면 앱을 켠다. 불특정다수와 수다가 목적이다. 그는 “오히려 친한 애들에게 말하기 모호한 고민을 앱에서 풀었더니 해소됐다”고 말했다. 이날 C씨의 고민은 군대였다. 또래에서는 답을 찾을 수 없다는 게 이유였다. 기자에게 “군대 ROTC로 가도 괜찮냐?”며 답을 구하고는 대화를 종료했다.

아자르 사용자 D(20·여)씨 또한 ‘데이팅’ 목적이 아니라고 손사래를 쳤다. 앱으로 연결된 사람과 직접 만난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이걸로 직접 사람 만난 일은 한 번도 없었고 앞으로도 없다”며 “친구들과 있을 때 앱으로 사람구경하고 장난 좀 치다가 끄는 것”이라고 했다. C씨는 신원을 밝히고 앱의 사용 목적과 경험담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재미없는데 다른 사람 볼래요”라며 연결 종료를 요청했다.

[작화=이주섭]
[작화=이주섭]
‘인만추’ 아닌 ‘자만추’…랜덤으로 열린 공간

업계도 이런 변화를 감지 중이다. 앱에서도 ‘인만추’보다 ‘자만추’가 대세라는 것. 인만추는 ‘인위적인 만남 추구’의 줄임말로, 소개팅·미팅 등이 대표적이다. 자만추는 ‘자연스러운 만남 추구’라는 뜻으로, 친구에서 연인이 되거나 우연히 만난 상대와 관계가 발전하는 걸 뜻한다.

데이팅 앱 관계자는 “요즘 분들은 인위적인 것보다는 자연스러운 만남을 추구한다. 인스타그램을 구경하다 상대방에게 직접 DM(다이렉트 메시지)을 보내 만나는 경우가 대표적”이라고 말했다. 사람이든, 앱이든 누군가 중간에서 ‘주선’해주는 만남을 ‘인위적’이라 여긴다는 설명이다. 반면 데이트가 아닌 관심사·위치기반 ‘친구’ 구하기, 찜이 아닌 ‘랜덤 연결’에 대해서는 열려 있다.

이 관계자는 “이성간의 만남을 전제로 한 1 대 1 소개팅보다는 ‘동네친구’ 콘셉트가 먹히는 것 같다”며 데이팅 앱이라는 카테고리 안에는 한계가 있어 기존의 앱도 랜덤통화 등 ‘캐주얼’한 콘셉트의 서비스를 출시하는 추세라고 덧붙였다.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위피’다. 위피의 앱 소개문구는 ‘동네친구가 필요할 때, 같은 관심사를 가진 친구들과 모임을 원할 때’다. 나이와 거주지 등을 토대로 이용자를 추천해준다. 영화 보기, 카페 가서 수다, 간단 ‘치맥’ 등 세분화한 채널도 있다.

아자르는 무작위로 연결된 전 세계 사용자와 1 대 1 영상통화를 하는 앱이다. 이용자 간 거리와 관계없이 랜덤으로 연결되는 특성상 ‘대화’에 초점이 맞춰 있다는 게 특징이다. 하이퍼커넥트 측은 아자르는 데이팅 앱이 아니라 소셜 기능에 집중한 ‘영상 커뮤니케이션 플랫폼’이라는 입장이다. 차후 앱애니 측에서도 아자르를 데이팅 앱으로 분류하지 않기로 했다고 답했다.

원하지 않는 연락·음란대화…‘미친 X’는 싫다

업계에서 추정하는 국내 시장 규모는 대략 2000억원. 데이팅 앱의 개수만 해도 200개가량이다. 뛰어난 수익성에 글로벌 업체들의 진출도 이어진다. 글로벌 데이팅 1위 업체인 ‘틴더’는 물론 중국의 소셜 플랫폼에 9200억원에 인수된 ‘탄탄’까지 가세했다. 시장이 커지고 인기 앱도 끊임없이 변화 중이지만 이용자들이 경험하는 데이팅 앱의 ‘문제’는 이전과 다를 바 없었다.

일방적으로 욕설을 퍼붓거나 음란 채팅을 시도하고, 성매매·금전갈취·사기 등 범죄로 이어지는 사례 등이다.

한국소비자원이 2015년에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데이팅 앱 이용자 500명 가운데 절반가량(49.8%·249명)이 피해를 봤다고 답했다. ‘원치 않는 연락을 계속 받았다’(24.4%·122명)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호감을 느끼고 연락처를 공유했지만 애정이 식자 한쪽이 관계를 정리하고 싶다는 뜻을 내비쳤는데도 상대가 계속 집착하는 경우다. ▷음란한 대화와 성 접촉 유도(23.8%·119명) ▷개인정보 유출(16%·80명) ▷금전 요청(10.2%·51명) 피해도 뒤를 이었다.

[작화=이주섭]

‘헤븐’팀이 아자르에서 만난 열여덟 살 E씨는 데이팅 앱을 한 마디로 “미친 X이 많은 곳”이라 말했다. 그는 “앱으로 연결된 열에 아홉은 다 비정상적인 사람들이었다”고 했다. 그런데도 무료한 시간을 달래기에는 데이팅 앱만큼 좋은 게 없다고 덧붙였다.

위피에서 만난 F(27‧여)씨는 “결국 다 똑같다”고 말했다. 대화가 통하는 편한 이성친구를 만나고 싶어 앱을 이용했지만 차이를 느끼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는 “동네친구가 아니라 가볍게 만날 이성 상대를 만나는 앱 같다”며 “정말로 편한 만남은 불가능한 것 같다”고 말했다.

〈헤븐〉 헤럴드 오븐: 헤럴드 젊은 기자들이 굽는 따끈따끈한 2030 이슈

박지영·유동현 기자/Heave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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