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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장성 옥계 사는 사람, 얼굴 옷이 다 검네”…한국여성수련원 탄광 역사 기억 프로젝트
증언, 체험, 담소 그리고 기록…역사가 된다

[헤럴드경제=함영훈 기자] “작년간다 올해간다 석삼년이 지나고/내년간다 후년간다 열두해가 지났네/ 남양군도 검둥이는 얼굴이나 검다지/황지장성 사는 사람 얼굴 옷이 다 검네/ 통리고개 송애재는 자물쇠고개인가/돈 벌러 들어왔다가 오도가도 못하네/ 문어 낙지 오징어는 먹물이나 뿜지/이내 몸 목구멍에는 검은 가래가 끓네.”

한국 산업의 밀알, 생명을 건 고귀한 막장에서 석탄을 캐내던 탄광촌 광부들의 옛사진.[한국여성수련원 제공]

지금 태백시 철암역 앞 철암광산역사촌 까치발 건물에 가면 탄광의 고단한 일상, 보람찬 희망이 고스란히 남아있다. 폐광이후 정선, 삼척, 영월, 시화공단, 안산 등으로 흩어진 출향민들에게 고단했던 추억을 웃음 띠며 얘기할 수 있는 곳이다. 당시 이 일대엔 옥계, 도계 등에도 탄광이 있었고, 비슷한 삶이 이어졌다.

‘약속의 땅’ 그곳이 잊혀져가고 있다. 몇몇은 강릉, 동해, 삼척의 아파트에 살면서 안온한 삶을 누릴다는 소식, 누구의 아들은 사북의 강원랜드라는 공기업에 당당히 취업했다는 소식이 들리고, 어떨 땐 탄광촌에서 살던 후손이 새로운 약속의 땅 안산에서 잘 살다가 세월호 사건때 자식을 잃었다는 슬픈 부고가 전해지기도 했다. 대한민국 산업화의 밀알이던 탄광촌의 희망, 가치, 보람, 의미는 국민들 뇌리를 점차 떠나는 상황이다.

철암에는 까치발 건물에 사는 광부 아내의 손 흔드는 모습, 철암교 건너 출근하던 광부 남편의 미소 짓는 모습이 청동상으로 재연돼 있다. 이 부부가 품은 희망의 빛을 옥계에 있는 재단법인 한국여성수련원(원장 유현옥)이 되살린다.

한국여성수련원

한국여성수련원은 탄광 지역민의 삶과 당시 지역문화를 기록으로 남기는 ‘사람책 자서전 & 마을 기록학교’ 과정을 오는 7월 3일까지 삼척 도계, 태백, 정선 사북 3개 지역에서 실시한다.

‘사람책 자서전 & 마을 기록학교’는 개인의 역사에 담긴 탄광 지역 마을 이야기를 심층적으로 수집·정리해 소멸되어가는 마을의 역사를 되살리고 정체성을 강화하는데 그 목적을 두고 있다.

이 과정은 강원도(자원개발과)가 도내 탄광지역주민의 정체성 회복과 삶의 질 향상을 위하여 시행하는 ‘2020 폐광지역주민 한마음 교육’의 일환으로 과거 개도 지폐를 물고다닌다는 말이 나돌 정도로 번창했던 탄광산업을 직간접적으로 경험하고, 살아있는 역사이자 증인인 51명의 지역 주민이 참여해 증언을 남기는 식으로 진행된다.

6주 동안 총 12회의 과정에 걸쳐 전문 강사들과 함께 기록한 주민들의생애는 생생한 그 시절 ‘탄광촌의 지역사’가 되어 향후 책으로 출판될 예정이다. 한국여성수련원이 멍석을 깐 이들의 출판물은 곧 역사가 된다.

ab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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