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비롯해 포괄적인 감염병 대응 강화를 위해 질병관리본부를 보건복지부에서 독립된 '청'으로 승격하고 그 아래에 권역별 '질병대응센터'를 설치하기로 했다. 연합뉴스

[헤럴드경제=손인규 기자]현 질병관리본부가 질병관리청으로 격상되는 것이 확정됐지만 세부 내용을 두고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감염병 치료제와 백신 개발 연구를 담당하는 국립보건연구원이 복지부 산하로 간다는 것에 대해 전문가들은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질병관리본부는 청이 되더라도 연구기능은 필요하다며 행정안전부와 의논해 가장 합리적인 조직 개편안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행정안전부는 지난 3일 현재의 질병관리본부를 질병관리청으로 격상하는 내용의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입법예고 했다. 또, 현재 질병관리본부 산하 국립보건연구원의 감염병연구센터를 확대 개편해 국립감염병연구소를 신설하기로 했다. 국립감염병연구소는 감염병 감시부터 치료제‧백신 개발, 상용화까지 전 과정의 대응체계를 구축해 감염병 연구 기능을 담당한다.

그런데 이 연구소는 질병관리청이 아닌 복지부 소속으로 변경될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감염병 기초 연구부터 치료제 및 백신 개발의 주축이 될 감염병연구소를 복지부가 관리하는 것은 잘못된 선택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이재갑 한림대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이와 관련 지난 4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질병관리청 승격, 제대로 해주셔야 합니다’란 글을 올렸다.

이 교수는 “행안부에서 발표한 질병관리청의 승격에는 황당한 내용들이 포함되어 있다”며 “감염병 기초연구와 실험연구, 백신연구와 같은 기본적인 연구기능을 수행하고 있었던 국립보건연구원을 질병관리본부에서 쪼개 국립감염병연구소로 확대하여 보건복지부로 이관한다는 계획은 철회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 청원 글에는 5일 오전까지 2만5000여명이 동의를 했다.

지난 2016~2017년 질병관리본부장을 지낸 정기석 한림대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도 “감염병에 대한 기초 연구부터 치료제와 백신 개발까지 감염병 대응에 핵심 역할을 하는 곳이 국립보건연구원”이라며 “이 연구원이 복지부로 가게 되면 질병관리청과 유기적인 협업이 이뤄지기 어렵고 결국 감염병 대응에 틈이 생길 수 있다. 왜 이런 결정을 했는지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질병관리본부는 아직 조직 개편안이 확정되지 않은 만큼 논의를 거쳐 가장 합리적인 방안을 찾겠다는 입장이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은 지난 4일 브리핑에서 “국립보건연구원은 보건의료 연구개발의 컨트롤타워로서 조직이 더 크고 전문화가 더 필요하다고 판단한다”며 “국립보건연구원이 감염병 연구를 포함하고는 있지만 유전체 연구나 재생의료연구 등 보건의료 전반에 대한 연구기능을 담당하고 있기 때문에 이 기능이 현재 복지부가 갖고 있는 여러 가지 연구사업과 어느 정도 통합되면서 발전하는게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어서 “다만 질병관리본부가 청으로 승격하더라도 연구기능은 필요하다”며 “연구 조직과 인력을 확충하는게 필요한데 행안부와 이런 점을 공유하며 구체적인 조직 개편에 대한 논의를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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