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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상가 한가운데 기둥이 떡하니…손해배상 얼마나[부동산360]
대법 판례 이끌어낸 박건호 변호사 Q&A
기둥 면적 클수록, 동선 많이 침해할수록 손해 인정 多
“분양계약 취소 주장은 신중히…사기 형사고소는 역효과 부를 수 있어”
Q. 상가를 분양받아 입주하려는데 계약 당시에 몰랐던 기둥이 2개가 있습니다. 제가 분양받은 104호와 바로 옆 105호의 분양가는 10억원으로 같았는데 105호는 기둥이 하나도 없습니다. 이 계약 취소할 수 있을까요?

[헤럴드경제=이민경 기자] A.시행사측에서 기둥 유무를 고려해 104호 분양가격을 105호보다 낮게 잡은 ‘가격 책정 자료’가 있는지 확인하십시오. 그 자료를 전혀 제출하지 못한다면, 소송을 내 승소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사전에 기둥 유무를 설명해줬다면 가격이 동일한 두 상가 중 누구라도 기둥이 없는 상가를 선택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일종의 기망이라고 인정받을 수 있는거죠.

지난해 3월 대법원은 상가를 분양하면서 공간 제약이 생길 수 있는 기둥의 존재를 미리 알리지 않았다면 계약 해지 사유가 된다는 판결을 내놨다. 박건호(38·사법연수원 40기), 장두식(35·변시7회) 변호사는 이 사건 승소를 계기로 다양한 상가 기둥 분쟁 소송을 맡았다. 이 건 외에도 상가 분양시 기둥과 관련된 분쟁은 비일비재하다. 최근에는 금리가 떨어지면서 매달 일정부분 수익을 원하는 이들을 중심으로 상가분양에 대한 관심 또한 높아지고 있다. 목 돈을 들여 마련한 상가에 예상치 못한 시설물이 있을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와 소송 관련 팁을 박 변호사에게 들었다.

실제 계약취소 소송에서 승소한 사례[박건호 변호사 제공]
계약금 전부 돌려받거나, 상대편 비용까지 물거나 ‘모 아니면 도’

-어떤 사람들은 계약취소로 계약금 전부를 돌려받고, 어떤 사람들은 분양대금의 일정 부분만 배상 받는데요, 어떤 차이가 있는 건가요?

=의뢰인들은 두 부류로 나뉩니다. 계약취소를 주장하는 사람도 있고, 손해배상만 원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런데 저는 무턱대고 계약취소 소송하겠다는 분들은 말립니다. 물론 계약취소 소송을 이기면 제일 좋습니다. 원금도 전부 받고, 돈을 넣었을 때부터 민법상의 연5% 지연이자도 붙고, 판결이 나면 소송촉진법에 따른 연12% 지연이자가 가산되기 때문에 금액적으로 매우 이득입니다. 게다가 전부 이겼기 때문에 소송비용도 반환받을 수 있고요.

반대로 계약취소를 주장했다가 인정이 안되면 상대편 변호사 선임비용까지 물어줘야 됩니다. 또,손해배상과 계약취소의 가장 큰 차이점은 소송가액의 규모가 다릅니다. 예를들어 5억원 짜리 상가를 분양받았으면 계약취소 소송은 5억원짜리 소송이죠. 손해배상 20%를 주장하면 1억원짜리 소송이 됩니다. 처음 소송을 접수하는 비용부터 더 많이 듭니다.

법무법인 정향의 박건호 변호사는 "소송을 마음먹기에 앞서, 분양 계약 당시에 설명을 들었던 상가 도면과 분양가격 책정자료가 있는 지 확인해보라"고 언급했다.[사진=이민경 기자]

-그럼에도 계약취소 소송을 진행하는 건 어떤 경우인가요?

=‘나는 진짜 돈이 없어서 중도금, 잔금 대출이 안 나온다’고 하는 분들, 또 제 직관으로 봤을 때 손해배상 청구가 100% 인정될 것 같은 분들입니다. 계약취소 소송은 두가지 주장을 차례로 합니다. 먼저, ‘재판장님 계약취소를 해주십시오’, ‘그게 안되면 예비적으로 손해배상이라도 해주십시오’ 이에요. 5억원짜리 소송에서 계약취소 주장은 기각되더라도 계약금의 20%가 배상금액으로 인정되면 1억원을 받을 수 있습니다. 소송 비용을 조금 물어주더라도 이익이 훨씬 크니까 권합니다.

입체도면으로 기둥 존재 사전 고지했다면…‘소송은 넣어두시라’ 조언

-분양받은 상가에 큰 기둥이 있습니다. 손해배상 소송 걸면 이길 수 있을까요?

=결국 2가지를 입증해야 합니다. 1. 기둥에 대해서 고지 받은적이 없어야 합니다. 2. 상대방(시행사)이 가격을 산정할 때 기둥 존재를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는 가격책정자료가 있어야 합니다.

저는 의뢰인을 만나면 가장 먼저 도면을 달라고 합니다. 입체도면으로 기둥이 그려져있으면 누가봐도 명확하니까, 소송하기가 어렵죠. 반면, 그냥 동그라미(○), 또는 네모(□)가 기둥이라고 표시됐으면 일반인은 이 기호가 실제 엄청난 기둥으로 서 있을거라고 알기 어려우니 (소송)해볼만하죠.

또, 가격책정도 주변 호실에 비해 누가봐도 많이 싸면, ‘죄송하지만 이미 기둥을 고려해서 싸게 나온거 같아서 소송은 어려울거 같다’고 말합니다. 손해배상의 법리는, 만약 기둥에 대해서 알았다면 이 가격으로 사지 않았을 테니 그 차액을 배상을 하라는거니까요.

[헤럴드경제]

-분양을 받는 사람도 확인 의무가 있었다면서 책임을 제한하는 경우는 없었나요?

=법적 용어로 ‘과실상계’라고 합니다. 원고도 잘못이 있으니 원고가 입은 손실 중에서 일부를 감액하라는 거죠. 사실 그동안 한번도 이런 판결이 나온 적이 없었는데 최근에 하나를 받았습니다. 재판부가 분양받은 사람도 조금이라도 더 주의깊게 봤어야 했던 것이 아니냐면서 저희가 청구한 금액에서 20%를 제하고 80%만 인정했습니다. 제 의뢰인이 분양받은 상가는 전면부 코너에 위치해, 꽤 목이 좋은 곳으로 불리는데, 가격이 시세에 비해 약간 더 저렴했습니다. 원래부터 과실상계는 손해배상 소송에서 고려되는 개념이니 만약 내 상가가 은근히 괜찮은 위치에 있는데 가격이 좀 저렴하다면 스스로 한번 더 체크해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형사고소는 정말 신중하게 고려하길

-민사상 소송 말고, 사기죄로 형사고소할 순 없나요?

=사기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입증하기 어려운 죄 중의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불기소로 종결될 가능성이 상당히 높습니다. 기망을 통해서 재산상 이득을 편취하려고 했음을 증명해야 되는데, 상대편에선 ‘실수는 했는데, 고의로 그랬겠습니까’는 식으로 나올 겁니다. 법원은 다른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정도로 입증이 돼야 유죄 판결을 합니다. 판사가 ‘설마 시행사가 그렇게 돈을 쓰면서 사기치려고 했을까’라고 의심이 조금이라도 생기면 무죄가 나와버려요. 그러면 상대방은 ‘기망하지 않았다는 게 나오지 않았냐, 계약취소 못 해준다’고 더 세게 나올 수 있습니다. 정말 확실한 경우가 아니면 민사로 진행해서 증인신청, 감정절차를 통해 재판부를 설득하는 게 더 안정적입니다.

-그동안 관련 사건을 여러건 진행했다. 소송 팁이 있을까요?

=6억원 짜리 상가에 대해 20% 손해배상(1억2000만원)을 청구했는데, 감정평가를 받아보니 기둥이 유발한 손해가 감정결과가 10%~18% 정도 나왔다고 해보겠습니다. 저는 이럴 때 청구취지를 변경하고, 청구금액도 감정가에 맞춰서 1억원으로 낮춥니다. 예상되는 판결과 최대한 동일하게, 근접하게 청구해야지 전부 승소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전부 승소하면 감정비용, 변호사 비용을 다 돌려받을 수 있죠.

thin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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