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심의위 강제력은 없지만 사실상 기속…결론 벗어난 사례 없어
지난달 19일 중국 시안 반도체 공장을 방문한 뒤 귀국한 이 부회장. [연합] |
[헤럴드경제=안대용·김진원 기자]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및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 부정 의혹으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이재용(52) 삼성전자 부회장 측이 검찰수사심의위원회를 소집해달라고 요청했다. 이 부회장에 대한 사법 처리 여부가 외부 전문가들의 판단으로 결정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3일 검찰에 따르면 이 부회장과 일부 삼성 임원의 변호인은 관련 수사를 진행 중인 서울중앙지검에 전날 검찰수사심의위원회 소집 신청서를 제출했다. 대검찰청 예규인 ‘검찰수사심의위원회 운영지침’에 따르면 사건관계인은 수사 중이거나 처분을 한 검찰청의 검찰시민위원회에 대검에 설치된 검찰수사심의위원회 소집을 신청할 수 있다.
지난 2018년 도입된 검찰수사심의위원회는 국민적 의혹이 제기되거나 사회적 이목이 집중되는 사건에 대해 ▷수사 계속 여부 ▷공소제기 또는 불기소 처분 여부 ▷구속영장 청구 및 재청구 여부 등을 심의한다. 이 부회장 측의 수사심의위 소집 신청은 신병처리 여부 등 관련 수사의 최종 결론이 임박한 시점에서, 이 부회장 측이 기소 및 구속영장 청구의 타당성 여부를 검찰 외부 전문가들로부터 확인받기 위해 이뤄진 것이다.
이 부회장 측의 신청에 따라 중앙지검은 조만간 검찰시민위원회를 열어 사건을 수사심의위에 넘길지 논의할 계획이다. 해당 검찰청의 시민위가 수사심의위 소집을 결정하면 검찰총장은 이를 받아들여 수사심의위를 소집해야 한다. 만일 수사심의위가 소집되면 이 부회장 등에 대한 기소 여부의 적절성 등을 심의한다. 수사심의위는 150명 이상 250명 이하 위원으로 구성돼 있는데, 이 가운데 15명을 뽑아 사건을 논의한다. 법조인 등 법률 전문가가 3분의 1 정도 참여하고 교수, 시민단체 관계자 등 다양하게 구성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수사심의위가 낸 결론에 강제력은 없기 때문에 검찰이 이에 따라야 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기아자동차 불법파견 사건, 안태근 전 법무부 검찰국장의 성추행 및 인사불이익 의혹 사건 등 수사심의위를 거친 사안은 모두 검찰이 수사심의위가 내린 결론에 따랐다. 사실상 이 부회장 등의 신병처리와 기소 여부도 수사심의위 결론에 의해 결정될 가능성이 높아진 셈이다.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부장 이복현)는 지난달 26일과 29일 이 부회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두 차례 소환해 각각 17시간이 넘게 조사했다. 검찰은 이 부회장을 상대로 삼성바이오의 분식회계를 지시했는지, 삼성물산 합병비율을 조정한 정황을 알았는지 등을 물었다. 이 부회장은 검찰 조사에서 “보고를 받거나 지시한 사실이 없다”며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검찰은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당시 제일모직 자회사인 삼성바이오의 회계 분식을 통해 제일모직의 가치를 부풀려 합병 비율 조작이 이뤄졌고, 이를 통해 이 부회장이 경영권 승계에 유리해졌다고 보고 수사해 왔다. 검찰은 경영권 승계 당사자인 이 부회장과 삼성 관계자들에 대한 사법 처리 여부를 검토 중이다.
dandy@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