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위 주도 세력을 ‘안티파(극좌파)’로 지칭하기도
CNN “백악관 내부서도 트럼프 대응 수위 낮추려는 시도”
민주당·공화당 인사들 “트럼프 발언 국가 분열” 비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46)가 강압적 체포 과정에서 숨진 뒤 미국 전역에서 확산 중인 항의 시위에 대해 강경하게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거듭 밝히는 것이 오히려 폭려 시위를 부추기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일고 있다. 지난 30일(현지시간) 미 플로리다주 케네디우주센터에서 발언하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의 모습. [로이터] |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46)가 강압적 체포 과정에서 숨진 뒤 미 전역에서 확산 중인 항의 시위에 대해 강경하게 대응하겠단 입장을 거듭 밝히고 있다.
하지만, 시위대를 향한 트럼프 대통령의 강도 높은 비난이 오히려 폭력 사태를 악화시키고 국론을 분열시키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31일(현지시간)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미국은 (시위를 주도하는) ‘안티파(Antifa)’를 테러 조직으로 지정할 것”이라며 시위 주도 세력을 ‘극좌파’로 몰아붙였다. 안티파는 극우 파시스트에 반대해 폭력적인 방법도 불사하는 극좌파를 지칭한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어떤 인사들을 안티파로 규정하고 테러조직으로 지정할지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이어 그는 “주 방위군이 지난밤 미니애폴리스에 도착해 안티파가 이끄는 무정부주의자들이 신속하게 진압됐다”며 “민주당이 이끄는 다른 주들도 늦기 전에 주 방위군을 투입해야 한다”고 강경 대응을 촉구했다.
전날 트럼프 대통령은 플로리다주 케네디우주센터에서 한 연설에서도 “정의는 성난 폭도의 손에 의해 결코 달성되지 않고, 나는 이를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로버트 오브라이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도 CNN·A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폭도와 평화 시위자를 구분해야 한다”며 “안티파에 의해 (폭력 시위가) 추동되고 있다”고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두둔했다. 이어 “미국 법 집행 관리들 내부엔 조직적인 인종주의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도 덧붙였다.
다만, 흑인 사망 항의 시위를 향한 트럼프 대통령의 이 같은 강경 일변도 대응이 오히려 폭력 시위와 공권력의 무력 대응 등을 부추긴다는 논란도 일고 있다.
유혈 폭력 시위 사태는 현재 미국 내 75개 도시로 번졌다. 약 5000명의 주 방위군들이 15개주와 워싱턴DC에서 치안 유지 활동 중이며, 20개 이상의 도시들이 31일 야간 통행금지령을 내리기도 했다.
앞서 29일 트럼프 대통령은 트윗을 통해 시위대를 ‘폭력배(Thugs)’라 지칭하고 “약탈이 발생하면 발포한다”며 군 투입은 물론 총격 대응 엄포까지 놓아 분노에 기름을 끼얹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 수위를 두고 백악관 내 참모들 사이에서도 이견이 발생하고 있다고 CNN은 전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의 사위인 제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보좌관 등은 트럼프 대통령의 대응 수위를 낮추려는 노력을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31일(현지시간) 미국 미네소타주 주정부 건물 앞에서 경찰의 강압적 진압에 의한 흑인 사망 사건에 항의하는 시위대가 구호를 외치고 있다. [로이터] |
야당인 민주당을 비롯해 여당인 공화당 내 주요 인사들까지도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들이 국가 통합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민주당 소속 케이샤 랜스 바텀스 애틀란타 시장은 CNN 방송에 출연,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상황을 악화시키고 있다”며 “그냥 말을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같은 당 뮤리엘 보우저 워싱턴DC 시장도 N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국가를 분열 시키는 트윗 게시를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한국 사위’로 알려진 공화당 소속 래리 호건 메릴랜드 주지사도 트럼프 대통령의 그간 발언들에 대해 “백악관에서 나왔어야 할 메시지와는 정반대”라고 비판했고, 공화당 소속 유일한 흑인 상원의원인 팀 스콧도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 에 대해 “비건설적”이라고 했다.
realbighead@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