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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故심미자 할머니 “ 정의연, 위안부 피해자 감별 엿장수 맘대로”
정의연 전횡 고발 생전 자필 일기장 입수
“정확한 기록·조사 없이 자의적 방법으로
정대협 125명 위안부 판정” 불편함 토로
남산 ‘기억의터’조형물 ‘대지의 눈’ 기록엔
정대협 의견과 다른 할머니들 이름 빠져
회계의혹 이어 ‘단체 중심주의’ 논란 예고

2000년대 초반 일본군 ‘위안부’ 피해 생존자 33인으로 구성된 세계평화무궁화회(무궁화회)를 조직해 운영하던 고(故) 심미자 할머니의 자필 일기장이 최근 공개됐다. 일기장을 통해 일본군성노예제문제해결을위한정의기억연대(정의연)의 전신인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가 의견이 다른 할머니들을 외면하고 공격했다는 내용이 나타나면서 ‘회계 불투명 논란’에 휩싸인 정의연은 ‘단체 중심주의’라는 또 다른 논란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27일 헤럴드경제가 입수한 해당 일기장 일부에 따르면 심 할머니는 “위안부 장사하는 정대협의 정체”라며 정대협을 정면 비판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판별 과정에서 정대협이 자의적으로 이를 판단했다는 주장이다. 심 할머니는 “정대협이 125명 위안부 개개인에 대한 진짜와 가짜를 판명했는데 그 방법이 비과학적이고 비객관적이며 자의적”이라면서 “각 할머니에 대해 그 진위를 판정할 때 사용하는 방법이 정확한 기록과 조사에 의해 하는 것이 아니라 정대협의 기분대로 속칭 ‘엿장사 마음대로’ 판정한다”고 토로했다.

심 할머니는 정대협이 자신들과 견해가 다른 할머니들에 대해선 외면하거나 모함을 했다고도 주장했다. 그는 일기장에 “심미자는 정대협과 불화와 반목의 상태에 있다. 반목한 상태였기 때문에 정대협이 심미자에게 자세한 내용을 알아보지 않았다”며 “위안부 문제를 전적으로 다룬다는 정대협이 얼마나 무책임하고 자의적으로 일하는 집단인지가 여실히 드러난다”고 적었다. 이어 “정대협이 고분고분 하지 않거나 정대협에 저항하는 할머니에 대해서는 가차 없이 인신공격과 모함을 한다”고도 주장했다.

아울러 심 할머니는 정대협의 모금 활동과 관련해서도 비판했다. 심 할머니는 일기장에 “(정대협이)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들을 돈으로 이용하고 있다”며 “(정대협이)모금하는 이유는 윤미양(윤미향)의 재산 모우기(모으기)”라고 적었다. 이어 “모금 돈은 정대협에게 주면 안 된다고 말했다. 모금한 돈은 장학금으로 주라고 말했다”며 “정대협은 교양이(고양이)고, 할머니들은 생선. 한마디로 정대협은 위안부 할머니의 피를 빨아 먹는 거머리”라고 정대협을 질타했다.

무궁화회를 조직해 회장역(회장)을 맡은 심 할머니는 2008년 별세 직전까지 정대협 활동에 반대해 왔다. 심 할머니를 비롯한 7명의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가 1995년 일본 민간에서 모금된 ‘여성을 위한 아시아평화국민기금’ 수령 당시 정대협은 ‘일본 정부의 공식 배상금이 아니다’라며 수령을 거부하고 “7명의 할머니들 행동은 올바르지 않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어 2004년 심 할머니는 정대협과 대한불교조계종 나눔의집을 상대로 ‘모금행위 및 시위동원 금지 가처분’ 신청을 하는 등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대상 모금 활동에 대한 문제 제기를 하기도 했다. 이에 최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의 이름이 새겨진 서울 중구 남산에 있는 기억의 터 내 조형물 ‘대지의 눈’에 심 할머니 등 정대협과 불편한 관계에 있던 할머니들의 이름이 빠져있는 것으로 확인되면서 정대협의 ‘단체 중심주의’적 논란이 재조명되기도 했다.

박유하 세종대 일어일문학과 교수도 2013년 발간 시 논란이 된 저서 ‘제국의 위안부-식민지 지배와 기억의 투쟁’에서 ‘그녀(심미자)는 그렇게 일찍부터 정대협과 갈등을 겪었고 세상을 향해 호소하기도 했지만, 그녀의 목소리가 공론화되는 일은 없었다’며 ‘본인에겐 엄청난 시련이었을 과정이 우리 사회에 조금도 알려지지 않았다는 사실은 그녀?당사자와 정대협?지원 단체 간의 힘의 차이를 말해 준다. 실제로 위안부 문제가 한국 사회에서 커다란 관심과 함께 그에 따른 힘을 얻으면서 정대협은 권력화되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한경희 정의연 사무총장은 이날 헤럴드경제와 통화에서 “오랫동안 피해자분들, 가족분들, 운동하는 여러 분들과 같이 있으면서 의견 충돌도 있고 갈등도 있었을 것”이라며 “기억의 터는 기록물이 아닌 상징조형물이다. 이름이 확인되는 분들은 다 이름이 있는데 그렇지 않은 분들은 이름 자체를 밝히기를 어려워하는 경우가 많아 가명과 실명이 섞여 있다”고 밝혔다.

지난 20일 이나영 정의연 이사장은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1440차 정기 수요시위에서 “그간 정의연과 함께 해준 전 세계 시민들과 피해자분들에게 마음의 상처를 드려 진심으로 송구하게 생각한다”며 “이번 사태를 계기로 우리는 이 운동을 차곡차곡 쌓아 올린 국내외 시민들, 활동가들, 피해자들의 다양한 목소리를 겸허히 듣고 가슴에 새겨 정의연 설립의 원칙과 정체성에 더 충실하면서도 시민들과 더 가까이 호흡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박상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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