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특별기고] 아르헨티나에서 코로나19와 싸우기

우리나라는 지난 2월 하순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급속히 증가하고 있던 절박한 상황이었지만, 그때까지만 해도 확진자가 한 명도 발생하지 않았던 아르헨티나는 코로나19 사태의 심각성을 체감하지는 못하고 있었다. 그러나 확진자가 계속 증가함에 따라 아르헨티나 정부는 3월 20일부터 국경통제 및 전 국민에 대한 의무자가격리 조치 등 비상사태에 돌입했다.

우리 공관으로서는 아르헨티나의 의무자가격리 조치가 급박하게 이루어짐에 따라 긴급공지에도 불구하고 급변상황을 인지하지 못한 우리 국민, 특히 단기 방문객들의 안위가 제일 걱정됐다. 또 코로나19 발원지가 중국이라는 뉴스가 계속 보도되면서 중국은 물론 아시아인들에 대한 주재국 일부 국민의 곱지 않은 시선도 부담이 되는 상황이었는데 이 같은 부담은 아르헨티나에 약 3만명의 우리 동포가 생활하고 있다는 점에서 결코 가벼운 것이 아니었다.

아니나 다를까, 한국인으로 보이는 두 사람이 의무자가격리 조치를 위반, 경찰에 억류돼 있다는 보도가 아르헨티나 TV 방송에 나왔다. 담당 영사가 즉시 현장에 출동해 두 사람이 우리 국민이라는 것을 확인하고 경찰에게 이들이 방문객들로서 출국을 위해 부에노스아이레스 국제공항으로 이동 중이었다고 설득, 공항까지 에스코트해 무사히 출국할 수 있도록 지원했다.

또 우루과이 수도 인근에 정박 중인 유람선에 코로나19 의심환자가 발생해 탑승객들의 하선이 불허됐는데 유람선에 있는 우리 국민 2명이 하선 허가 조건인 귀국 항공권을 마련하지 못한 상태에서 우루과이의 국제선운항도 모두 중지돼 귀국이 매우 어렵게 된 것을 인지하게 됐다. 이에 우리 공관은 이곳 호주대사관이 동 유람선에 있는 호주와 뉴질랜드 국민 수송을 위해 전세기를 마련 중이라는 것을 파악하고 호주대사관은 물론 이 항공기의 경유국 소재 우리 공관들과도 협력하기 시작했다. 우리 공관은 우리 국민 2명이 항공편을 탈 수 있도록 이곳 호주대사관의 협조를 구했고 주우루과이대사관은 우리 국민의 하선을 지원했으며, 주칠레대사관과 주호주대사관은 우리 국민이 당해국가를 경유하는 데에 문제가 없도록 각기 주재국 정부의 특별한 협조를 구했다.

우리나라는 정부와 의료진의 헌신적인 노력과 IT기술, 그리고 무엇보다 우리 국민의 성숙한 시민의식 등에 힘입어 코로나19가 진정 국면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아르헨티나는 의무자가격리 조치 중임에도 신규 확진자 수가 매일 200명을 넘어서고 있고 또 겨울이 다가오고 있는 데다가 외채문제와 경기침체 등 매우 어려운 상황에 직면해 있다. 이런 때일수록 우리나라가 오랜 우방인 아르헨티나를 지원할 방안을 모색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최근 아르헨티나 우리 한인회를 비롯한 여러 한인단체들과 대사관이 합심해 약 9만달러를 모금해 부에노스아이레스 시청과 아르헨티나 정부에 의료용품을 지원했다. 반세기가 넘는 세월 동안 우리나라 이민자들을 따뜻하게 맞이해준 나라 아르헨티나의 코로나19 위기극복 노력에 우리가 조금이나마 동참할 수 있어 마음 훈훈하다. 아르헨티나 국민은 어려울 때 도와주는 대한민국의 우정을 오래 기억할 것이다.

장명수 주아르헨티나 대사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
          연재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