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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적 안 따지는 코로나19가 파놓은 국경선 [美中갈등…본질은 탈세계화]
국경폐쇄, 이동제한으로 경제 활동 곳곳 파열
외국인 노동자 의존도에 대한 경각심 커져
새로운 인종차별 증가 우려
한 멕시코 이민자가 미국에서 멕시코로 송환돼 멕시코이민청(INM)으로 향하고 있는 그림자 모습 . [로이터]

[헤럴드경제=김우영 기자] “수십년 동안 세계 경제를 지배해온 개방적 무역체제는 (2008년) 금융위기와 미중 무역전쟁으로 훼손됐다. 그리고 지금 국경봉쇄과 무역차질로 인해 10년 새 세 번째 몸살을 앓고 있다.”(영국 이코노미스트)

이코노미스트가 지적한 세 번째 몸살을 일으킨 주범은 다름 아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다. 그리고 그 몸살의 증상은 앞선 두 차례와 다르다. 자본과 물류 이동에 차질이 빚어졌던 앞선 사례와 달리 코로나19는 사람의 발길을 붙잡는, 실질적이고 즉각적인 세계화의 반작용으로 이어지고 있다.

25일 미 연구조사기관 퓨리서치센터에 따르면 현재 전면 혹은 부분적 국경폐쇄를 한 나라는 전세계의 90%에 달한다. 지도를 펼쳐놓고 보면 아프리카 중부의 빈곤 국가들, 외부 왕래가 거의 없는 몽골, 북극과 가까운 그린랜드 등을 제외하고는 사실상 전 세계가 문을 걸어잠근 셈이다.

정부의 강제조치가 아니더라도 이미 사람들은 발걸음을 국경 안으로 한정하고 있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에 따르면 세계 항공 운송 능력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30% 수준만 유지되고 있다. 중동 최대 항공사로 전 세계 곳곳을 누비며 세계화의 끈을 이어주던 에미레이트항공은 전체 임직원의 최대 30% 감축을 고려하는 지경이다.

이 같은 사람 이동의 중단은 당장 노동시장의 급격한 혼란을 초래했다. 필리핀이 자국민을 귀국시키자 홍콩에선 그간 육아와 가사를 맡아줄 사람이 없어 맞벌이 부부의 어려움이 커졌다. 인도와 파키스탄 이주자들이 빠져나간 두바이는 코로나19 이후 경제정상화를 시작한다고 해도 언제쯤 이전 수준의 경제활동이 가능할지 가늠조차 못하는 실정이다.

이는 동시에 과도한 외국 그리고 외국인 노동자 의존에 대한 불안감으로 이어졌다. 세계경제포럼(WEF)은 최근 코로나19로 인한 이동제한이 이주민과 난민 신청자 보호를 어렵게 하고 불평등과 차별, 착취를 악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9·11테러와 시리아 난민 사태 등으로 이주민을 바라보는 시각이 경제와 사회, 인도주의적 관점에서 국제 안보로 바뀌어 가던 흐름에 코로나19가 기름을 부은 것이다. 당장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민 제한 강화 정책을 앞장서 추진하고 있다. 각종 질병에 대한 면역을 증명하는 ‘건강 여권’ 도입이 거론되는 것 역시 같은 맥락에서 해석된다. 외국인이란 이유만으로 잠재적 위험군으로 분류되는 것이다.

모두가 자국민 우선을 외치는 사이 역설적이게 국가의 손길을 받지 못한 이들의 소외는 더욱 깊게 만들었다. CNN과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현재 입항을 하지 못한 채 대기 중인 크루즈 선원은 10만명에 달한다. 이들 대부분은 인도네시아와 방글라데시, 필리핀 출신으로, 고국이 귀국편을 챙길 형편이 안되자 졸지에 떠돌이 신세가 됐다. 바이러스는 누군가의 국경과 국적을 따지지 않지만 사람들은 한층 노골적으로 따지게 된 것이다.

kw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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