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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럴드광장] 디지털 뉴딜과 엇박자 내는 인터넷 규제 입법

“창의적 사고와 끊임없는 도전이 우리 경제의 역동성이 될 수 있도록 규제 혁파 등 제도적 환경 마련에 적극적으로 나서주기 바란다.” 문재인 대통령이 ‘세계를 선도하는 디지털강국’으로 성장하기 위한 ‘디지털 뉴딜’ 국가프로젝트 추진을 강조하면서 한 말이다. 같은 날 인터넷·디지털기업 단체인 한국인터넷기업협회, 벤처기업협회,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은 국회의 ‘인터넷 규제 입법 졸속 처리’를 규탄하는 긴급기자회견을 열었다.

인터넷·디지털기업들이 기자회견에서 문제제기하고 있는 사항은 무엇일까? ‘전기통신사업법과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은 디지털 성범죄 예방을 위한 불법촬영물 유통 방지 의무를 지는 인터넷·디지털기업(부가통신사업자)의 범위와 기술적·관리적 조치에 대한 구체적 사항을 대통령령에 위임하는 등 불명확하게 규정하고 있다. 이를 위반할 경우 사업 등록취소 및 폐지, 과징금, 벌칙 등이 부과되므로 기업들이 준수하는 과정에서 사적검열이 발생할 수 있는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또한 텔레그램 등 국외사업자에 대한 규제실효성 논란 관련 동일 사안에 대해 적용되는 국내외 법률의 내용이 다른 경우에 이러한 역외조항이 적용되기는 어려울 것이다. 따라서 만약 대통령령에서 과도한 의무를 부과할 경우 국외사업자와 규제불균형 문제가 발생할 것이다.

‘방송통신발전기본법 개정안’은 같은 법상 방송통신재난대응 대상인 ‘주요방송통신사업자’에 민간 인터넷데이터센터를 포함해 방송통신재난과 관련된 각종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특히 별도의 진입 규제도 없고 공공재를 독점적으로 사용하지도 않는 부가통신사업자인 민간 인터넷데이터센터를 포함하는 것은 과도한 입법일 것이다.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은 일정 규모 이상의 콘텐츠사업자(부가통신사업자)에 서비스 안정 수단(네트워크품질) 확보 의무를 부과하기 위한 관련 조치를 하위 법령인 대통령령에 광범위하게 위임하고 있다. 이러한 법적 불명확성에 따라 대통령령에서 네트워크를 소유하지도 않고 기간통신서비스를 제공하지도 않는 부가통신사업자인 인터넷·디지털기업들에 서비스 안정 수단 확보 의무를 부과할 수 있을지 의문이며, 현실적인 서비스 안정 수단으로 전용회선 임차를 강제할 경우 전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네트워크 강매 규정이 될 가능성도 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 디지털대전환의 승자로 점쳐지는 아마존웹서비스(AWS),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등 클라우드기업을 비롯해 넷플릭스, 유튜브, 줌과 같은 글로벌 비대면 디지털서비스와 견줄 수 있는 세계적인 디지털기업이 우리나라에서 나오려면 국회와 정부는 국내외 사업자가 동등한 환경에서 경쟁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하지만 이번 20대 국회 임기 말 졸속 처리로 문제 제기되고 있는 디지털기업 3대 규제 법안들은 결국 국내기업에만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다. 우리나라 안에서만 작동하는 규제에 적응하느라 혁신기업의 에너지를 낭비하고 있기에는 글로벌 디지털시장은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고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이제라도 정부와 국회는 글로벌 디지털서비스 강국을 위해 보다 현명하게 제도적 환경을 구축해야 할 것이다.

최민식 법학박사 경희대학교 법무대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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