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소비심리 ‘꽁꽁’…저축률 급등, 신용카드 사용량 급감
‘소비 감소→가격인하→해고’ 악순환…“디플레이션 우려 커져”
지난 11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엔젤레스에 위치한 문 닫힌 할리우드의 기념품 가게 앞을 한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AP] |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여파로 미국의 ‘마이너스 물가’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여기에 코로나19로 인한 경기 침체가 장기화될 것이란 전망에 따라 소비심리마저 얼어붙으며 ‘디플레이션(물가가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경제 활동이 침체하는 현상)’이 현실화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미 노동부는 지난 4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월 대비 0.8% 떨어졌다고 12일(현지시간) 밝혔다. 지난 3월 -0.4%보다 하락세가 더 가팔라진 것이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한 지난 2008년 12월 이후 최대 하락폭이다.
코로나19 사태에 직격탄을 맞으며 수요가 급감한 항공, 호텔, 소매 업종을 중심으로 물가가 크게 떨어졌다. 국제유가 폭락 속에 에너지물가도 급락, 4월 휘발유 가격은 20.6% 내렸다.
다만, 미국 전역에 내려진 ‘재택 명령’으로 수요가 늘어난 결과 식료품 물가는 2.6% 뛰었다.
같은 기간 식품과 에너지 제외한 근원물가는 0.4% 떨어지며 관련 통계가 작성되기 시작한 지난 1957년 이후 가장 큰 폭의 하락을 기록했다.
문제는 얼어 붙은 소비 심리가 쉽게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최근 미국 경제분석국(BEA)은 미국 국민들의 저축률이 지난 2월 8%에서 3월 13.1%로 급증했다고 밝혔다. 레이건 대통령 재임 시기였던 1981년 11월 이후 가장 높다. 4월 통계치는 더 높을 것이란게 중론이다.
소비 심리를 가장 잘 나타내는 지표 중 하나인 신용카드 사용량도 큰 폭으로 감소했다. 비자카드에 따르면 지난달 28일까지 신용카드 결제액은 전년 동기 대비 31% 급감했다.
회계법인 RSM의 조 브루수엘라 수석이코노미스트는 “불황에 대비해 미국 내 소비자들은 소비 대신 현금을 쌓아두려 할 가능성이 높다”며 “정책 입안자들이 말하는 것보다 소비자들은 훨씬 더 긴 경기침체를 대비하고 있다는 신호”라고 분석했다.
경제의 3분의 2 이상을 민간소비에 의존하고 있는 미국의 현실을 고려했을 때, 미국인들의 소비 감소는 자칫 실물경제를 전반적으로 무너뜨리는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CNN 방송과 블룸버그통신 등 미국 주요 언론들은 한 목소리로 “수요 감소로 인한 가격 인하는 결국 정리해고로 이어지며 또 다른 수요 감소를 불러올 것”이라며 “악순환이 계속되며 디플레이션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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