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백악관이 모든 직원들에게 자신의 책상에 앉아 있을 때를 제외하곤 건물 안에서도 항상 마스크를 착용하라고 지시했다. 최근 마이크 펜스 부통령의 측근인 케이티 밀러 대변인이 신종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자 추가 감염을 막기 위해 뒤늦게 내린 결정이다. 궁극적으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보호하려는 조처인데 정작 대통령 본인은 마스크를 쓰지 않을 거라는 관측이다.

워싱턴포스트(WP)·AP 등에 따르면 백악관은 11일(현지시간) 이런 내용이 담긴 메모를 직원들에게 전달했다.

메모엔 웨스트윙(서관·대통령 집무동)에 들어가는 모든 사람은 마스크나 안면 가리개(face covering)를 해야 한다고 돼 있다. 마스크 등을 벗는 건 사무실에서 동료와 최소 6피트(약 1.8m) 거리를 두고 앉아야 허용된다.

메모는 아울러 “웨스트윙에 직접 방문해야 할 절대적인 필요가 없다면, 불필요한 방문은 피해달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의 집무실이 있는 웨스트윙에 바이러스가 전파하는 걸 최대한 막겠다는 의도가 엿보인다.

미 언론들은 그러나 이 메모엔 트럼프 대통령과 펜스 부통령이 이 지침을 따라야 하는 대상에 포함되는지에 대한 언급이 없다고 지적했다.

백악관 관계자들은 “대통령이 마스크를 끼기 시작할 거라고 기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공공장소에선 마스크나 천으로 된 안면 가리개를 하라고 국민들에게 권고했다고 직접 밝히는 자리에서도 “난 쓰지 않을 것”이라고 했고, 실제로 이제까지 한 번도 마스크를 착용한 채 대중 앞에 선 적이 없다.

펜스 부통령도 주요 공개행사에서 마스크 없이 활보해 비난을 받자 잘못을 시인하기도 했다. 최근 제너럴모터스(GM) 공장 방문 땐 마스크를 썼다.

미 언론들은 대통령·부통령이 마스크를 꺼려했고, 그런 영향으로 백악관 내 하급 직원들도 그동안 마스크 착용을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백악관은 마스크 착용에 관한 새 지침 외에 방역 조처가 추가됐다고 뉴욕타임스(NYT)는 전했다. 백악관 출입문에 사회적 거리두기를 촉구하는 전광판을 설치하고, 출입직원들에게 체온검사에서 나타난 증상은 없었는지 등을 묻는다는 것이다.

이날 백악관에서 이뤄진 코로나19 관련 브리핑에선 트럼프 대통령만 노(No) 마스크였고, 참모진과 출입기자들은 모두 마스크를 착용했다. 홍성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