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확한 안전대책 빠졌다”
재계·노동계, 모호성 지적
영국 정부가 코로나19 사망자가 3만2000명을 넘어선 지금에서야 대중교통이나 상점 내 얼굴 가리개 착용을 권고했다. 11일(현지시간) 한 여성이 마스크와 얼굴 가리개를 하고 런던 거리를 걷고 있다. [로이터] |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봉쇄 조치 완화 발표가 모호하단 여론의 지적에 대해 정부가 곧장 상세 지침을 내놓았다. 하지만, 이마저도 구체성이나 명료성이 부족하단 비난이 노동계와 재계를 중심으로부터 불거지고 있다.
11일(현지시간) CNN비즈니스, BBC 방송 등에 따르면 영국 정부는 이날 봉쇄 조치 단계적 완화와 관련한 상세 지침을 담은 50쪽 분량의 문서를 공개했다.
‘재건을 위한 우리의 계획: 영국 정부의 코로나19 회복 전략’이란 이름의 지침은 코로나19 발병 이후 처음으로 영국에서 얼굴 가리개 사용을 권고했다. 전날 존슨 총리가 내놓은 3단계 출구 전략에 대한 상세 내용도 담았다.
특히 영국 기업·에너지·산업전략부는 13일부터 재택근무가 불가능한 업종이 다시 문을 열게 되는 것을 대비한 각종 권고사항을 지침에 담았다. 노동조합과 함께 작업장의 위험도 평가를 진행하고, 직원 간 2m 이상 거리를 유지하는 한편 소독을 강화하는 방안 등이다.
그럼에도 노동계와 재계에선 50매에 이르는 지침 속에도 안전 확보에 대한 명확한 대책이 여전히 빠져있다며 정부를 비난하고 나섰다.
특히 노동계에선 “건설·제조업과 같이 집에서 일할 수 없는 사람들은 모두 출근토록 적극 권장해야 한다”는 존슨 총리의 발언에 대해 강한 거부감을 드러냈다.
프랜시스 오그레이디 영국노조회의(TUC) 위원장은 “명확한 방역 지침을 마련하지 못한 상황에서 일터로 복귀하는 것은 혼란을 야기하는 방안”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영국일반노조(GMB) 역시 숙련도가 낮은 직업에서 일하는 남성들이 코로나19 관련 사망률이 증가한 영국 국가통계국 수치를 예로 들며 “노동자들이 모두 안전하기 위한 정부의 적절한 지침이 마련될 때까지 업무에 복귀하는 것을 중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업 관계자들까지도 정부의 보다 명확한 지침을 요구하고 나섰다. 리처드 버지 런던 상공회의소 최고경영자(CEO)는 “각 기업들이 직원들을 안전하게 출근시킬 수 있는 방법에 대한 충분한 정보를 제공받지 못했다”며 런던 내 기업들에게 직원들의 재택 기간 연장을 권고했다.
한편, 존슨 총리의 대국민 담화에 담긴 메시지가 모호하단 점을 꼬집은 영국 코미디언 맷 루카스의 패러디 트위터 영상까지도 영국 내에서 공감을 얻으며 화제가 되고 있다. 존슨 총리의 독특한 말투를 따라 한 해당 영상엔 “존슨 총리의 발언보다 (패러디 영상의 메시지가) 더 명확하다”는 내용의 댓글이 대부분이었다고 CNN은 보도했다. 신동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