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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르포] ‘영업정지’ 행정명령에 홍대 헌팅포차 ‘만원’ vs 이태원 ‘한산’…극과 극
홍대 헌팅포차 앞 인산인해…발열체크, 업소마다 달라
댄스 스테이지 폐쇄 조치 후 일반 음식점만 운영 가능
마포구 측 “일반음식점인 포차·감성주점은 영업 가능”
용인 66번 확진자 다녀간 이태원 거리에는 사람 없어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수칙을 ‘생활 속 거리두기’로 전환한 첫 주말인 지난 10일 자정. 서울 마포구 홍대거리의 한 헌팅포차 앞에 사람들 30여명이 줄을 서고 있다. 주소현 기자/addressh@heraldcorp.com

[헤럴드경제=박상현·주소현·신주희 기자]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수칙을 ‘생활 속 거리두기’로 전환한 뒤 첫 주말인 지난 9일 밤. 서울 마포구 홍대거리는 사람들로 붐볐다. 반면 경기도 용인 66번 확진자의 동선으로 밝혀진 서울 용산구 이태원 거리는 한산했다. 서울시의 ‘유흥시설 무기한 집합금지’ 명령에도 서울의 밤은 극명히 대조되는 모습을 보였다.

토요일인 지난 9일 오후 10시 홍대의 A헌팅포차 입구 앞에는 입구 좌우로 그어진 청테이프 선을 따라 입장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성별로 나뉘어 줄을 서 있었다. 이들은 마스크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고 마주보며 얘기하거나, ‘2m 거리두기’라고 쓰인 푯말에 기대 있는 등 방역당국의 지침을 신경 쓰지 않는 모습이었다. 포차 밖에서 만난 남성 A(27) 씨는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려는 거면 괜찮다. 코로나 안 걸렸다. 건강하다”며 다른 포차(일반 음식점)에 일행이 있다며 합석을 권유하기도 했다.

인근의 B헌팅포차 입구에서도 방역 지침을 준수하지 않는 사람들의 모습이 나타났다. 2층에 위치한 B포차 입장을 위해 계단에 줄을 선 사람들은 마스크를 한 채 계단 한 칸당 한 명씩 서서 일행들과 대화를 나눴다. 모두 옆 사람 숨결이 닿을 수 있는 30㎝ 정도의 거리였다.

같은 날 기자가 방문한 헌팅포차들의 ‘발열 체크’는 제각각이었다. 기자가 줄 선 A헌팅포차는 입구에서 이름, 연락처, 발열·해외여행 유무를 체크한 뒤 손님들을 입장시켰다. 하지만 별도 대기 없이 입장할 수 있는 여성 고객의 경우, 발열 체크를 하지 않고 입장하기도 했다.

입장 후에도 ‘방역 지침’은 잘 지켜지지 않았다. 입장 후 20분이 지났을 무렵, 합석한 손님 2명은 음악소리로 목소리가 잘 들리지 않자 마스크를 벗고 가까이서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입장 후 1시간이 지난 오후 11시께. 입구에는 줄 선 30명가량의 사람은 대부분 마스크를 쓰지 않은 채 줄을 서 있었다.

A포차는 같은 날 ‘무대가 있는 지하 공간은 열지 않는다’고 공지했다. 춤을 출 수 있는 영업장만 폐쇄하면 ‘일반음식점’으로 분류돼 영업을 이어 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앞서 서울시는 같은 날 오후 긴급 브리핑을 통해 ‘클럽·감성주점·콜라텍·룸살롱 같은 모든 유흥시설에 무기한 집합금지’를 명령했다.

A포차에서 만난 서모(26) 씨는 “홍대 클럽이 어제까지 열었다는 얘기를 듣고 오늘 오랜만에 춤추고 싶어서 왔는데 다 문을 닫았다”며 “여기도 지하에 무대가 있는 걸 알고 왔는데 춤을 출 수 없어 아쉽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마포구청 관계자는 11일 헤럴드경제와 통화에서 “클럽과 춤 허용 업소는 모두 영업정지 상태이지만, 일반음식점으로 등록된 포차와 감성주점은 영업이 가능하다”며 “A포차 1층은 일반음식점으로 등록돼 있고, (춤을 출 수 있는) 지하 1·2층은 클럽으로 등록돼 있어, 지하만 영업하지 않으면 1층은 영업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반면, 경기 용인시 66번 확진자의 동선으로 확인된 서울 용산구 이태원 거리와 다른 확진자들이 다녀간 서울 송파구, 경기 성남시 일대는 한산한 모습을 보였다. 지난 10일 오전 2시. 평소라면 한창 붐벼야 할 주말 새벽이지만, 확진자의 동선으로 밝혀진 이태원 클럽 주위 거리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해당 클럽 입구 철문 앞에는 서울시의 ‘집합금지명령’ 안내문이 크게 붙어 있었다.

이태원에서 만난 택시기사 C씨는 “주말에 이렇게 길이 뻥 뚫릴 일이 없는데 확실히 이태원에 사람이 없다”며 “지난 연휴 때는 사람이 꽤 있었는데, 이태원 상권이 진짜 큰일날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 송파구와 경기도 성남시 일대 상인들은 “확진자가 다녀간 가게라고 소문나는 게 제일 두렵다”고 입을 모았다. 지난 10일 오후 8시께 만난 카페 사장 E씨는 “확진자가 지나간 건 맞지만 우리 가게에서 확진자가 나진 않았다. 동선 공개되면서 장사가 안돼 미치겠다”고 언성을 높였다.

확진자 동선 공개에 따른 시민들의 반응 역시 엇갈렸다. 같은 날 거리에서 만난 시민 이모(29) 씨는 “확진자가 갔던 시간대에 같은 장소를 가지 않았고 방역도 했을 테니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고 말했다. 반면 또 다른 시민 이모(26) 씨는 “평소 자주 가던 가게들이 포함돼 굉장히 불안하고 가기 찜찜하다. 아무래도 예전만큼은 가기 힘들다”고 말했다.

poo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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