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매출 사상 최초로 오프라인 추월
쿠팡·마켓컬리 등 ‘빠른 배송’이 일등공신
‘직접 눈으로 보고 사야한다’는 편견 탈피
온라인쇼핑 매출의 53.3% 50+세대 기여
유통 대기업 배송 인프라 확충 ‘시장 사수’
‘3년 동안 겪을 변화를 3개월 만에 압축해 경험했다.’
국내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촉발한 급격한 시장 변화를 이같이 표현했다. 온라인 쇼핑의 성장과 기술발전에도 불구하고 ‘남의 일’로만 여겨졌던 ‘언택트(Untact·비대면) 소비’가 일상이 됐다. 온라인 유통업체는 지난 4월 처음으로 시장 점유율 50%를 넘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미래형 쇼핑이 현재형으로의 전환을 알리는 상징적인 사건으로 받아들여 지고 있다.
온라인 쇼핑, 일상이 되다…‘라이브 모바일’로 한 단계 진화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주요 유통 업체 매출 동향에 따르면 지난 3월 온라인과 오프라인 유통 업체 매출 비중은 50 대 50이었다. 유통 업계의 전체 매출 10조8900억원 가운데 5조4450억원을 쿠팡·이베이코리아·11번가 등 온라인 유통 업체들이 올렸다.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오프라인 매출은 17.6% 감소한 반면 온라인 매출이 16.9% 급증한 영향이다. 작년 3월 온라인 매출 비중은 41.3%에 불과했다. 올해 4월엔 온라인 매출이 오프라인 매출을 처음으로 역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통상자원부가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지 4년 만이다.
온라인 매출을 끌어올린 일등공신은 쿠팡·마켓컬리 등이다. 전국으로 뻗어나가는 빠른 배송을 통해 장보기 대란을 해소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쿠팡은 자체 배송망인 로켓배송을 통해 하루 평균 최대 300만 건의 주문을 처리했다. 온라인 쇼핑몰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배송·물류 인프라에 꾸준히 투자한 덕이다. 로켓배송센터는 2014년 27곳에서 지난해 168곳으로 확대됐고, 로켓배송센터 반경 10㎞ 이내에 거주하는 소비자 수는 259만명에서 3400만명으로 늘었다. 그 결과 올 1분기 쿠팡 결제액은 4조8400억원을 기록했다. 작년 전체 거래액(10조원)의 절반을 1분기에 달성하며 ‘폭풍 성장’했다.
코로나가 단순히 온라인 쇼핑의 양적 성장만 가져온 것도 아니다. 1년여전부터 산발적으로 이뤄지던 라이브 모바일 쇼핑 실험은 백화점을 비롯해 가전양판점 등 오프라인 채널 곳곳으로 확산되고 있다.
온라인 쇼핑에 눈을 뜬 5060…소비습관이 바뀌었다
코로나19는 시민들의 소비 습관도 바꿔놨다. 코로나19 감염을 피하기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시행되면서 비대면 소비가 빠르게 확산됐다. 온라인 쇼핑에 익숙지 않은 5060대도 이마트·홈플러스에 가는 대신 쿠팡·마켓컬리에 접속하기 시작했다. 온라인 쇼핑의 편리함에 눈을 뜬 중장년층은 높은 구매력을 바탕으로 온라인 쇼핑의 주요 고객으로 부상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종식 이후에도 온라인 쇼핑으로 무게 추가 쏠릴 것으로 내다봤다.
중장년층은 코로나19를 기점으로 온라인 쇼핑에 대거 유입됐다. 소비자조사 기관 컨슈머인사이트가 올해 3월 성인 4000명을 대상으로 쇼핑 비용 지출을 조사한 결과, 50대 이상 소비자가 온라인 쇼핑에 쓴 비용은 전체의 53.3%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동기 보다 7.8% 증가한 수치다. 20대(5.8%), 30대(4.4%), 40대(3.8%) 등 모든 연령대 가운데 증감률이 가장 높았다. 중장년층의 주요 소비 품목은 식품·음료(41.2%)인 것으로 나타났다. ‘식품은 직접 눈으로 보고 사야 한다’는 편견을 버리고 온라인에서의 구매를 늘리기 시작했다는 얘기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온라인 쇼핑을 처음 경험한 5060대가 향후 7080대가 된 이후에 주요 고객으로 머물며 온라인 시장을 확장시킬 것”이라며 “코로나19 이후 유통시장의 주도권은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더욱 빠르게 넘어갈 것”이라고 예측했다.
미래형 쇼핑의 핵심은 배송·물류…오프라인의 반격
전통 오프라인 유통 강자들도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선제적으로 대비하고 있다. 롯데·신세계 등 유통 대기업은 온라인 시장의 핵심 경쟁력인 배송과 물류 인프라 구축에 집중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오프라인 매장을 온라인 주문을 처리하는 물류 거점으로 활용하기 위해 시스템을 체계화시키고 있다.
롯데쇼핑은 올해 4월 통합 온라인 쇼핑 플랫폼 ‘롯데온’을 출범시키며 승부수를 던졌다. 소비자가 원하는 시간과 장소에서 상품을 받을 수 있는 ‘적시 배송’을 내세우며 배송 방법을 ‘바로 배송’·‘새벽 배송’·‘스마트 픽’·‘선물 배송’ 등으로 세분화시켰다. 전국 1만5000여개 롯데 오프라인 매장을 물류 거점으로 활용한다는 구상도 밝혔다. 신세계가 미래 성장동력으로 내세운 SSG닷컴도 빠르게 사세를 확장하고 있다. 온라인 전용 물류센터인 ‘네오’를 추가 건설하며 배송 물량을 확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향후 유통시장의 주도권을 지키려는 온라인 업체와 뺏으려는 오프라인 업체가 격돌하면서 변화의 속도가 한층 빨라질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국내 유통시장은 코로나19를 계기로 새로운 질서가 생기는 ‘전략적 변곡점’을 맞았다”며 “중장년층이 온라인 쇼핑으로 급격하게 넘어오면서 3년 동안 일어날 변화가 3개월 만에 압축적으로 발생했다”고 분석했다. 이어 “온라인 업체들이 승기를 잡으면서 오프라인 업체들은 목숨을 걸고 시장을 사수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며 “롯데·신세계 등이 반격을 하면서 국내 유통시장이 서서히 균형점을 찾아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로명 기자·박재석 기자/dodo@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