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로나 뚫은 ‘워크스루 선별진료소’…그런 기발함 어디서…
의료진은 안전 확보, 환자는 신속 검체 채취 ‘전세계 벤치마킹 요청 쇄도’ …김상일 에이치플러스 양지병원 원장이 말하는 ‘K방역 대표선수의 탄생 비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전세계를 강타하고 있다. 국내에선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가 5명 안팎으로 안정적으로 관리되고 있지만, 미국을 비롯해 러시아, 영국 등 세계 각국에선 신규 확진자가 폭증하고 있다. 통계사이트 월드오미터에 따르면 전 세계 코로나19 감염자는 이미 350만 명을 넘어섰으며, 사망자도 25만 명에 육박한다. 하지만 이 숫자가 얼마나 더 올라갈지는 예측하기도 어렵다.

전세계가 한국을 주목하는 이유는 단순히 걷잡을 수 없이 빠른 코로나19 확산세를 이른 시간내에 잡아서가 아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와 질병관리본부, 지자체의 유기적인 협조도 전세계가 주목하는 ‘K-방역’의 한 축을 이룬다. 하지만 무엇보다 전세계에 이른바 ‘K-방역’ 신드롬을 일으킨 주역은 민간병원이다. 전세계에서 러브콜이 쏟아지고 있는 한국산 진단키트는 물량이 딸려서 못팔 지경이다. 진단키트보다 더 유명세를 떨치고 있는 제품(?)도 있다. 바로 서울 관악구에 위치한 종합병원 에이치플러스 양지병원이 개발한 ‘워크스루 선별진료소’이다.

워크스루 선별진료소가 첫 선을 보이자 전세계에서 관심이 폭증했다. 미 CNN은 주요 뉴스로 워크스루 선별진료소를 다루고, 워싱턴포스트지는 1면에 대서특필하기도 했다. 프랑스와 일본 등 선진국들도 앞다투어 취재경쟁을 벌일 정도로 소위 ‘대박’을 쳤다. 수출문의도 쇄도하고 있다. 이미 미국의 몇몇 병원에서 설치를 마쳤으며, 많은 나라에서 ‘한국형 워크스루’를 그대로 만들어 보내달라는 문의가 쇄도하고 있다.

정부가 운영하는 공공병원이나 대학병원이 아닌 서울의 로컬 종합병원이 이런 기발한 물건(?)을 개발할 수 있었던 이유는 뭘까. 처음 워크스루 선별진료소 아이디어를 내고, 이를 실제 현장에 적용하는 것까지 모든 것을 진두지휘한 김상일 양지병원장(47·사진)에게 워크스루 선별진료소가 나온 과정에 대해 들어봤다.

Q: ‘워크스루 선별진료소’란 무엇인가.

정확히는 ‘코로나19 감염안전진료부스’다. 일반 선별진료소는 환자와 의료진이 같은 공간에 있는 것과 달리 워크스루 선별진료소는 환자는 ‘환자 세이프티존’에 설치된 부스로 들어가고, 의료진은 부스 반대편 ‘의료진 클린존’에 위치해 환자와 의료진을 완전 분리시킨다. 의료진은 부스에 부착된 글로브와 인터폰을 통해 환자와 의사소통하며 문진 및 진찰을 하고 필요한 경우 검체 채취를 한다. 부스는 현재 총 4기를 운영 중이다.

진료 과정은 원스톱으로 진행된다. 환자 접수와 전자 문진, 대기, 진료, 검체 채취까지 소요시간은 10~15분이다. 이렇게 하면 하루 80명 정도를 진료할 수 있다.

처음엔 부스만 운영하다 선별진료소를 지속해서 업그레이드 시키고 있다. 최근에는 엑스레이(X-ray) 검사부스를 추가 설치했다. 앰블런스로 내원하는 응급환자가 코로나 의심 증상을 보이면 응급카트를 바로 선별진료소 환자구역으로 이동해 피검자가 카트에 누워있는 상황에서 검사가 가능하다.

Q: 워크스루 선별진료소의 장점은.

의료진과 환자가 완전 분리되기 때문에 무엇보다 의료진의 안전이 가장 큰 장점이다. 검사를 진행하는 의료진은 레벨D 복장을 착용하지 않고 페이스쉴드, N95 마스크 등 기본 방호복장으로 검체 채취가 가능하다. 이를 통해 피로도를 낮추고 검사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진료가 끝난 뒤 소독하는 시간이 짧은 것도 장점이다. 검사가 끝나면 1차로 5분간 환기를 한다. 이후 의료진이 들어가 검체 채취 과정에서 비말이 튈 경우를 대비해 부스 정면에 부착한 비닐 커버를 교체한다. 부스 구석구석을 소독액으로 닦아내는데 공중전화 박스 정도의 크기이다보니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소독이 끝난 뒤에는 다시 2차로 5분간 환기가 이뤄진다. 이 모든 과정이 10~15분 사이다.

지난 1월 말부터 워크스루 선별진료소를 설치한 3월 10일 전까지는 824명을 진료했는데 진료부스 설치 후 진료 환자는 2000명을 넘었다. 이번 주까지 누적 진료 인원은 3000명이 예상된다.

반면 개방형 선별진료소는 환자마다 장갑과 비닐가운을 교체해야 한다. 바람이 불거나 비가 오면 운영이 어려운 점이 있다.

Q: 병원장이 처음 아이디어를 낸 것으로 알고 있다. 이런 아이디어를 낼 생각은 어떻게 했나.

2월 말부터 확진자가 급증하기 시작했는데 당시 일부 지역에서 드라이브스루 선별진료소가 운영되고 있었다. 하지만 우리 병원이 있는 관악구에는 차량이 없는 주민도 많다. 병원 내에 드라이브스루 선별진료소를 설치할 만한 공간도 없었다. 지금 있는 선별진료소는 응급실 옆 주차장 공간 중 일부인 25평 남짓한 공간이다.

그런데 환자가 갑자기 몰리는데 일반적인 선별진료소에서는 하루 8~10명 정도만 검체 채취가 가능했다. 의심 증상이 있었지만 환자를 그냥 돌려보내고 다음 날이나 다다음 날 검사를 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 중에는 진짜 확진자가 있을 수도 있는데 이렇게 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상황에 맞는 대안을 찾아야 했다. 그 때 실험실에서 생물학적 위험 검체를 다룰 때 사용하는 ‘생물안전보호대(BSC)’가 생각났다. 이미 안전성이 검증된 장비였기에 크기만 크게 만들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회의에서 이 말을 했더니 처음 직원들은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다. ‘원장이 또 엉뚱한 일을 벌이는구나’ 하는 표정이었다. 하지만 될 것 같다는 감이 왔다. 바로 병원 지하 4층 보일러실에서 부스를 만들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도면도 없어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했다. 하지만 직원들의 의견을 들으면서 하나씩 기능을 업그레이드했다. 시뮬레이션을 해보니 괜찮을 것 같아 3월 9일 설치했고 10일부터 본격적으로 운영했다.

Q: 양지병원의 워크스루 진료소는 해외 언론에도 소개되면서 해외에서 많은 관심을 보이는 것으로 들었다. 해외 수출 상황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사실 처음 이 장비를 만들 때 수출은 전혀 생각하지 않았다. 이걸 운영하면서 뉴스에 나오자 다른 병원에서 찾아와 정보를 요청해 노하우를 공유했다. 이후 해외 병원 등에서 문의가 계속되고 있다. 부스 자체를 사겠다는 곳도 있다. 미 하버드 의대 부속 메사추세츠 종합병원(MGH)에서는 우리 병원의 워크스루 시스템을 적용해 선별진료소에서 운영 중이다.

이 밖에 카자흐스탄, 일본, 스페인, 아르헨티나 등에서도 벤치마킹 요청이 쇄도하고 있다. 요청이 아니고 “빨리 만들어서 보내라”는 거의 압박에 가까울 정도로 상황이 급한 것 같다.

Q: 이번 코로나 방역에서 전국 600여개의 선별진료소 중 상당수를 민간병원이 운영하면서 코로나 방역에 적지않은 역할을 했다는 평가가 있다.

이번 코로나 상황에서 치료 못지 않게 중요한 것 중 하나가 빠르게 진단해 환자를 찾아낸 것이다. 이 중 공공병원보다 민간병원이 선별진료소 수도 많았고 검체 채취 수도 많았다. 민간병원들이 빠르게 확진자를 찾아 냈기에 병원이 마비되는 것을 줄여주는 역할을 했다고 생각한다. 민간병원 선별 진료소 운영이 어느 나라보다 우수했다. 우리 병원에 취재 온 내셔널지오그래픽이나 NHK 등 해외 언론도 이런 점을 매우 신기해했다. 지금같은 전시 상황에서 이런 점이 큰 역할을 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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