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액 4800만원 미만서 6000만~8000만원으로 상향
세금계산서 발행은 계속하되 세제 혜택만 받는 방향으로
지난 1일 오후 대구시 중구 서문시장 야시장의 60여개 매대가 불을 밝히고 손님을 끌고 있다. 서문시장 야시장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고자 두 달여 간 문을 닫았다가 이날 다시 개장했다. [연합] |
[헤럴드경제=정경수 기자] 내년부터 간이과세자 적용 대상이 늘어나 코로나19 여파로 어려움을 겪는 영세 자영업자의 부가가치세(부가세) 부담이 줄어들 전망이다. 지난 3월 발표된 자영업자 임시 지원책처럼 세금계산서를 받되 세금을 깎아주는 방안이 유력하다.
6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내년부터 현재 연 매출액 4800만원인 간이과세 적용 기준금액을 대폭 올릴 계획이다. 구체적인 방안은 오는 7월 세제개편안에 담아 발표할 예정이다. 국회서 법 개정 작업이 끝나는 내년부턴 세금 감면을 받는 영세 자영업자들이 늘어나게 된다.
다만 세금계산서를 발행하는 번거로움은 계속해 부담해야 할 전망이다. 기재부는 자영업자의 부가세 부담을 낮춰주되 세금계산서는 계속해 내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현행법상 간이과세 사업자는 재화 또는 용역을 공급하고도 언제 누구에게 얼마의 재화 또는 용역을 공급했는지를 나타내는 세금 계산 근거 자료(세금계산서)를 정부에 제출하지 않아도 된다. 또 업종에 따라 매출액의 0.5~3%에 해당하는 낮은 세율로 부가가치세를 납부할 수 있는 혜택이 주어진다. 매출액의 10%를 부가세로 내는 일반과세 사업자에 비하면 세금 부담이 절반도 되지 않는 셈이다.
연매출액 4800만원 미만의 영세 간이과세 사업자는 2018년 기준 156만명이다. 영업이익률이 20%에 달한다고 해도 월 소득이 80만원도 안 된다. 최저임금(180만원)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소득이다.
기재부도 코로나19 여파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자영업자들을 지원해야 한다는 데 동의하고 있다. 물가 상승을 감안할 때 간이과세 기준 금액을 올려야 할 필요성도 있다. 간이과세 기준 금액은 1999년 4800만원으로 설정된 이후 지금까지 한 차례도 변경되지 않았다.
그렇다고 세금계산서를 내지 않는 자영업자가 늘어나는 것은 다른 부작용을 낳을 우려가 있다. 부가가치세제의 성패는 사업자가 '세금계산서'를 얼마나 성실하게 주고받는가에 달렸다. 세금계산서 수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간이과세 사업자와 거래하는 일부 고소득 자영사업자는 거래를 숨기는 탈세 유혹에 빠질 수밖에 없다.
부작용을 막으면서도 자영업자를 지원하기 위해선 '세금계산서 발행 유지+부가세 감면' 형태로 세제를 개편해야 한다는 게 기재부 입장이다.
적용대상 범위를 어느 정도까지 확대할지는 논란이 될 전망이다. 유승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연매출 6000만원, 김정재 미래통합당 의원은 1억4000만원까지 올리자고 법 개정안을 발의한 상태다. 여야 간 간극이 크다.
기재부는 세수 문제 등을 고려해 6000만~8000만원선에서 기준을 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3월 한시적인 지원책을 만들 때도 기재부는 6000만원을 제시했고, 국회서 8000만원으로 합의가 됐다. 이를 통해 연매출 8800만원 미만 자영업자는 연평균 30만∼120만원의 부가세 감면 혜택을 받고 있다.
만약 간이과세 기준금액을 4800만원에서 1억4000만원으로 인상하면 부가세 수입은 향후 5년 간 연평균 1조3305억원 감소할 것으로 추계된다. 연간 전체 부가세수가 70조원대인 점을 감안하더라도 큰 손실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과세 기반을 허무는 간이과세 방법보단 세액공제를 통해 영세 자영업자를 지원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홍기용 인천대 교수는 "간이과세제 폐지 목소리가 나오는 상황에서 오히려 지원 범위 확대를 통해 세원 투명성을 떨어뜨려선 안된다"며 "거래는 투명하게 유지하되 별도 부가세 감면 제도를 도입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kwater@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