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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에서] 한국은 무시…넷플릭스만의 '협상법'

'미국 케이블비젼, 프랑스 부이그텔레콤, 영국 버진미디어'

이들 해외 방송·통신 사업자에게는 두 가지 공통점이 있다. 각 국의 유료방송 시장에서 1위가 되지 못한, 이른바 '하위 사업자'라는 점이다. 또 하나는 최근 망이용료 지불 문제를 놓고 국내에서 '뜨거운 감자'로 부상한 넷플릭스와 관련이 있다. 이들은 넷플릭스가 각 국에서 망이용료 협상을 시작할 당시, 첫번째 '타깃'으로 삼은 사업자다.

넷플릭스는 유료방송 사업자 중 점유율이 낮은 곳부터 계약을 체결하는 '악명 높은 협상법'으로 유명하다. 2013년 미국에서 망이용료 이슈가 본격적으로 부각되자, 케이블 4위 사업자인 케이블비젼과 먼저 협상을 체결한 것이 대표적이다. 2014년 프랑스 시장에 진출할 당시에도 시장 3위인 부이그텔레콤을 우선 공략했다. 영국 시장에서 서비스 제휴를 위해 넷플릭스가 먼저 접촉한 곳도 1위 스카이가 아닌 2위 버진미디어다.

이는 점유율 확대가 시급한 하위 사업자의 약점을 공략하는 수법이다. 상대의 '약한 고리'를 먼저 끊어, 불리한 조건을 내세우며 원하는 바를 관철시키는 방식으로 넷플릭스의 '갑질' 협상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넷플릭스는 하위 사업자에게 자신들의 콘텐츠 경쟁력을 앞세워 통신망 '무임승차'를 요구한다. 일방적인 계약을 성사시킨 넷플릭스는 그 타깃을 3위에서 2위, 2위에서 1위 사업자로 '상향' 한다. 하위 사업자를 상대로 유리한 계약을 이끌어낸 다음 그 위의 상위 사업자를 압박하는 식이다. 이런 식으로 넷플릭스는 자신만의 협상법을 통해 거대한 공룡으로 몸집을 키우며 '갑질'을 이어가고 있다.

이 같은 협상법에 국내 유료방송 시장도 갈수록 넷플릭스에 좌지우지되고 있다. 넷플릭스는 국내 3위 사업자인 LG유플러스에 이어 2위 SK브로드밴드까지 정조준한 가운데 시장 1위 KT만 남겨두게 됐다. 여기에 넷플릭스는 정부 중재까지 건너뛰는 변칙을 하나 더 추가했다. SK브로드밴드와의 망이용료 협상이 불리한 위치에 놓이자, 넷플릭스가 법적 소송 카드까지 꺼낸 것이다. 방송통신위원회의 조정이 이뤄지고 있던 상황에서 국내 규제기관까지 무시한 '갑질'이다.

하지만 넷플릭스에 승산이 크지는 않다. 넷플릭스는 해외에서도 망이용료 분쟁 끝에 미국 컴캐스트, 버라이즌, AT&T, 타임워너 등 미국 주요 사업자와 결국 망이용료 지급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프랑스 통신사 오렌지 등과도 망이용료 지급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알려진다.

SK브로드밴드와 넷플릭스의 협상 중재안을 준비하던 방통위는 최근 '통신사가 동영상 공급업체에게도 망이용료를 받을 수 있다'는 취지로 입장을 정리했다. 넷플릭스의 소송 제기로 방통위의 중재안은 실효성을 잃었지만, 이는 넷플릭스의 무임 승차를 더 이상 간과하지 않겠다는 의미도 담겼다. 이제라도 넷플릭스는 정당하게 협상 테이블에 나서야 한다. 넷플릭스가 끊어야 할 것은 '약한 고리'가 아닌 국내 시장을 기만하는 '갑질의 고리'다.

sjpar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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