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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김종인 비대위’ 비토한 통합당, 차라리 해체 선언하라

미래통합당에 도무지 미래가 보이지 않는다. 지난 총선에서의 궤멸적 참패로 보수 정치 세력 자체가 와해될 위기에 봉착했는데도 이를 수습할 의지도, 능력도 없어 보이기에 하는 말이다. 그나마 쇄신의 기회로 여겼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마저 당내 중진들의 반발에 밀려 사실상 무산됐다. 통합당의 지도 체제는 장기 공백이 불가피하게 됐다.

지금 통합당은 뼈를 깎는 자성과 혁신으로 환골탈태해도 국민의 신뢰를 되찾기에는 한참 모자란 상황이다. 그런데도 쇄신은 고사하고 자중지란에 빠져 아웅다웅하고 있으니 국민은 실망을 넘어 아예 포기한 상태다. 오죽하면 통합당에 대한 혐오도가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장 수준이란 말이 나오겠는가. 이런 식이라면 차라리 해체를 선언하는 게 성원해준 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라고 본다.

‘김종인 체제’ 출범을 둘러싼 내분은 통합당의 상황 인식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통합당은 28일 전국위원위원회를 열어 김종인 전 총괄선대위원장이 비대위를 맡는 안을 가결했다. 하지만 상임전국위원회가 성원 미달로 열리지 못했다. 당내 중진들의 반발로 ‘김종인 비대위’를 4개월짜리 ‘관리형 비대위’로 전락시킨 것이다. 이 과정에서 이들이 상임위원의 불참을 독려했다는 말도 들린다. 중진들이 반대하는 이유는 뻔하다. 김 전 위원장의 주장처럼 비대위가 무기한 전권을 행사하게 되면 자신들의 당내 입지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배가 가라앉고 있는데, 좋은 자리를 차지하겠다고 다투는 것과 하나 다를 게 없다.

이런 통합당의 모습은 처음이 아니다. 네 번이나 연속 큰 선거에서 패배했고, 그때마다 반성과 쇄신을 약속했다. 하지만 번번이 결과는 똑같았다. 비대위가 구성되면 당권 또는 대권주자들이 득실을 따져 반대하기를 되풀이해온 것이다. 정말 거듭날 의지가 있다면 기존 구성원이 기득권을 모두 내려놓아야 한다. 물론 ‘김종인 체제’가 모든 걸 해결해 주지는 않는다. 그렇다면 더욱 더 개인적 이해는 접어두고 당을 살리는 데 한방향으로 힘을 모아야 한다. 당의 중진이라면 특히 그 모범이 돼야 한다. 그런데도 대안 없이 마구 흔들어대니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하는 것이다.

‘강한 정부여당’을 견제하려면 그에 못지않은 ‘강한 야당’이 필요하다. 그래야 국정의 균형이 유지된다. 하지만 웰빙야당이 체질화되고 있는 지금의 통합당에 이를 기대하기는 힘들다. 아무리 분칠하고 덧칠을 해도 바탕은 변하지 않는다. 새 도화지에 밑그림부터 다시 그리는 것이 더 빠르고 효과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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