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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면포 위 스민 먹빛, 힘차게 그은 선…독창적 시공간 그려 낸 윤형근을 돌아보다
PKM갤러리서 회고전…6월 20일까지
윤형근, Burnt Umber Ultramarine, 91-86, 1991, Oil on linen, 80x208cm [사진제공=PKM갤러리]

한국 단색화의 거장 윤형근(1928~2007)의 회고전이 서울 삼청동 PKM갤러리에서 열린다. 지난해 베니스 포르투니 미술관의 순회 회고전 이후 국내에서 첫 전시다.

이번 전시에는 1980년대 말에서 1990년대 말 사이에 제작된 작품들이 나왔다. 작가 스스로 ‘천지문(天地門)’이라고 명명한 작업이 한창 무르익은 시기다. 고유한 본질은 보전하면서도 형식적 원숙미가 일품이다. 작가는 “블루는 하늘이요, 엄버(Umber·암갈색)는 땅의 빛깔이다. 그래서 천지라 했고 구도는 문(gate)”이라며 하늘을 뜻하는 청색과 땅의 색인 암갈색을 섞어 만든 ‘오묘한 검은색’을 큰 붓으로 찍어 내리듯 그어 완성했다. 아무런 처리를 하지 않은 면포와 마포 위에 내려앉은 물감은 자연스런 스밈을 자랑한다. 인간이 제어할 수 없는 물질들의 시간이자 공간이다. 이번 전시에 출품된 작품들은 특히 이러한 스밈이 아름답다. 그 아래로 힘차게 그은 선은 하늘 아래 독립적 개체로 우뚝 선 인간의 의지로 읽힌다.

전시엔 윤형근이 생전에 중요하게 생각했던 추사 김정희의 글씨와 미니멀 아트의 대가 도널드 저드의 작품도 나왔다. 특히 1991년 저드와의 만남에 윤형근이 큰 영향을 받았다는 평이다. 순수 먹빛에 가까운 물감색과 직관적 비례감을 통해 서구 미니멀리즘을 포괄하는 깊이있는 독창성이 발현됐다.

갤러리측은 “작위와 기교가 배제된 윤형근의 작업은 서화를 고매한 인격의 자연스러운 발현으로 여겼던 옛 선비정신과도 맞닿아 있는데, 실제로 생전에 그 자신의 그림은 조선 말기 추사 김정희의 쓰기에 뿌리를 두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며 “추사 작품의 졸박청고(拙樸淸高: 서투른 듯 맑고 고아함)와 결을 같이한다”고 설명했다. 전시는 6월 20일까지 이어진다.

이한빛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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