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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선생님은 영상 제작 전문가 아니다”…커진 ‘교사 역할’ 고민[온라인 개학 2주, 明暗]
학생·학부모 “학습시간↓…지속적·집중적 학습도 어렵다”
교사 “너무 자주 바뀌는 정책…시간과 자원 낭비 심하다”
전문가 “교육부, 학습격차 커지지 않게 장기대책 세워야”

서울의 한 초등학교에서 교사가 온라인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윤호·주소현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초중고교에 원격 수업을 도입한 지 2주가 지나면서 온라인 수업의 한계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교사들은 자신의 역할이 영상 제작에 편중됨에 따라 고민이 커지고 있다. 학생과 학부모들 사이에서도 지속적이고 집중적인 학습이 어렵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23일 교육 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사걱세) 등에 따르면 최근 관련 간담회에 참여한 서울 소재 중학교 영어 교사 A 씨는 “교사는 영상 콘텐츠 제작의 전문가가 아니다. 어차피 EBS 강사들이 만든 수업 퀄리티를 따라갈 수가 없다. 교사의 역할은 무엇인지 고민된다”고 말했다.

경기 소재 중학교 음악 교사 B 씨도 “너무 자주 바뀌는 기조와 정책 때문에 시간과 자원의 낭비가 심하다”며 “단톡방을 만들고 방법을 알려주는데 2~3일이 걸렸고, 학부모 카톡방도 만들어서 똑같이 진행했다. 오후 4시30분에 퇴근해도 이후에 담임으로서 아이들과 학부모들을 챙기는 일이 엄청나게 많다”고 했다.

경북의 한 초등학교에서 체육을 가르치는 C 씨는 “공교육에 대한 신뢰를 잃어가는 걸 느낀다”며 “심지어 낮에도 수업 시간에 안 들어와서 연락하면 ‘학원 수업 중이라 나중에 연락하겠다’고 답하는 학생도 있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고3 재학생들을 중심으로 학생들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 경기 소재 고등학교 3학년에 재학 중인 김모(18) 군은 “일단 등교를 안 해도 돼서 피곤함은 덜하지만, 그만큼 집중력이 떨어진다. 아무래도 온라인 수업이 다보니 사이트에 올라온 강의 시청도 미루게 된다”고 토로했다.

서울의 한 고교에 재학중인 박모(18) 군도 “학력평가는 집에서 알아서 풀게 됐는데, 고3만 등교한다면 전 학년 학급에 3분의 1씩 배치해 푸는 방안도 좋았을 거라고 생각한다. 방침이 서둘러 나온 거 같아 아쉽다”고 했다.

학부모들도 힘이 부치는 모습이다. 초등학교 4학년 딸을 둔 이모(36) 씨는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평상시 학교 다닐 때보다 학습 시간이 현저히 줄었다”며 “학교에 등교하지 않아 점심 식사를 챙겨줄 사람이 없어서 늘 걱정이 된다”고 말했다.

서울의 초등학생 학부모 조모(39) 씨도 “애가 두 명이라 양쪽에서 엄마를 찾아서 미칠 노릇”이라며 “몇몇 중학교는 하루에 수업을 끝내는 것이 아니라, 일주일치가 한꺼번에 열려서 아이들이 하루에 몰아 듣는 경우도 있다고 들었다”고 했다.

이에 대해 사걱세 관계자는 “생소한 교육 환경에 발빠르게 대처해야 하는 몫이 사실상 교사의 역량과 책임감에만 맡겨진 상황인만큼 학생과 교사는 물론 학부모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교육부는 온라인 개학을 교사의 몫으로만 둘 것이 아니라, 교사·학교 간 대응의 차이가 학생의 학습 격차로 이어지지 않도록 장기적 대책을 수립하고 세심하게 현장을 들여다보며 소통을 강화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address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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