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전체 코로나19 희생자의 20% 웃돌아
미국 요양시설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1만명 이상이 희생됐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사진은 미국 조지아주의 한 요양시설에 감염관리팀이 파견돼 소독을 하는 모습. [EPA] |
[헤럴드경제=김우영 기자] 미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희생된 이들의 상당수가 요양시설에서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22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각 주 보건당국의 코로나19 자료를 집계한 결과, 적어도 35개주에서 최소 1만783명이 요양시설에서 숨졌다고 전했다.
이는 4만7000여명에 달하는 미국 전체 코로나19 사망자의 20%를 넘는 수치다.
WSJ 집계에는 오하이오주와 워싱턴주 등 일부 지역은 빠져있어 실제 요양시설 사망자는 더 많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워싱턴주는 미국 내 주요 코로나19 발병지다.
요양시설에 거주하는 사람들은 이미 건강이 약한 노인이어서 코로나19에 더 취약하다고 WSJ은 설명했다. 요양시설 운영자들은 여전히 코로나19를 제때 검진하고 충분한 방역을 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토로했다.
앞서 AP통신 역시 요양시설들이 만성적으로 관리 인력이 부족한데다 마스크 같은 개인 보호장비가 제대로 보급되지 않아 집단 감염과 사망을 초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요양시설이 코로나19 확산지로 꼽히면서 미국의 코로나19 대처가 출발부터 잘못됐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미국이 코로나19 첫 사망자로 공식 발표했던 지난 2월 26일 숨진 2명은 워싱턴주 커클랜드의 한 요양시설에 거주한 것으로 알려졌다. 처음으로 집단감염이 보고된 곳도 시애틀 인근 요양시설인 ‘라이프케어센터’로, 여기서만 40명 이상이 코로나19로 희생됐다.
미국 관련 규정에 따르면 요양시설 입소자가 병에 걸렸을 경우 가족에게는 이를 통보하도록 돼 있지만 다른 입소자 가족에게는 알리지 않아도 된다. 각 주 보건당국과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역시 환자 비밀 보호 등을 이유로 코로나19 확진자·사망자가 나온 요양시설 공개를 거부하고 있다. 이에 따라 미국에는 2500개 이상의 장기 요양시설이 있지만 현재 정확한 통계나 현황 파악조차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kwy@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