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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럴드시사] 10년을 다시 생각한다

기업이 회생 절차를 신청하는 목적은 채무를 탕감받기 위함이다. 회생 절차에서 기업은 채무액 중 일부를 일정 기간 변제하는 계획서를 제출하는데, 이것이 회생계획이다. 그렇다면 기업은 몇 년 동안 채무를 변제해 할까. 실무적으로 10년이다. 10년은 어디서 나온 것일까. 늘 고민하던 것이다. 왜 10년이어야 하지?

기업에 대한 채무 조정의 근거법인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은 채무의 변제 기한을 연장할 경우 ‘10년을 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다(제195조). 위 규정에 근거해 10년을 변제하게 하는 것으로 생각된다. 그런데 위 규정의 문구를 잘 보면 ‘10년을 넘지 못한다’고 돼 있지, 10년이라고 돼 있지 않다. 그런데도 현재의 실무는 기계적으로 10년의 회생계획을 작성하고 있다. 기업 재정 상태가 어떤지, 향후 매출 추이는 어떤지 등의 고려 없이 그냥 10년으로 하고 있다.

법원의 이러한 도식적인 실무 운용으로 인한 문제는 개인회생에서 몇 년 전에 발생했고 그 여파는 아직도 진행 중이다.

2018년 개인회생 절차에서 변제 기간을 5년에서 3년으로 단축하는 법 개정이 있었다. 법이 개정되기 전 실무는 변제 기간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5년으로 했다. 법에는 5년으로 하라는 규정은 없었다. 회생 절차에서와 마찬가지로 변제 기간은 ‘5년을 넘어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돼 있을 뿐이었다. 그래서 법원이 의지만 있었다면 3년의 변제계획을 작성하는 것은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미국이나 일본 등이 이미 변제 기간을 3년으로 하고 있었고, 경제 사정이 좋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법원이 선제적으로 3년으로 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2018년 법이 개정되기 전까지는 이러한 조치는 없었다.

5년에서 3년으로 단축하는 법이 개정된 이후에도 혼선은 계속됐다. 변제 기간 단축이 2018년 6월 13일 이후 신청된 사건에만 적용되게 돼 있어 그 이전에 3년 이상 변제하거나 변제를 진행 중인 개인에게는 적용되지 않게 된 것이다.

그래서 이번에 다시 한 번 법 개정이 이뤄졌다. 2018년 6월 13일 당시 이미 3년의 변제를 한 개인에게도 변제 기간 단축의 혜택을 부여한 것이다. 그러나 여전히 문제다. 2018년 6월 13일 당시 3년간 변제를 하지 못한 사람은 어떻게 되는가다. 예컨대 2년11개월 변제한 사람 말이다.

다시 기업의 경우로 돌아가 보자.

회생 절차는 기본적으로 대기업을 전제로 만들어진 것이고, 그래서 절차가 복잡하고 비용이 많이 든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중소기업을 위한 간이 회생 절차를 도입했다. 중소기업이 저렴한 비용으로 신속하게 회생 절차를 진행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문제는 중소기업의 경우, 심지어 개인사업자의 경우도 변제 기간은 여전히 10년을 유지한 채 운영하고 있다는 것이다. 기업을 운영하는 사람에게 10년은 결코 짧은 기간이 아니다. 특히 젊은 사람들은 10년을 ‘영원’이라고 느낄 것이다.

이런 점에서 최근 미국 연방도산법의 개정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미국의 경우도 기존 회생 절차가 너무 복잡하고 비용이 많이 들며 회생 절차 진행 기간이 길다는 비판이 있었다. 이에 미국은 2019년 8월 23일 연방도산법을 개정해, 중소기업의 경우 변제 기간을 원칙적으로 3년으로 하고 5년을 넘지 못하도록 했다. 변제 기간이 3년 내지 5년으로 된 것이다.

기업의 유형은 점점 더 다양화되고 중소기업의 기업 환경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최근 코로나19 사태로 직격탄을 맞았다. 중소기업이 회생의 기회를 놓치지 않도록 법원의 실무 운용이 선제적으로 변화할 필요가 있다.

이제 적어도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간이 회생 절차에서 변제 기간 10년은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

5년이면 어떨까. 이는 법 개정이 필요 없다. 법원의 의지에 달린 것이다.

전대규 서울회생법원 부장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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