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인들 ‘공감의 리더십’ 부각
트럼프 ‘남탓에 자찬’과 대비돼
린든 존슨 전 미국 대통령이 1968년 7월 31일 백악관 회의실에 홀로 앉아 베트남전에 나간 미군 희생자 수 등이 담긴 보고 테이프를 듣고 좌절한 듯 웅크리고 있다(왼쪽).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인공호흡기 수급 관련 언론이 자신을 얼마나 좋지 않게 다루고 있는지에 대해 불평을 하고 있다. 미국인들은 코로나19 위기에서 희생자에 대한 공감을 나타내지 않는 트럼프 대통령을 존슨 전 대통령과 오버랩해 비교하고 있다.[린든 존슨 도서관·AP] |
베트남 전쟁이 한창이던 52년 전, 린든 존슨 전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 회의실에서 혼자 괴로운 듯 웅크리고 있는 한 장의 흑백사진이 조용한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사진이 찍힌 시점은 미군 희생자가 4만명에 육박하던 때다.
20일(현지시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미국인 사망자 4만여명과 엇비슷하기에 미국인들은 최소한 ‘공감의 리더십’이 중요하다는 점을 곱씹는 분위기다. 코로나19 대응에 남 탓과 자화자찬을 주로 하는 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언행과 겹쳐져서다.
미국의 정치평론가 글렌 스미스가 전날 트위터에 게재한 존슨 전 대통령의 사진은 이날 현재 1만7000차례 이상 리트윗(다른 사람에게 전달하거나 읽어 보라고 추천하는 것)되고 5만명가량 공감하는 등 입소문을 타고 퍼지고 있다.
린든존슨도서관에 따르면 사진은 1968년 7월 31일 촬영됐다. 존슨 전 대통령이 베트남전에 참전한 사위인 찰스 롭 대위가 보낸 현지 상황보고 테이프를 듣고 있는 장면이다.
존슨 전 대통령은 미국의 베트남전 참전으로 큰 비판을 받아왔다. 그러나 이 사진은 수많은 미군 사망자가 발생하고 있다는 보고에 충격을 받고 괴로워했던 장면으로 꼽힌다. 그는 이에 앞서 같은 해 3월 31일 “베트남전 종전에 집중하기 위해 재선에 나서지 않겠다”고 전격 발표하기도 했다.
사진을 접한 미국인들은 존슨 전 대통령에 대해 “적어도 그는 심장이 있었다”는 평가를 하고 있다. 아울러 “트럼프 대통령은 (코로나19) 사망자에 대해선 언급이 없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지율에만 신경 쓴다” 등의 반응도 쏟아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코로나19 위기 국면에서 늑장대응 비판에 맞서 주지사들과 권한논쟁을 벌이거나 진단검사를 세계에서 가장 많이 한다는 등 자찬으로 일관해 국민의 피로감을 높였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
그는 이날 백악관 코로나19 브리핑에서도 연방정부가 주지사들에게 검사 능력 추가를 위한 실험실 명단을 줬다며 “검사가 매우 좋은 상태”라고 했다. 경제활동 재개하기엔 검사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의견을 내는 주지사에 대해 “정치적으로 매우 위험한 게임을 하고 있다”고 비판하면서다.
트럼프 대통령은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자신과 대립각을 세운 앤드루 쿠오모 뉴욕주지사와 21일 오후 백악관에서 면담을 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홍성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