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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영상의 오지랖] 총선 참패 첫 수습책이 자리싸움?…그렇다면 통합당엔 답 없다
비대위 구성 vs 새 지도부 조기 선출 놓고 분열음
최악 패배 이후 대책이란 게 ‘그 인물에 그 인물’
‘중도층 외면’ 통렬한 반성없이 자리싸움 모양새로
김종인·안철수·유승민·홍준표 등 인물평만 뒤따라
일각 “당권 정비보다 더 중요한 것은 참회의 반성”
중도층 시선끌 ‘원점서 시작’ 없으면 당 미래 없어
미래통합당 황교안 대표가 제21대 총선일인 지난 15일 국회도서관 강당에 마련된 미래통합당-미래한국당 개표상황실에서 총선 결과 관련, 당대표직 사퇴를 밝히고 있다. [연합]

총선(4월 15일)에서 사상 최악의 참패를 당한 미래통합당은 다음날 현수막 하나를 내걸었다. “국민 뜻 겸허히 받들어 다시 시작하겠습니다”는 글귀였다. 총선후 닷새가 흘렀다. 국민의 뜻을 받들겠다는 것은 알겠는데, 다시 시작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그 정도로 총선 패배 후 ‘패닉’속에 빠진 통합당의 새길 찾기는 우왕좌왕 상태다.

통합당 내부는 총선 패배뒤 지난 주말까지 참패에 대한 수습대책을 찾지 못하고 허둥댔다. 그럴만 했다. 황교안 전 대표와 심재철 전 원내대표(현 대표권한대행)는 낙마했다. 조경태 최고위원을 제외하고는 모든 최고위원도 총선에서 졌다. 통합당의 지도부가 와해된 것이다. 지도부가 일시에 무너지다보니 무엇부터, 어디서부터, 언제부터 수습을 해야 하는지 헤매는 리더십 실종상태를 맞이하게 된 것이다.

다양한 얘기와 찬반 논란이 나왔다. 김종인 전 선대위원장을 비대위원장으로 영입해 통합당의 새로운 길을 모색해야 한다느니,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합쳐야 한다느니, 유승민 의원이 중추적 역할을 해야 한다느니 정제되지 못한 각론만 쏟아졌다. 누가 누가 원내대표에 도전한다는 말도 뒤따랐다. 여기에 공천배제후 무소속으로 대구 수성을에 출마해 당선된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는 벌써부터 ‘대권을 향한 꿈’을 공개적으로 밝히면서 입방아에 올랐다. 사상 최악의 참패를 기록한 통합당 패배의 잉크가 마르기 전에 자리싸움만 벌인다는 세간의 눈총을 받을만 했다. 통합당 내부에선 이에 총선 참패는 그렇다고 해도, 그걸추스릴 답이 없다는 게 더 참담하다는 자조의 목소리마저 나왔다. 통합당 관계자는 “이번 총선에서 중도층에서 철저하게 외면당한 것으로 나왔는데, 그것에 대한 반성과 진단, 해법부터 출발해야 하는데 비대위 구성 잡음부터 나오는 현실이 답답하다”고 했다.

그의 말은 정확해 보인다. 통합당의 패배 원인은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무엇보다 중도층의 외면을 받았기 때문이다. 수도권에서의 역대 최악의 성적표는 이를 방증한다. 통합당은 중도층과 부동층이 표심을 좌지우지한다는 수도권 121석 중 불과 16석만을 얻었다. 특히 중도층이 선거의 바로미터라는 대전에서는 7석 중 하나도 챙기지 못했다. 이번 선거에 나타난 중도층의 민심은 “민주당이 싫은데, 통합당은 더 싫다”로 요약됐다는 게 중론이다. 이는 통합당 내부도 인정하는 바다. 부산 사상구 선거에서 승리한 장제원 통합당 당선인은 지난 17일 SNS를 통해 “(여당에) 180석이라는 역대급 승리를 안겨준 국민들은 민주당이 좋아서가 아니라 통합당이 싫어서 야당을 심판한 것”이라며 “(통합당은) 중도층으로부터 미움 받는 정당, 우리 지지층에게는 걱정을 드리는 정당이 돼버렸다”고 한탄했다.

미래통합당 김종인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이 지난 16일 오전 국회에서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결과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

이러다보니 통합당은 오랜 역사의 전국정당, 보수를 대표하는 제1야당이라는 긍지가 사라졌다. 전국정당은 커녕 작게는 영남당, 크게 봐도 영남·강남당으로 전락한 것이다. 통합당은 전통적인 텃밭인 영남을 싹쓸이 했고, 서울 강남3구와 용산에서 선전했지만 나머지 지역에선 힘 한번 제대로 쓰지 못하고 무너졌다. 통합당은 미래한국당의 비례 19석을 합쳐 103석을 확보하는데 그쳤다. 그나마 개헌저지선(101석)을 겨우 턱걸이해 넘기는데 만족해야 했다. 더불어민주당(163석)과 더불어시민당(17석)의 180석에 비하면 너무도 초라한 결과다.

지난해말 갤럽은 통합당의 전신인 자유한국당에 대한 호감 여부를 조사했는데, 비호감(62%)은 호감(28%)을 압도했다. 특히 2030은 물론 4050에서의 자유한국당에 대한 비호감은 모두 70% 안팎에 달했다. 20대 국회에서의 ‘동물국회’에 대한 잔상이 이런 결과를 낳은 것으로 보인다. 이번 선거에서 중도층이 “민주당이 싫은데, 통합당은 더 싫다”며 통합당을 외면한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일찌감치 예견돼 왔다는 뜻이다.

이런 측면에서 통합당의 새길은 무엇보다 중도층의 통합당에 대한 실망과 외면을 해소할 특단책인 것으로 보인다는 게 중론이다. 김종인 선대위원장은 이번 선거 결과에 대해 “보수진영의 표는 35%가 한계인 것을 절감했다”고 했다. 중도층의 마음을 붙잡지 못하면 영원히 ‘35%의 덫’에 걸린채 만년 2등 정당이 될 수 밖에 없다는 의미로 읽혀진다.

통합당이 중도층 외연을 넓혀야 하는 이유는 데이터로도 증명된다. 이번 21대 총선에서 지역구 선거로만 보면 민주당(163석)과 통합당(84석)의 의석수는 더블스코어 차이가 났지만, 득표율은 민주당 49.26%(1434만5425표), 통합당 40.92%(1191만8026표)로 그 차이는 8~9%포인트였다. 득표율보다는 해당 지역 승리 여부가 의석수를 가름하기에 그 득표율의 의미는 가려졌지만, 이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중도층과 무당층의 마음을 사로잡았으면 그 결과가 사뭇 달라졌을 수 있다는 의미다.

4·15 총선 대구 수성을 무소속 홍준표 당선인이 지난 16일 오후 대구시 수성구 두산오거리 인근에서 당선 인사를 하고 있다. [연합]

이번 선거 결과에 대해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뉴시스와 통화에서 “계속된 실언에 젊은층들이 통합당을 오만한 꼰대정당이라고 본 것 같다”며 “차명진 논란(세월호 발언)에도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당 지도부를 보며 통합당의 위기 대처 능력에 실망했을 것”이라고 했다.

그의 말에 공감을 하면서도, 거기에 한가지를 붙이자면 이번엔 젊은층 외에도 중도층 역시 통합당에 대해 그런 시각을 가졌다고 본다. 많은 중도층 역시 통합당을 꼰대(권위적인 사고를 가진 기성세대를 젊은이들이 비꼬는 말. 글에 꼰대라는 말을 거의 안쓰는데, 이보다 정확한 표현이 떠오르지 않아 할 수 없이 이 단어를 동원한다)정당으로 인식했고, 이에 표를 민주당 쪽으로 던졌다고 본다. 통합당이 반대를 위한 반대 정당, 막말 정당, 허세와 권위적 정당의 모습을 벗지 않으면 미래가 없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권영세 당선인(서울 용산)은 이런 점에서 쓴소리를 냈다. 그는 지난 17일 페이스북을 통해 당내 비상대책위원회 체제와 관련한 논의에 대해 “선거에서 처참하게 참패한 당이 고작 한다는게 감투싸움인 것으로 비쳐질까 두렵다”고 했다. 그는 “문재인정권이 잘한 게 없지만 통합당도 그들을 심판할 자격이 없다는 것이 이번 선거에서 표출된 민심이다. 당을 허물고 완전히 새로워지는 것이 국민의 명령”이라며 “안타깝게도 지금 당 안팎에서는 새 지도부를 꾸리는 것에 관한 논의만 눈에 띄는데, 지금 우리가 가장 먼저 해야할 것은 ‘왜 졌는지’에 대한 철저한 성찰이며 우리가 그동안 비상대책위를 만들지 않아서 선거에 졌는가. 철저한 자기반성이 먼저다. 일에는 선후가 있다”고 했다. 통합당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손가락 하나쯤은 잘라내겠다는 처절한 참회와 반성이 선행돼야 할 것”이라며 “권위와 허세를 내려놓고 품격있는 정치로 새로 태어나겠다는 비상한 각오가 없으면 안된다는 내부 목소리도 크다”고 했다. 그는 “현재의 통합당은 김종인, 유승민, 안철수, 홍준표, 김태호 등 이름이 중요한 것은 아니며, 완전 해체를 비롯한 뼈를 깎는 환골탈태가 시급한 것”이라고 했다.

개인적으로 통합당의 향후 주소에 관심을 갖고 있는 것은 미우나 싫으나 제1야당의 견제와 균형은 필요하다고 믿기 때문이다. 집권여당은 180석의 슈퍼공룡으로 재탄생했다. 개헌 빼놓고는 모든 것을 할 수 있는 무소불위 권력을 갖게 된 것이다. 유권자들은 오로지 ‘국정안정론’을 중시해 ‘야당심판론’에 표를 던졌지만, 이를 여당이 오판을 할 경우 독단정치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여당의 거대 권력을 계기로 정부가 독단적 경제정책을 고집할 경우, 그 부담의 몫은 국민을 향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는 경계해야 할 일로 본다. 건전하고 합리적이고 균형점 있는 야당은 그래서 필요한 것이다.

통합당이 20일 오후 총선 패배 후 첫 의원총회를 열었다. 갈 길을 잃은 당의 진로를 모색하는 자리였다. 하지만 비대위 체제로의 주장과 새 지도부 조기 선출론이 충돌하면서 분열음만 보였다. 유권자들이 냉정하게 외면한 현실을 직시하거나, 처절한 참회의 반성부터 출발하는 모습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썩은 살을 도려내려는 ‘극단적 자기 검열’은 없었다. 새 갈길 찾기에 똘똘 뭉쳐도 모자랄판에 사분오열의 모양새만 노출한 것이다.

고질적인 자리싸움과 ‘그 사람이 그 사람’인 인물 돌려막기를 벗지 못하고 회한의 반성 없는 ‘도로 통합당’으로 귀결된다면 그땐 영원히 ‘답없는 당’이 될 것임을 국민들은 다 아는데, 통합당만 정녕 모른단 말인가.

〈헤럴드경제 기자, 마케팅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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