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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8년만 최저 유가에 DLS 원금 손실 우려↑
지난해 12월, 올1월 발행 DLS ‘녹인’ 구간 진입
감산합의 불구 유가는 최저 수준…만기 짧아 손실 불가피

[헤럴드경제=이태형 기자] 서부텍사스산원유(WTI)와 브렌트유를 기초 자산으로 하는 파생결합증권(DLS)에 투자한 투자자들이 아침잠을 설치고 있다. 새벽에 전해지는 국제 유가가 연일 최저 수준을 기록하면서 DLS 상품 구조상 원금 손실 구간에 이미 진입했기 때문이다.

16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5월 인도분 WTI는 배럴당 전날과 같은 19.87달러에 장을 마쳤다. 전날에 이어 2002년 2월 이후 약 18년 만의 최저 수준이다. 런던 ICE 선물거래소의 6월물 브렌트유는 0.47%(0.13달러) 오른 27.82달러에 마감했다.

WTI 가격은 올 들어 지난 1월 3일 배럴당 63.05달러를 기록한 뒤 계속 하락 중이다. 브렌트유도 지난달 31일 22.74달러까지 떨어진 이후 30달러 안팎에서 횡보하며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유가가 급락하면서 이와 연동한 DLS 상품의 원금 손실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국내에서 발행되는, WTI와 브렌트유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DLS가 ‘녹인(knock-in) 레벨’에 진입했기 때문이다.

‘녹인 레벨’은 투자 시 원금 손실이 발생할 수 있는 수준으로, 기초자산 가격이 기준점(녹인 배리어· knock in barrier) 미만으로 하락한 뒤 만기까지 상환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하면 원금을 잃게 된다.

국내 DLS 상품의 녹인 레벨은 35~60% 수준으로, 발행 이후 국제 유가가 40~65% 하락하면 녹인 배리어를 터치할 수 있다. 현재 국제유가 수준을 고려할 때 원금 손실 가능성이 크다.

녹인 위험에 가장 크게 노출돼 있는 상품은 유가가 하락하기 시작한 지난해 12월과 1월에 발행된 DLS로, WTI 기초자산 DLS는 2767억원, 브렌트유 기초자산 DLS는 1793억원 규모가 발행됐다.

올해 3월까지 발행된 WTI와 브렌트유를 기초자산으로 삼은 DLS의 발행잔액 1조4586억원 중 4560억원이 원금 손실 리스크에 노출된 셈이다.

OPEC+(OPEC과 10개 주요 산유국의 연대체)가 5월 1일부터 6월 말까지 두 달간 하루 970만 배럴의 원유를 감산하기로 지난 12일 합의했지만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수요 감소 우려를 불식시키지 못하면서 DLS 투자자들의 수익 상환은 더욱 예상하기 어렵게 됐다.

또 WTI와 브렌트유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DLS 만기가 대부분 1년6개월로 짧은 것도 손실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일부 증권사는 투자자들의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 DLS가 조기 상환 주기에 도달한 상품의 상환을 연기하며 국제 유가 반등을 기다리고 있지만, 만기가 도래하면 마땅한 대책이 없다는 것이 뇌관으로 작용하고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유가 반등을 위해서는 공급 측면에서 산유국들이 더 큰 규모의 감산에 나서거나 수요 측면에서 코로나바이러스 확산 진정으로 글로벌 경제가 정상화되고, 이에 따른 원유 수요 회복확인 과정이 필요하다”면서 “수급 측면에서 시장 기대를 충족시킬 만한 이슈가 나오기 전까지 유가 반등은 당분간 어려워 보이며, 이에 따른 DLS 손실 위험도 커져 있다”고 말했다.

th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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