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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동산으로 맞붙은 與野, 집값도 ‘변곡점’에 서다[총선정국 부동산 시장]
‘장밋빛 공약’ 쏟아져, 역대 총선 후 집값 상승에 일정 반영…경기침체 때는 백약이 무효
與 “주거복지 확대”vs. 野 “규제 완화” 맞불, 코로나19 극복 여부가 ‘최종 열쇠’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사당 앞의 모습. [연합뉴스]

[헤럴드경제=양대근 기자] 대한민국 사람들의 ‘부동산 사랑’은 유별나다. “부동산에는 정치·경제·문화 등 모든 사회적 요소들이 압축돼 있다”고 하는 세간의 표현은 크게 틀린 말이 아니다.

4·15 총선의 최대 승부처인 수도권을 관통하는 키워드 중 하나도 역시 부동산이다. 현재 거대 양당은 각각 주거복지 확대와 부동산 규제 완화를 전면에 내세우며 총력전에 나서고 있다.

역대 총선에서는 선거 결과에 따라 집값 흐름이 바뀌는 ‘변곡점’으로 작용했던 경우가 적지 않았다. 이번 총선 정국이 향후 부동산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 여부에도 적지 않은 관심이 쏠린다. 헤럴드경제가 과거 사례를 비교해 보고 앞으로의 전망 등을 짚어봤다.

지난 5일 오후 서울 종로에 출마한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무악동의 한 아파트 단지 앞에서 유세 차량에 올라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역대 총선 어땠나…‘장밋빛 공약’에 집값 들썩, 경기침체엔 속수무책= 여야를 막론하고 각 지역 후보자들은 개발 관련 ‘장밋빛 공약’을 가장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개발 이슈는 필연적으로 유권자들의 집값 상승과 연관된다.

역대 통계에서도 이러한 연관성이 일정 부분 반영되고 있다. 9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 2003년 12월 월별 아파트 매매가격 변동률에 대한 공식 집계가 시작된 이래 총 네 차례의 총선(17·18·19·20대)이 있었다.

서울의 경우 19대 총선을 제외하고 다른 세 번의 선거에서 아파트값이 뚜렷하게 올랐던 것으로 조사됐다. 2004년 참여정부 당시 열렸던 17대 총선에서는 여당인 열린우리당이 ‘탄핵 역풍’ 속에 152석을 차지하며 야당인 한나라당(121석)을 여유있게 제쳤다. 당시 4월 한 달 동안 아파트값은 0.66% 오르면서 직전 3개월 동안의 누적(0.82%) 기록에 육박했다.

이후 집값 상승 조짐이 보이자 과반 이상 의석을 앞세운 당정청이 부동산 규제책을 쏟아내며 상승세가 잠시 수그러들었다. 하지만 2005년과 2006년 정책 부작용으로 서울 아파트값이 각각 8.53%, 24.46% 폭등하면서 결국 지지율 하락의 기폭제가 됐다.

2008년에는 이명박 정부가 출범한 지 두 달여 만에 18대 총선이 열렸다. 당시 여당인 한나라당은 ‘뉴타운 개발’ 공약을 쏟아내면서 153석을 확보해 야당인 통합민주당(81석)을 압도했다. 총선 결과는 집값 폭등의 원동력으로 작용하며 4월에만 서울 아파트값이 2.50% 올랐다.

반면 2012년 총선 전후에는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한 경기 침체 여파가 부동산 시장까지 전해지면서 뉴타운 사업 좌초 등의 악순환으로 이어졌다. 새누리당이 152석으로 1당을 차지하긴 했지만 수도권 의석은 43석에 그치며 4년 전(81석) 대비 절반으로 쪼그라들었다.

박근혜 정부가 들어선 이후 열린 20대 총선은 전년도인 2015년 강남3구에서 시작된 ‘전세대란’이 변수로 작용했다. 당시 한 해 동안 강남3구의 전세가가 무려 16% 치솟으면서 세입자의 분노를 샀고, 결국 수도권에서 보수 진영에 직격탄이 됐다. 이듬해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이 123석으로 새누리당(122당)을 제치는 데 성공했다.

지난 8일 서울 종로에 출마한 황교안 미래통합당 후보가 8일 부암동 주민센터 앞에서 거리 유세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與 “주거복지 확대”vs. 野 “규제 완화”…최종 열쇠는 ‘코로나19 극복’에 달려= 21대 총선을 앞두고 여당과 야당이 내건 부동산 정책 기조는 확연하게 대비된다.

더불어민주당의 공약은 도심 외곽 신도시 개발을 통한 공급 확대와 청년·신혼부부 대출 규제 완화 등으로 요약될 수 있다. 반면 미래통합당은 “시장 자율을 통해 부동산 규제를 완화하겠다”며 맞불을 놓은 상황이다. 서울 도심지역 재개발·재건축 용적률 규제 완화, 3기 신도시 철회, 분양가 상한제 폐지 등 기존 정부 정책의 폐기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문재인 정부는 2017년 출범 이후 지난 2·20 대책까지 19번의 대책을 내놓을 정도로 강력한 규제 정책을 펼치고 있다. 그동안은 집값이 떨어졌다가 다시 반등하는 상황이 반복됐다. 하지만 12·16 대책 이후 서울 강남을 중심으로 주택시장이 본격적으로 위축되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집값이 반등할 경우 더 강한 규제책을 동원하겠다는 방침이다.

부동산업계 안팎에서는 여당이 총선에서 승리할 경우 이전과 같은 부동산 규제 정책에 한층 힘이 실릴 것으로 예상한다. 여당이 추진해 온 계약갱신청구권 강화나 전월세상한제 등도 21대 국회에서 재추진될 가능성이 높다. 공급 정책으로 도심 외곽지역에 들어서는 3기 신도시 추진이 빨라지고, 청년과 신혼부부를 대상으로는 대출 규제를 완화하는 방안도 추진될 예정이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정부의 규제 정책 기조가 쉽게 바뀌지는 않을 것”이라며 “향후 경제 정책 관련해서도 역대 정부에서는 건설·부동산 분야 활성화 정책을 펼쳤지만 이번 정부는 포함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반면 미래통합당이 다수석을 가져갈 경우 정부의 일방 규제 정책에 일정 부분 제동이 걸릴 것으로 관측된다. 고가 주택 기준 상향, 1주택자의 재산세 감면, 아파트 공시가격 속도 조절 등 주택 소유자의 부담을 줄여주는 정책에 대한 논의가 국회에서 본격적으로 시작될 수 있다.

양당의 부동산 공약 모두 한계점이 있다는 지적도 있다. 참여연대의 ‘2020총선주거권연대’ 측은 “ 여당 주거공약은 4년전 20대 총선 공약보다 주거공약의 양과 질 측면에서 개혁성이 상당히 후퇴했다”며 “주거 정책의 종합적 청사진을 공약으로 내놓지 않는 것은 집권 여당으로서 정치적 책임을 다하지 않는 태도”라고 비판했다. 미래통합당 공약에 대해서도 “수도권에 대규모로 주택을 공급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방법인 3기 신도시 재검토 관련 공약은 이유도 불분명하고 대안 제시도 없다는 점에서 지역구 출마자 이해를 대변하는 공약”이라고 평가했다.

전문가들은 총선 결과가 단기적으로 집값에 영향을 미칠 수 있지만, 현재 상황에서는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의 극복 여부가 향후 핵심 변수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입을 모은다.

권대중 교수는 “경기 호불황은 부동산 시장의 선행지수”라면서 “올해 가을까지 코로나19사태가 종식되지 않으면 글로벌 경제 위기에 국내 경제 불안까지 겹치면서 내년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부동산 시장 침체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bigroo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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