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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증시 원군 ‘동학개미’처럼… 부동산시장 떠받치는 ‘청약개미’
코로나발 불황에도 분양 단지들마다 수백 대 1 경쟁률
정부 분양가 통제로 ‘새 아파트는 차익얻는 안전자산’ 믿음
‘경제위기 지나면 부동산은 반등’ 학습효과도 청약열기 부추겨
분양가 상한제 7월까지 유예로 청약 대기자들 선택 폭 넓어져
둔촌주공 등 알짜 아파트 봄 이든 여름 이든 ‘로또 분양’ 꽃놀이패

[헤럴드경제=문호진 기자]요즘 주택 청약시장은 국내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서 자유로운 몇 안되는 분야다. 코로나19 영향에 견본주택 문도 못 열고 있지만 사이버 공간 청약열기는 뜨겁기만 하다. 현대건설이 지난달 청약받은 ‘힐스테이트 송도 더스카이’는 평균 72대 1, 최고 543대 1의 경쟁률을 보이며 1순위에서 마감됐다. ‘미분양의 늪’으로 불렸던 인천 검단신도시에서도 역대 최고의 경쟁률이 나왔다. 이달 7일 ‘우미린 에코뷰’ (270 가구) 1순위 모집에 7346명이 몰려 평균 27.2대1, 최고 104.5대 1의 경쟁률을 찍었다.

서울과 수도권은 물론 부산 대구 등 지방 아파트 청약에도 수만명이 몰리는 사례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쌍용건설이 지난달 17일 부산 해운대에서 분양한 ‘쌍용 더 플래티넘 해운대’는 88가구 모집에 1만9928명이 몰리며 226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코로나 영향으로 실물경제가 얼어붙으면서 서울 아파트값이 10개월만에 하락세로 돌아서고 주택 거래가 급감하고 있는 것과는 딴판이다.

청약시장이 ‘나홀로 호황’을 누리는 모습은 코로나19발 주가 폭락기에 저점 매수에 나선 ‘동학개미’들을 연상케 한다. ‘동학개미’가 외국인에 맞서 국내 주식시장을 지켜내는 원군이라면 ‘청약 개미’는 냉각기에 접어든 부동산시장을 떠받치는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불황기 청약열풍이라는 역설적 상황은 아이러니하게도 정부 신뢰를 바탕에 두고 있다. 정부가 분양가를 통제하면서 새 아파트 분양가가 시세보다 현저히 낮은 곳이 많아 당첨만 되면 수억원을 번다는 인식이 널리 퍼져있다. 코로나발 불황에 따른 초유의 0%대 초저금리 시대에 가장 확실한 투자처로 청약시장이 첫 손에 꼽히고 있는 것이다.

이재국 금융연수원 겸임교수는 “코로나발 불황으로 급매물을 노리는 투자자가 늘고 있지만 물량이 제한적이고 가격부담도 여전히 큰 편”이라며 “청약자격을 갖췄다면 구축 급매물을 찾는 것보다 새 아파트 청약에 나서는 게 더 현실적이고 차익 면으로도 이득”이라고 말했다.

청약열기가 확인되자 건설사들은 미뤘던 분양 물량을 2분기에 쏟아낼 태세다. 올 봄부터 초여름 사이 전국에서 11만7000여 가구가 분양된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만5000여가구 늘었다. 올해 분양 물량의 3분의1이 2분기 중에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코로나 진정여부, 분양가 상한제 7월까지 유예, 경기위축 등이 분양 일정에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분양가 상한제 3개월 유예…청약자들, 둔촌주공 등 서울 알짜 아파트에 ‘꽃놀이패’

부동산정보업체 부동산114, 직방 등에 따르면, 이 달부터 6월까지 전국에서 총 11만7000여 가구가 분양될 예정이다. 4월 예정 물량이 5만5411가구로, 5월(3만6738가구)과 6월(2만4879가구)에 비해 많다.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 물량이 5만5000여 가구로 절반가량이다.

정부가 당초 4월28일이던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유예 기간을 3개월 더 미루면서 서울 주요 재건축·재개발 단지는 일단 시간을 벌었다. 4~5월 집중적으로 쏟아질 것으로 예상한 분양 물량이 분산된 만큼 청약자들의 선택 폭이 넓어졌다.

서울 양천구 ‘호반 써밋’ 목동 조감도

국내 최대 규모의 재건축 단지(1만2032가구)인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 아파트는 당초 분양가 상한제 시행 이전인 4월말까지 5000여가구를 일반분양하려 했다. 그러나 분양보증 권한을 가진 주택도시보증공사(HUG)와 분양가 산정을 놓고 갈등을 빚으면서 일정이 틀어졌다. HUG가 제시한 금액은 3.3㎡당 2950만원으로 조합이 계획한 3550만원과 격차가 크다. 청약자 입장에서는 둔촌주공이 상한제 이전 분양해도 좋고, 이후 분양하면 더 좋다. 상한제가 적용되면 분양가가 HUG 제시액 보다 더 낮아질 수 있어서다. 업계는 둔촌주공의 현재 몸값을 3.3㎡당 4500만원 정도로 본다. 둔촌주공 보다 외곽으로 떨어져 있는 고덕지구 일대 재건축 새 아파트가 3.3㎡당 4000만원선이기 때문이다. 청약자 입장에서는 그야말로 ‘꽃놀이패’를 쥔 셈이다.

서울에서는 2분 기 중 1만300여 가구가 주인을 찾는다. 서초구 잠원동 신반포13차, ‘준강남’인 동작구 흑석동 흑석3구역, 6642가구 대단지인 개포주공1단지 등 시세차익이 큰 재건축·재개발 물량에 관심이 쏠린다.

흑석3구역은 ‘자이’ 브랜드 재개발아파트로 1772가구 가운데 364가구가 일반에 나온다. 국립 현충원 공원, 지하철 9호선 흑석역, 중앙대병원 등의 인프라가 갖춰져 있다.

매머드 단지인 개포주공1단지는 상한제 적용 3개월 유예로 2분기 내 분양 여부가 관심을 모은다. 현대건설· HDC현대산업개발 컨소시엄이 시공을 맡아 1206가구를 일반분양한다.

시세차익 측면에서 가장 주목받는 단지인 반포동 래미안 원베일리도 조합 일정 등을 감안하면 6월 이후 분양이 점쳐진다. 총 2990가구 가운데 225가구를 일반에 내놓는다.

대치동 구마을 단독주택 재건축 아파트인 ‘대치써밋’은 489 가구 중 106가구를 6월께 일반분양한다.

이밖에 노원구 상계동 상계6구역, 동대문구 용두동 래미안엘리니티 등이 1000가구 이상 대단지로 눈길을 끈다.

▶수도권, 성남· 광명· 송도 등 교통호재 대단지와 비규제지역에 청약통장 쏟아질 듯

수도권은 서울 접근성이 좋은 대단지와 대출· 전매제한 등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비규제지역에 청약통장이 쏟아질 것으로 보인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 랩장은 “수도권에서 각종 교통망 개발과 대규모 재개발 사업이 진행 중인 데다, 서울 규제를 피한 수요까지 더해지며 청약열기가 달아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경기도에서는 위례신도시와 가까운 성남 산성역센트럴파크자이&푸르지오, 송파구와 붙어있는 하남 위례신도시 우미린 2차, 구로 디지털밸리 이동이 편리한 광명 광명푸르지오센트베르, 마포구 상암동과 맞닿은 덕은지구 DMC리버파크자이 등이 청약열기를 높일 후보들이다.

성남 ‘산성역센트럴파크자이&푸르지오’ 는 신흥2구역 재개발아파트로 전용 51~84㎡ 중소형 4774가구 가운데 1736가구를 일반분양한다. 희망대공원과 접해있고 8호선 산성역을 이용할 수 있다.

광명 ‘광명푸르지오센트베르’는 광명15구역 뉴타운 아파트로 중소형 1335가구 가운데 464가구가 일반분양 몫이다.

하남 ‘위례신도시우미린2차’는 공공택지여서 분양가가 시세보다 저렴하다. 전용 90~119㎡ 중대형 420가구를 선보인다 .

하남 위례신도시 우미린2차 조감도

고양 덕은 ‘DMC리버파크자이’(702가구)와 ‘DMC리버포레자이’(318가구)는 그린벨트를 개발한 대규모 택지지구에 들어선다. 서울 상암동 인프라 공유가 강점이다.

수원에서는 주상복합아파트인 장안구 화서역푸르지오브리시엘(중대형 665가구)이 이달 공급된다.

고양 덕은 DMC리버포레자이 투시도

비규제지역 가운데는 인천 ‘힐스테이트레이크송도3차’가 관심을 모은다. 모두 1110가구를 이달 분양한다. 인천1호선 국제업무지구역과 가깝고 인근에 송도랜드마크시티와 워터프런트 호수가 조성된다.

지방에서는 4470가구의 대단지인 부산 거제동 ‘래미안레이카운티’, 대구 지하철 2호선 만촌역이 인접한 대구 ‘만촌동주상복합’이 눈에 띈다.

인천 연수 힐스테이트 레이크 송도3차 조감도

▶분양가가 시세 웃도는 현상도…자금마련 가능성 꼼꼼이 챙겨야

인천·경기 등 비규제지역 청약에 수만 명씩 몰리면서 분양가가 주변 시세를 웃도는 현상이 일부 나타나고 있다. 비규제지역은 청약 자격과 전매제한, 중도금 대출 등 규제에서 비교적 자유롭고 분양가 산정 기준도 덜 엄격하기 때문이다. 코로나 여파로 수도권 집값마저 하락한다면 높은 분양가는 더욱 부담이 될 수 있다.

부동산은 거래금액 자체가 높기 때문에 일부 자산가를 제외하고 100% 자기 돈으로 매입하는 경우는 드물다. 1주택자가 추가로 조정대상지역에 대출을 통해 집을 구입하려면 기존 주택을 2년 내 처분하고 신규 구입 주택에 입주해야 한다. 담보인정비율(LTV)은 거래금액 9억원 이하분에 대해서는 50%, 9억원 초과분은 30%가 적용된다. 예를 들어 거래금액이 10억원이라면 4억8000만원(9억원의 50%+1억원의 30%)을 대출할 수 있다.

투기지역과 투기과열지구는 대출 규제가 더 엄격하다. 무주택자는 대출을 통해 9억원 초과 주택 구입 시 1년 내 전입해야 한다. 1주택자는 신규 주택 구입 시 1년 내 전입하고 기존 주택을 1년 내에 처분해야 한다. 조정대상지역의 2년 내 처분 및 전입 의무보다 더 강화된 조건이다. 대출 가능금액은 9억원 이하분에 대해서는 LTV 40%, 9억원 초과분은 20%가 적용된다. 만약 14억원 상당의 주택을 매입한다면 대출 가능 금액은 4억6000만원(9억원의 40%+5억원의 20%)이 되는 것이다.

▶아파트 당첨자의 10%는 부적격…낭패 안보려면 ‘청약앱’ 활용하라

청약 제도가 자주 바뀌니 보통 당첨자의 10%는 부적격으로 당첨이 취소된다. 이런 낭패를 피하려면 미리 청약자격을 확인하고 청약 전략을 세우는 게 좋다. ‘아파트 청약앱’이 성공청약의 훌륭한 동반자가 될 수 있다.

청약 앱 대표주자는 한국감정원이 운영하는 ‘청약홈’이다. 금융결제원이 운영하던 인터넷 주택 청약사이트인 ‘아파트 투 유’를 대신한 청약사이트다. ‘아파트 투 유’가 청약 신청과 업무 중심이었다면 청약홈은 여기에 주택 소유 현황 파악, 청약 가점 계산 같은 서비스가 더해졌다.

청약자격 확인 서비스를 클릭하면 내 청약가점은 물론 청약제한사항까지 한눈에 볼 수 있다. 재당첨 제한에 해당하는지부터 그동안 거래했던 주택 내용까지 나온다. 현재 보유하고 있는 주택의 건축물대장과 실거래가, 취득일, 계약일까지 확인할 수 있다. 대법원·민원24 등 다른 행정시스템과 연계돼 있어서다.

민간업체가 만든 청약가이드 앱도 있다. 미드미D&C가 만든 ‘청약365’다. 청약홈과 달리 공인인증서가 없어도 이용할 수 있다. 설정에 따라서 청약 자격이나 청약 가점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확인할 수 있다.

mhj@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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