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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무리하게 네이버 고발했던 공정위, 뒤늦게 지침 마련
인식가능성·중대성 기준으로 고발 여부 판단
"김범수 카카오 의장 사건 때 이미 만들었어야 했다" 비판

[헤럴드경제=정경수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뒤늦게 대기업집단 자료제출 위반 관련 고발 지침을 마련했다. 임의적으로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GIO)를 고발했다가 무혐의 처분을 받은 후 내놓은 조치다.

공정위는 '기업집단 관련 신고 및 자료제출의무 위반행위에 대한 고발지침'을 마련, 오는 29일까지 행정예고한다고 9일 밝혔다. 적용 대상은 기업집단 주식소유현황, 지주회사 설립·전환 신고 등이다.

새 고발지침에 따라 앞으로 고의적으로 본인 소유 회사를 숨겨 대기업집단(자산 총액 5조원 이상) 지정에서 빠진 경우 검찰에 고발 조치된다. 반대로 본인 소유 회사를 신고에 누락했던 사실이 적발되더라도 고의성이 없고, 대기업집단 지정 여부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면 경고 조치를 받는 데 그치게 된다.

고발 여부를 가르는 기준은 '인식가능성'과 '중대성'이다. 인식 가능성은 행위 내용, 정황 등을 통해 파악한다. 계획적으로 자신과 친족의 계열사를 빠뜨린 경우 뿐만 아니라 총수 본인이 대부분 지분을 소유해 정황상 몰랐을 가능성이 낮은 경우 등도 고의성이 상당하다고 판단한다.

사안의 중대성은 행위가 미친 결과를 두고 판단한다. 자산총액이 대기업집단의 경계선에 있는 경우 일부 자료 누락으로도 결과가 뒤바뀔 수 있다.

현행 공정거래법은 자산 5조원 이상 동일인(총수)은 혈족 6촌, 인척 4촌까지 보유 지분 등을 공정위에 제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자료를 바탕으로 대기업집단 지정 여부를 판단한다. 자산 총액이 5조원 이상이면 공시대상기업집단, 10조원 이상이면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이다.

그간 공정위는 사안의 경중에 따라 임의로 형사고발 또는 경고 조치를 내려왔다. 하지만 법적 근거가 명확하지 않은 탓에 문제가 불거졌다.

지난 2월 공정위는 "2015년 계열사 현황 자료를 제출하며 자신의 회사를 포함한 총 20개 계열사를 고의로 누락했다"며 이해진 네이버 GIO를 검찰에 고발했다. 그러나 검찰은 고의성을 입증하지 못했다며 이 GIO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그러자 검찰과 공정위 간 책임 떠넘기기에 기업만 상처를 받고 있다는 비판까지 제기됐었다. 미리 고발 지침을 마련해 앞선 이 GIO 사례에도 적용했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전에도 지침을 마련할 계기가 있었는데도 문제가 불거지자 뒤늦게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것이다.

공정위는 지난 2018년 김범수 카카오 의장의 5개 계열사 신고누락 행위에 대해 고발 없이 자체 처분(경고)을 내렸었다. 누락된 계열사는 크기가 작고, 고의성이 발견되지 않았다는 게 근거였다. 그러나 검찰은 "공정위가 기업을 봐주고 있다"며 문제를 삼았고, 압수수색을 거쳐 무리하게 기소를 했다. 결국 법원은 김 의장에 대해 1∼3심 모두 무죄 판결을 내렸다. 자료 허위제출을 인식하지 못했다는 이유였다.

공정거래 한 전문 변호사는 "아무런 판단 잣대가 없어 과거에도 올해도 공정위와 검찰 간에도 혼선을 빚는 일이 반복됐다"며 "김 의장 사건 이후에라도 마련했더라면 줄일 수 있었던 혼선이었는데, 공정위의 대처가 아쉽다"고 말했다.

kwate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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