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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 ‘코로나 한류1호’ 최재욱 교수, ‘국가자문관’으로 우즈벡에 가다
해외 첫 파견 ‘국가 자문관’
“우즈벡 장관 족집게 과외로 노하우 전수”
우즈벡 국영방송 뉴스에 매일 출연…자문상황 국민에 직접 알려
최재욱 대한의사협회 과학검증위원장이 우즈벡 현지 뉴스에 출연해 자문 상황을 전달하고 있다. 그는 현지의 요청으로 지난 5일부터 매일 직접 뉴스에 출연 중이다. [유튜브 캡처]

대한민국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이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는 가운데 최재욱 대한의사협회 과학검증위원장(고려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이 코로나19 노하우 전수를 위해 우리 정부 주선으로 처음으로 해외 파견된 것으로 확인됐다. 최 교수는 지난달 29일부터 우즈베키스탄에서 ‘코로나19 국가 자문관’ 역으로 현지 정부와 언론에 역학조사방법과 기준, 생활치료센터 운영, 마스크 공급 등에 대한 자문활동을 하고 있다. 헤럴드경제는 최근 열흘간 최 교수와 연락을 취하며 현지 분위기와 의료환경, 자문활동 등에 대해 들었다. 다음은 인터뷰 내용을 최 교수 1인칭 시점에서 재구성한 것이다.

지난달 29일(현지시간)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 공항 활주로 주변에서 방호복 입은 사람들이 입국자 검사를 준비하고 있다. [최재욱 교수 제공]

[헤럴드경제=윤호 기자] 하늘에서 내려다 본 타슈켄트 거리는 유령도시처럼 적막했다. 우즈베키스탄은 도시간 이동을 금지했고, 학교와 공공시설은 물론 식당과 카페마저 폐쇄했다. 긴급 식품수송을 제외한 차량 통행은 전면 금지됐고, 3명 이상의 인원이 만나는 것은 불법이다. 모든 외국인의 입국이 금지 된 이곳 우즈베키스탄에, 나는 ‘코로나19 한류 1호 자문관’으로 파견됐다.

하지만 타슈켄트 공항에 도착하자 더 이상의 ‘특혜’는 없었다. 공항 활주로에 방호복 입은 사람들이 줄지어서자 살벌한 분위기마저 느껴졌다. 한국발 입국자들 모두 소독액을 머리서부터 온몸에 뿌리고, 활주로에서 입국심사 도장을 받았다. 적막한 거리를 다시 한번 느끼며, 앰뷸런스를 이용해 보건부 지정 격리 호텔로 옮겨졌다.

호텔방으로 검사진들이 찾아와 코로나19 검사를 실시했다. 다음날 아침 다행히 ‘음성’ 판정이 나왔다. 화물로 부쳐진 짐은 아직 소독이 끝나지 못해 받지 못했다. 한국에서 입고 온 옷을 그대로 다시 갖춰입고 출근했다.

내가 맡은 공식 직함은 ‘COVID-19 Korea Expert Consultant’다. 현지 정부의 강력한 요청과 한국 외교부의 주선으로 우즈베키스탄 보건부의로 근무하게 됐다. 우즈벡 보건부 전직원과 함께 코로나19로부터 완전하게 격리돼 숙식은 지정 격리호텔에서, 근무는 보건부 내에서만 가능하다. 외부 출입은 불가능하며, 한국 대사관 직원과도 만날 수 없을 정도로 코로나19 감염으로부터 차단된 상태에서 근무하고 있다. ‘코로나-19 안전 격리 근무(Corona19 safe isolation)’인 셈이다. 보건부 직원들은 물론 장관도 집무실에서 3주째 집에 가지 못하고 숙식을 하면서 근무하고 있을 정도로, 코로나19 대응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최재욱 교수가 우즈벡에서 현지 보건부직원들과 회의하고 있다. [최재욱 교수 제공]

보건부 장차관들과 연속 회의를 진행했고, 우즈벡 총리와도 화상회의를 실시했다. ‘족집게 과외’ 수준으로 질문과 답변이 이어진다. “접촉자·격리자 기준과 격리시설의 포화를 한국은 어떻게 해결했는가”라는 질문에 대해 우리나라 중증환자 분류기준과 생활치료센터 설치 운영을 소개했다. 마스크 공급과 대국민 사용권고기준, 역학조사방법과 기준, ‘사회적 거리두기’ 정책의 효과와 지속에 대한 경험도 공유했다. 이들은 중국측 의료진이 조만간 우즈벡에 파견될 것이란 소식을 전했다.

우리나라 질병관리본부 각종 지침과 의사협회가 발표한 치료기준·권고 등 주요 자료들을 번역해 수정·보완, 보건부 등 관련단체에 설명하는 일도 주요업무다. 관련 부처들이 검토해 보건부 이름으로 발표하거나, 내가 직접 브리핑해 설명한다. 화상회의를 통해 이를 전달받은 관련단체는 의견을 내고, 이를 다시 보건부가 취합해 각종 법규들이 제정된다. 지난 5일부터는 우즈벡 국영방송 뉴스에 매일 출연해 자문 진행상황을 국민들에게 직접 알리는 역할도 맡았다.

최재욱 교수가 우즈벡 현지에서 화상회의에 임하고 있다. ‘코로나-19 안전 격리 근무’의 일환으로 현지에서도 이동과 접촉은 최소화한다.[최재욱 교수 제공]

우리나라에 1만개 이상 확보돼 있는 인공기계호흡기가 이곳(인구 3300만명)에서는 1000여개에 불과할 정도로 의료자원은 부족하다. 다만 우즈베키스탄에서 코로나19 검사 및 확산 방지 조치들이 다른 나라에 비해 신속하게 시작됐다는 점은 매우 고무적이다. 비상시 의료 수요를 대비하기 위해 1000명 환자를 수용할 수 있는 코로나19 전문병원을 오늘 25일 개원할 예정이며, 추가로 2개의 종합병원과 1만명을 수용할 수 있는 임시 격리시설도 조만간 완공할 예정이다. 종합병원 중 한곳은 2주전 개원하려고 했던 아동병원으로, 한국 수출입은행 차관사업으로 지원해 한국이 시공한 원조병원이기도 하다.

샵카트 미르지요예프 우즈벡 대통령이 직접 대국민 담화에 나서 “경제가 어려워지더라도 국민 건강 보호를 위해 국가의 모든 자원과 인력을 코로나19 대응에 총력을 다하겠다”며 협조를 구하는 장면도 인상적이었다. 모든 항공편을 중단한 조치도 옳은 결정이었다고 본다. 다만 아뿔싸, 당초 오는 12일 잡혀있던 내 귀국 예정 비행기도 취소됐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기약없는 귀국일정에 걱정도 되지만, 나와 한국을 믿고 의지하는 이들을 위해 사명감을 갖고 최선을 다할 생각이다.

youkno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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