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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로벌인사이트] 코로나19와 베트남의 배신?

지난 2월 다낭 공항에서의 한국인 격리 문제가 한국과 베트남 간 인터넷 댓글전쟁으로 비화되고 베트남의 한국인 입국금지 조치가 갑작스럽게 취해지면서 최근 한국인이 베트남에 배신감을 느낀다는 이야기를 가끔 듣게 된다. 베트남이 상대적으로 코로나19가 크게 확산되지 않은 상황에서 경제적 협력관계가 밀접한 한국을 왜 이렇게 강하게 제한하는지 의구심이 든다.

최근 유럽 및 미국에 코로나19 확산 움직임이 나타나자 베트남 정부는 외국인 및 내국인의 입국 전면금지 외에도 호찌민 시내 식료품가게와 상점을 제외한 모든 식당, 미 카페, 바 등 대부분의 소상공인 업종 영업을 중단하는 강력한 조치를 했다.

호찌민 시장은 “호찌민은 확진자 300명 수용이 한계이며 그 이상 은 수용이 불가능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따라서 지금 막지 못하면 급격한 환자 증가 로 치달을 수 있어 불가피하게 강력한 조치를 취할 수 밖에 없다고 했다.

한 달 전만 해도 베트남에 생산시설이 있는 기업들은 중국으로부터의 원부자재 및 부품 조달 문제로 어려움을 호소했다. 하지만 최근 미국과 유럽의 코로나19 확산으로 오더 취소가 발생하면서 코로나19의 파장이 ‘공급위기’에서 ‘수요위기’로 전환되는 거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들린다.

베트남은 관광업의 비중이 GDP의 10% 이상이고 생산기지형 외투기업이 많아 수출이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우리나라보다도 훨씬 높다. 이런 상황을 잘 알고 있는 베트남 정부가 현재와 같은 강력한 조치를 취하는 배경에는 의료 인프라 부족 외에도 전염병에 대처하는 기본적인 인식이 다르기 때문일 것이다.

베트남은 현재 코로나19에 대한 대처를 또 다른 베트남 전쟁으로 보고 있을지도 모른다. 베트남 국민은 매우 실용적이고 자존심이 강하다고 한다. 베트남 정부는 베트남전과 같은 과거의 역사와 상관없이 베트남 경제발전에 도움이 된다는 판단하에 한국기업의 투자를 유치해왔다. 최근에는 경제발전을 위해 노동집약적인 산업보다는 첨단 기술산업에 대한 투자를 확대해 달라고 요청하고 있었다. 그리고 미-중 무역분쟁으로 중국으로부터 기업 이전 수요가 발생하자 국적 상관없이 이런 기업들을 베트남에 유치하기 위한 노력도 강화하고 있었다.

베트남은 한국의 제1의 투자국이지만 최근 일본 중국 대만 등 다른 나라 기업와의 경쟁도 가속화되고 있다. 특히 현지 토종 기업의 수준도 빠른 속도로 높아지고 있다. 한마디로 향후 시장 상황이 만만치 않은 것이다.

코로나로 인한 베트남의 조치에 대한 감정적인 대응보다는 코로나 이후의 베트남 비즈니스에 대해 차분하게 그리고 실용적으로 준비하는 지혜가 필요한 때다. 코로나 사태가 어느 정도 진정되면 베트남 정부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한국 기업에 다시 손짓하고 적극적인 경제 협력을 요청할 것이다.

김관묵 코트라 호치민 무역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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