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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쇄 디폴트 사태 오나…신흥국發 ‘코로나19 충격’ 글로벌 확산 우려
인도 전국 봉쇄령…경제 침체 가속화 가능성
터키·남아공 등 신흥국 재정위기, 코로나19 대응 능력 상실
안전자산로의 자산 유출로 연쇄 디폴트 가능성도 대두
인도, 아르헨티나, 브라질 등 신흥국들의 경제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의 충격에 고스란히 노출되면서, 글로벌 경제에 부담을 가중시킬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사진은 24일(현지시간) 아르헨티나 무에너스 아이레스의 한 벽화 앞에 서 있는 경찰의 모습. [AP]

[헤럴드경제=손미정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세계적 확산으로 신흥시장이 ‘바이러스 리스크’에 본격적으로 노출됨에 따라, 각국 정부의 잇따른 이동 제한 조치와 경제활동 중단으로 위기에 놓인 글로벌 경제의 부담이 더욱 가중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이전부터 위기 신호가 감지돼왔던 신흥국들의 경제 상황이 유례없는 공중 보건 위기 앞에 힘없이 무너지고 있는데다, 신흥국을 이탈한 자본이 빠르게 안전자산으로 이동하면서 신흥발(發) 금융부실과 실물경제 악화가 본격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구매력 기준 세계 경제의 60%를 차지하는 신흥시장의 둔화는 곧 글로벌 경제의 둔화를 의미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스웨덴 스톡홀롬에 본사를 둔 투자은행 SEB그룹의 퍼 함마룬드 신흥시장 전략가는 24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와의 인터뷰에서 “코로나19로 인해 신흥시장이 받을 충격은 금융위기만큼 나쁘거나 잠재적으로는 그것보다 더 심각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미 인도와 아르헨티나 등 주요 신흥국에서는 매출 감소에 직면한 기업들의 근로자 해고사태가 잇따르고 있고, 가계 수입 감소로 인해 빈곤 상태에 놓인 이들도 증가하는 등 실물경제 위기가 본격화하고 있는 상황이다. 전세계적 이동 제한 조치로 인해 태국과 인도네시아, 터키, 남아프리카 등 주요 관광국들이 입고 있는 경제적 타격도 심각하다.

현재 가장 우려의 대상이 되고 있는 곳은 인도다. 코로나19 사태 전부터 경제 불안을 겪어온 인도는 지난해 금융위기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인 5%의 경제성장을 이루는 데 그쳤다. 인도를 강타한 경제 위기는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나렌드라 모디 총리의 ‘힌두민족주의’ 강화로 이어지기도 했다.

게다가 24일 모디 정부가 ‘전국 봉쇄령’ 선언하면서 13억 인구의 경제활동까지 제한될 상황이다. 모디 총리는 이날 밤 TV연설을 통해 “오늘 자정부터 21일 동안 전국에 봉쇄령을 발효한다”고 밝혔다.

스와티 딩가르 런던정경대 경제학자는 “코로나19는 불균형적으로 빈곤층에게 심각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면서 “그것은 아주 나쁜 상황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다른 신흥국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재정상황이 최악으로 치달으면서 신흥국들은 코로나19로 인한 사회·경제적 충격을 막을 수 있는 여력은 사실상 상실한 상태다. 옥스퍼드 이코노믹스에 따르면 2007년 연간 국내총생산(GDP)의 70% 수준이었던 신흥국의 부채 규모는 165%까지 증가했다.

아르헨티나의 경우 최근 2년간 페소 가치가 3분의 2 이상 떨어졌고, 물가 역시 50% 이상 치솟고 있다. 여기에 국가부채까지 GDP의 90% 수준으로 뛰면서 ‘디폴트’ 위기까지 고조되고 있는 상황이다. C&T 아세소레스 이코노미코스의 마리아 카스틸리오니 코테 이사는 “아르헨티나는 이제 어디서든 자금을 조달하기 어려울 것이며, 전면적 붕괴 위기를 맞고 있다”고 밝혔다.

최근 몇 년 동안 투자자 이탈로 리라화 폭락이 거듭되고 있는 터키, 그리고 30%에 육박하는 실업률에 시달리고 있는 남아프리카 공화국 역시 코로나19로 화폐가치 추가 하락과 실업률 폭증 위기에 직면해 있다.

코로나19 사태 발발 이후 안전자산으로의 자금 이동을 위한 자본의 신흥국 이탈은 이들 국가의 부실 사태를 가속화시킬 가능성도 높다. 국제금융연구소에 따르면 신흥국 20여개국에 대한 자금 순유입은 지난해 790억달러를 기록했지만, 지난 두 달 동안 700억달러가 빠져나갔다.

코로나19로 인한 세계 공급망의 전방위적 붕괴 역시 신흥국의 경제 위기를 부추기고 있다. 산업 생산량이 급감하면서 브라질과 인도 등 주요 아연생산국과 칠레, 페루 등 주요 구리생산국의 판로가 막힌 상황이다. 원유 수요감소에 이은 러시아와 사우디아라비아의 ‘증산경쟁’은 유가 폭락으로 이어지며 콜롬비아와 멕시코 등의 산유국을 압박하고 있다.

balm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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