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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코로나19가 베이비부머 제거자?…인종·세대·계층까지 갈가리 찢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백악관 브리핑에서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주 방위군을 캘리포니아, 뉴욕 등에 배치해 활동을 시작토록 하겠다고 발표하고 있다. [EPA]

[헤럴드경제=홍성원 기자] 전 세계에서 사망자가 급증해 코로나19에 대한 공포가 확산하고 있지만, 이 바이러스는 또 다른 차원에서 ‘침묵의 살인자’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바이러스 발원지가 어딘지를 놓고 세계 최강국인 미국과 중국이 입씨름을 하며 인종차별의 방아쇠를 당긴 건 빙산의 일각이다. 각 국 내부적으론 그동안 곪아있던 사회문제가 일순간 폭발하는 기폭제로 코로나19가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세대 갈등·계층 간 반목 등으로 사회를 갈가리 찢는 전례없는 전염병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22일(현지시간) 블룸버그 등에 따르면 코로나19가 공포·분노는 물론 타인의 불행을 즐기는 감정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 쏟아내는 계기가 되고 있다. 중국을 넘어 아시아인을 바이러스의 진원으로 보고 조롱하는 건 예사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부터 코로나19를 ‘중국 바이러스(chinese virus)’로 고집스럽게 부르고 있다. 미국 내 조야에서도 중국과 불필요한 긴장을 고조시킬 필요가 없다는 조언이 잇따르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아랑곳하지 않고 있다.

이에 일반인들도 아시아인에 대한 모욕적 언행을 가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영국에서도 아시아인을 대상으로 한 혐오 범죄가 극에 달하고, 헝가리 총리는 바이러스 확산의 원인으로 외국인을 비난했다. 에디오피아 정부는 자국민에게 아시아인에 대한 공격을 삼가달라고 요청했다.

세대갈등은 더 표면화하고 있다. 젊은층을 중심으로 ‘#부머리무버(BoomerRemover)’라는 말이 퍼지고 있다. 코로나19가 고령층에 더 치명적이라는 걸 비꼰 것이다. 취업난에 시달린 밀레니얼 세대들이 베이비부머(1946~1965년 출생자)를 장애물로 생각해왔는데 이번 기회에 사라져야 한다는 ‘끔찍한 농담’이 담겼다는 분석이다. 베이비부머도 ‘#코로나파티’란 말로 맞불을 놓고 있다. 사람들이 죽어나가는데 학생들은 당국의 자택격리 조처 등을 어기고 봄 방학을 이용해 파티를 즐기는 걸 책망하는 뜻이다.

계층간 불화에도 기름을 붓고 있다. 사무직 노동자는 재택근무가 가능하지만, 현장 노동자(블루칼라)들은 일거리 급감으로 인한 실직의 나락으로 내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잠재적으론 가진 자와 그렇지 못한 계층 간 치명적인 차이가 분노로 발현될 수 있는 지점이다.

제이슨 벡필드 하버드대 사회학과장은 “바이러스가 아니라 사람들이 사회를 나누고 있다”며 “우리 사회의 구조적 문제가 드러나고 있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hongi@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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