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텔레그램 박사방’ 입장료 20만~150만원…이용자 1만명
경찰, 운영자 ‘박사’ 외에 4명 구속…공범 포함 14명 붙잡아
‘고액 알바’ 미끼 삼아 피해자 74명 유인…음란물 제작·유포
‘억대 수익’ 현금 1억3000만원 압수…이용자만 1만명 달해
“취득 영상물 유포·소지 회원도 검거 방침…강력처벌하겠다”

미성년자 등을 협박해 성 착취물을 찍게 하고 이를 모바일 메신저 텔레그램에서 유포한 혐의로 구속영장이 신청된 20대 남성 조모 씨가 지난 19일 오후 서울중앙지법에서 영장실질심사를 받은 뒤 법정에서 나와 경찰 호송차에 타고 있다.[연합]

[헤럴드경제=박상현 기자]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 ‘고액 아르바이트 모집’ 글을 올려 피해자들을 유인한 뒤 협박해 성착취물을 제작·유포해 억대 범죄수익을 거둔 ‘텔레그램 박사방’ 운영자 등 5명이 구속됐다.

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안전과는 아동청소년성보호법 위반(아동음란물제작) 등 혐의를 받는 핵심 피의자 조모 씨와 범행에 가담한 공범 13명 등 총 14명을 검거해, 조 씨를 비롯한 5명을 구속했다고 20일 밝혔다. 경찰은 나머지 9명에 대해서는 수사 중이다.

경찰에 따르면 '박사'라는 닉네임을 쓰는 20대 남성인 조 씨는 SNS와 채팅 어플 등에 ‘스폰 알바 모집’과 같은 글을 게시해 피해자들을 유인한 후, 얼굴이 나오는 나체 사진을 받아 이를 빌미로 피해자들을 협박해 성착취물을 찍게 하고 이를 자신이 운영하는 텔레그램 대화방 ‘박사방’을 통해 유포한 혐의다.

조 씨는 누구나 영상을 볼 수 있는 ‘맛보기’ 대화방과 일정 금액의 가상화폐를 지급하면 입장이 가능한 유료 대화방을 3단계에 걸쳐 운영하면서 다수의 사람들에게 성착취 영상물을 판매해 억대의 범죄수익을 거둔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까지 확인된 피해자는 총 74명으로, 경찰은 조 씨의 주거지에서 약 1억3000만원에 달하는 현금을 압수했다.

조 씨는 피해자들을 ‘노예’로 지칭하면서 이들로부터 착취한 영상물을 텔레그램을 통해 팔아 넘겼다. 조 씨는 3단계의 유료 대화방을 운영했다. 1단계는 20만∼25만원, 2단계는 70만원, 3단계는 150만원 안팎의 가상화폐를 ‘후원금’ 명목으로 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이러한 유료 대화방을 홍보하기 위해 누구나 영상을 볼 수 있는 ‘맛보기’ 대화방을 운영하기도 했다. 경찰은 대화방 참여자 수가 많게는 1만명에 이르렀던 것으로 보고 있다.

아울러 조 씨는 텔레그램 유료 대화방 입장료만 받고 입장을 시켜 주지 않거나 총기·마약 판매 등을 미끼로 돈을 가로채는 등 다수의 사기 행각을 벌이기도 했다.

경찰은 ‘박사방’에 적극 동조하며 피해자들을 성폭행하도록 지시하거나, 자금 세탁, 성착취물 유포, 대화방 운영 등 범행에 가담한 공범 4명을 구속하고, 나머지 공범에 대해서도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조 씨가 일명 ‘직원’이라고 지칭한 이들은 각종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모집한 사회복무요원들을 통해 피해 여성과 ‘박사방’ 유료 회원들의 신상을 확인한 후 이를 협박, 강요 등의 수단으로 사용했다.

이 과정에서 조 씨는 자신이 노출되지 않도록 텔레그램으로만 범행을 지시하고 공범들과 일체 접촉하지 않는 등 치밀함을 보였다. 경찰 조사 당시 실제 공범들 중 조 씨를 직접 보거나 신상을 아는 사람은 한 명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은 지난해 9월께 피해자 신고로 수사에 착수해 약 6개월 동안 수십 차례의 압수수색, CCTV 분석, 국제 공조 수사, 가상화폐 추적 등 각종 특수수사 기법을 총 동원해 조 씨의 신원을 특정했고, 지난 16일 조 씨와 공범들을 검거하는 데 성공했다. 피의자들의 나이는 평균 24∼25세가량으로, 이들 중에는 미성년자도 여러 명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체포 다음날인 지난 17일 새벽, 조 씨는 서울 종로경찰서 유치장에서 “박사의 범행에 가담한 사실은 있으나 박사는 아니다”라며 자해 소동을 일으키기도 했지만 현재는 ‘자신이 박사가 맞다’며 범행 일체를 시인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조 씨에 대해 압수물 분석과 추가 조사를 통해 다른 범죄 사실에 대해서도 명확히 특정하고, 공범 피의자들에 대해서도 구속 수사를 원칙으로 강도 높은 수사를 진행할 방침이다.

조 씨의 범죄수익도 추적해 기소 전 몰수 보전을 신청하고, 모든 수익금을 국세청에 통보해 향후 유사 범죄 발생 가능성과 범죄 의지를 차단할 계획이다.

아울러 피해 여성들에 대한 2차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조 씨가 소지한 성착취물 영상 원본을 확보해 폐기 조치하고 여성가족부,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등과 협업해 유포된 영상물의 삭제, 상담 등의 지원에 나설 예정이다.

경찰은 박사방 유료 회원들도 추적, 검거할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박사방’에서 취득한 성착취물을 유포하거나 소지한 회원들도 반드시 검거해 강력 처벌할 예정”이라며 “고액, 스폰 알바 등 비정상적인 수익을 제의하는 광고는 이번 사건과 유사한 범행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으므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성착취물을 공유하는 텔레그램 대화방은 일명 ‘n번방’이 시초 격으로, 이후 유사한 대화방이 여러 개 만들어졌다. 조 씨는 지난해 9월 등장해 ‘박사방’으로 이름을 알렸다. ‘n번방’, ‘박사방’ 등 텔레그램 성 착취 방을 통칭해 ‘n번방 사건’이라 부르며 국제 공조 수사를 촉구한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지난달 1일까지 21만9705명이 참여했다.

조 씨는 지난 19일 밤 경찰에 구속됐다. 경찰은 조 씨에게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아동 음란물 제작), 형법상 강제추행·협박·강요·사기, 개인정보보호법 위반(개인정보 제공), 성폭력처벌법 위반(카메라 등 이용 촬영) 혐의를 적용했다.

경찰은 조 씨의 신상을 공개할지 검토하고 있다. 이 관계자는 “다음주 중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결정되는 대로)최대한 빨리 신상정보공개심의위원회(신상공개위원회)를 열겠다”고 말했다.

pooh@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