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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재 할 수도 안 할 수도 없어…” 방통위 ‘불법보조금’ 딜레마
이통사 불법보조금 수법 고도화
코로나19 중소 유통점에 직격탄

방통위 고강도 제재 시행 고심
내달 전원회의 제재 수위 촉각

#. “폰파라치(불공정행위 신고자) 포상금을 300만원에서 100만원으로 내리겠다” (3월 12일.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

#. “이통사, 불법 보조금 살포 용인 못해” (3월 16일. 방통위 이통3사에 구두 경고)

방송통신위원회가 이동통신 시장 ‘감시’와 ‘활성화’ 사이에서 ‘딜레마’에 빠졌다.

코로나19 사태로 단말 유통점이 직격탄을 맞으면서 불법보조금 규제 고삐를 죌 수도, 풀 수도 없는 상황이다.

불법보조금을 놓고 4일 간격으로 나온 방통위 발언에 온도차가 큰 것도 이 때문이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 되고 있는 상황에서, 불법 보조금에 엄정 대응해왔던 방통위의 고심은 더욱 커질수 밖에 없다.

▶ “제재 할까?”…고도화된 불법보조금= 이통사의 불법보조금 살포 수법은 갈수록 고도화되고 있다.

방통위는 최근 이통사의 유통점에 불법 보조금이 집중 살포된 정황을 파악하고 이통 3사의 단말유통본부에 구두 경고했다.

이번 구두 경고의 배경이 된 KT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업계에 따르면, KT는 알뜰폰(MVNO) 가입자에게 불법 보조금을 집중적으로 실어, 자사의 5G 고객 유치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 알뜰폰 가입자가 KT 5G 요금제로 이동하면 불법보조금을 최대 20만원가량 더 실어주는 식이다.

기존 불법보조금이 경쟁사의 고객을 뺏어오는데 집중됐다면, 이제는 저가 요금제 수요가 많아 별도 시장으로 구분됐던 ‘알뜰폰’고객까지 불법보조금의 타깃이 되고 있다.

오프라인 보다 단속이 어려운 온라인 유통 채널을 통해 불법 보조금이 집중되고 있는 점도 특징이다. ‘갤럭시S10 5G’ 등을 ‘공짜폰’으로 판매하는 등 최근 불법 보조금 살포의 온상이 된 것도 온라인 유통 채널이다.

방통위 관계자는 “불법보조금이 온라인 유통채널에서 특수마케팅 형태로 집중 살포됐다는 정황을 파악해 살펴보고 있다”며 “추가 조치가 필요한지 다각도로 살필 것”이라고 말했다.

5G 상용화로 고객유치 출혈경쟁이 극심했던 지난해에는 통신사가 경쟁사의 불법보조금 행태를 신고하는 사례까지 발생했다.

지난해 7월 LG유플러스는 SK텔레콤과 KT를 방통위에 신고했다. 5G 서비스를 시작한 후 막대한 불법 보조금을 살포해 지원금 경쟁을 유발했다는 이유에서다. 불법보조금을 이유로 통신사가 경쟁사를 신고한 것은 2014년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이 시행된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그동안 방통위는 불법보조금 규제에 엄격한 잣대를 들이댔다.

지난 2014년에는 불법보조금 경쟁을 벌인 이통3사에 45일간의 영업정지와 총584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2012년과 2018년에도 각각 총119억원, 총 506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하며 엄정 대응 했다.

▶ “말까?”…유통점 직격탄, 5G 활성화도 고심= 올해는 상황이 특수하다.

코로나19로 고객 발길이 뚝 끊기면서 중소 단말 유통점이 직격탄을 맞자, 방통위도 시장 활성화를 고민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한상혁 방통위원장이 최근 유통점을 방문해 폰파라치의 포상금을 한시적으로 기존 300만원에서 100만원으로 줄이겠다고 밝혔다. 시장 활성화 대책의 일환이다. 신고자에게 제공되는 포상금은 대리점과 이통사가 각각 5대5로 부담한다. 포상금을 줄여 중소 대리점의 부담을 다소 줄이겠다는 취지다.

5세대(5G) 통신 활성화에 힘을 실어야 하는 정부로서의 고민도 크다.

이통3사는 연내 5G 가입자 1000만명 이상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내건 상태다. 상황은 녹록치 않다. 당장 5G 가입자 증가세가 주춤해진데다, 5G의 승부처 꼽혔던 신제품 ‘갤럭시S20’도 기대 이하의 판매량으로 시장 활력을 불어넣는데 역부족인 상태다.

올 1월말 기준 5G 가입자 수는 495만8439명으로 당초 지난해 말 목표였던 500만명 달성도 물건너간 상황이다.

▶ “설마 영업정지?”… 불법 보조금 제재 수위 촉각= 시장 활성화가 시급해진 이통사들은 지난해 불법보조금 대란으로 인한 방통위의 제재 수위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방통위는 지난해 5G 상용화로 극심했던 이통3사의 불법 보조금 살포에 대해 사실조사, 현장조사를 거쳐 다음달 제재 수위를 결정할 예정이다.

이통업계 관계자는 “영업정지 등의 제재가 나올 경우 그렇지 않아도 침체된 5G 시장이 사실상 올스톱 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방통위측은 “불법보조금을 엄중하게 감시해야하는 정부의 입장은 다르지 않다”며 원칙적인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방통위 관계자는 “코로나19 여파로 소비심리가 위축된 것도 충분히 고려할만한 사항”이라며 “여러가지 상황을 고려해 통신3사에 대한 징계 수위를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도 “과거에도 경기 상황에 따라 징계 수위를 낮추자는 의견을 낸 위원이 있었다”며 “전례가 있으니 이번에도 징계 수위가 조절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한편 제재 수위는 다음달 방통위원장과 4명의 상임위원이 참석하는 전원회의에서 최종 결정된다.

박세정·김민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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