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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경 빗장·의료물품 무기화…코로나19, ‘세계화의 종언’ 고하나
팬데믹, 세계화에 스트레스 테스트
부 극대화 위한 공급망 미작동 목격
국가간 연결성, 바이러스 급속전파
중국 부상 시도 속 지정학도 변화

마스크를 낀 사람들이 17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의 한 벽화 앞을 지나가고 있다. 코로나 19 확산 최소화를 위해 미국 주요 도시에 내려진 대피(sheltet-in-place) 명령이 일부 논란을 빚고 있는 가운데 샌프란시스코는 자택 대피 명령을 발동했다. 유럽연합(EU)은 이날 외국인의 EU입국을 금지키로 하는 등 국경을 자유롭게 넘나들며 시장을 번영시키자는 세계화 전략이 위기에 봉착했다. [로이터]

[헤럴드경제=홍성원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 각 국이 지지해 온 세계화(Globalization)에 스트레스 테스트를 가하고 있다. 바이러스 급속 전파 우려 탓에 상호 의존성·연결성을 핵심으로 하는 세계화의 근간이 흔들린다는 것이다. 특히 마스크·백신 등 의료품을 무기화해 국제사회에서 위상을 높이려는 시도도 나타나 우려를 자아낸다.

17일(현지시간) AP 등에 따르면 유럽연합(EU) 27개 회원국이 외국인의 EU입국을 막기로 합의한 것을 비롯해 미국·아시아·중남미 등 전 지구적으로 국경에 빗장을 걸고 있다.

전문가들은 세계화의 취약성이 드러나고 있다고 평가한다. 최적의 생산지를 찾아 분업화를 권장하고 촘촘하게 짜인 공급망으로 부를 극대화하는 걸 목표로 하는 세계화가 위기에 봉착했다는 것이다. 공급망에 속한 특정 국가의 생산이 중단되면 부품 조달이 불가해 완제품이 나올 수 없는 사태로 이어진다. 주요 시장조사 기관에 따르면 노트북의 세계 생산량은 지난 2월 50%가량 급감했다. 스마트폰 생산도 2분기 12% 감소할 걸로 전망된다.

이런 ‘생산 병목현상’은 의료품에서도 나타난다. 중국은 세계 마스크 생산량의 절반을 담당하는데, 코로나19가 발병하자 이를 전량 사들였다. 해외에서 마스크와 호흡기를 대량 수입하기도 했다. 이로 인해 다른 국가들이 코로나19 대응에 허둥대야 했다. 미국은 2009년 이후 마스크 비축량을 다시 채워놓지 않아 큰 혼란을 겪고 있다. 러시아, 터키, 독일도 마스크 호흡기 등의 수출 제한에 있어선 비슷한 행보를 보였다. EU 회원국은 특히 ‘단일 시장’이라며 자유 무역을 자랑해왔는데, 존재 이유를 스스로 부정한 셈이다.

국제정치 전문가들은 중국의 행보에 주목한다. 코로나19를 활용해 입지를 굳히려는 움직임을 포착해서다. 이달 초 이탈리아가 EU회원국에 긴급 의료장비 지원을 요청했을 때 거부당했는데, 중국이 호흡기·마스크 등을 이탈리아에 판매한 게 대표 사례로 꼽힌다. 중국 전문가인 줄리안 B. 게위르츠는 “중국은 영향력 확대를 위해 코로나19와의 국제전에서 리더임을 보여주려고 한다”고 지적했다.

각 분야에서 중국의 부상을 견제하고 있는 미국은 코로나19 사태 국면에서 보건 제품을 전 세계에 공급하기는커녕 자국 내 수요도 감당하지 못해 체면을 구기고 있다. 이런 처지에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알리바바 창업자 마윈(馬雲)이 얼마 전 검사키트 50만개와 마스크 100만개를 미국에 기부하겠다고 밝힌 점은 상처난 자존심에 모욕까지 더한 거라는 시각이 있다.

헨리 파렐 조지타운대 교수(국제정치)는 외교잡지 포린어페어스 기고에서 “정책 입안자들은 세계경제가 생각했던 대로 굴러가지 않았다는 사실에 맞닥뜨리게 될 것”이라며 “세계화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취약성을 드러냈고, 미국은 리더로서의 역할을 중국에 일부 양보하는 등 세계화의 지정학이 변화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hongi@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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