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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리더스칼럼-정기현 페이스북 코리아 대표] 은둔이 불지핀 디지털연대

은둔의 시대다. 속세를 떠나 사는 ‘자연인’에 국한된 게 아니다. 코로나19가 거리에서 사람들을 몰아낸 여파다. 많은 직장인이 칩거에 들어갔다. 도심 속 은둔생활이 일상이 된 셈이다.

은둔은 곧 단절을 의미한다. 세상과 연이 끊긴 채 혼자만의 세계에 고립된다. 소통이나 연결과는 거리가 멀다. 하지만 기술의 발전은 이같은 통념도 뒤집고 있다.

실제 모든 사회 경제적 활동을 집에서 ‘은둔’하며 처리할 수 있도록 돕는 기술이 각광을 받고 있다. 은둔생활의 기술, 일명 ‘허미트 테크 (hermit tech)’다. 집 밖으로 한 발짝도 안 나가도 모든 생활과 업무가 해결된다. 하지만 고립된 환경에서도 디지털 소통과 연결을 강조한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심리적 거리두기까지 의미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재택근무 확산이 낳은 화상 회의시스템 보급은 단절감을 극복하기 위한 대면 소통 노력이다. 클라우드 기반의 실시간 협업도구 역시 흩어져 각자 고립된 동료들을 한데 연결하는 핵심 역할을 하고 있다.

은둔생활이 길어질수록 이처럼 소통과 연결, 더 나아가 연대의 욕구는 더 커져간다. 단절된 환경이라도 인간과 인간 사이의 연결이라는 기본 본능을 꺾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연대의 욕구가 디지털 기술을 만나면 위기 때마다 더욱 빛을 발휘한다.

최근 코로나19 확산 속 페이스북에 등장한 ‘ICT 특공대’라는 공개그룹이 대표적이다. 260여 명이 넘는 산학연 연구자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만들었다. 전문성을 무기로 국민적 불안감 해소에 기여하자는 취지다. 실시간으로 코로나 확산에 대한 정보와 과학적인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있다.

잘못된 정보가 낳을 인포데믹(infodemic)도 정부의 노력에 수많은 사람이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온라인 상에 떠도는 뉴스의 진위 여부를 파악하고 공인된 정보를 서로 공유하는 노력이다. 최근 소셜미디어에서 찾아볼 수 있는 풍경이다. 함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집단지성의 힘을 발휘하는 모습이 커뮤니티의 힘을 과시하고 있다.

소통과 연대의 공간에는 기업도 주목을 한다. 소셜미디어를 통한 응원의 물결에 기업들의 참여가 눈길을 끈다. 최근 한 제약회사는 소셜미디어에서 의료진을 응원하는 댓글을 달도록 독려하고 있다. 추첨을 통해 선발된 네티즌 명의로 사회취약계층에 감기약을 기부하는 캠페인을 선보였다. 이러한 활동은 사회의 긍정적인 변화를 위해 소비자의 참여를 근간에 두고 여러 흥미로운 방식으로 진화해가고 있다. 최근 기업 사회공헌(CSR) 활동의 중요한 화두가 되고 있다.

개인과 기업 구분없이, 은둔의 시대에 단절 대신 디지털 커뮤니티 정신이 불타오르고 있다. 이코노미스트 디지털 편집장 출신 톰 스탠디지가 사회적 소통의 역사를 다룬 저서 ‘소셜미디어 2000년(국내 출판명)’에서 설명하듯, 디지털 기술이 자기표현과 정보공유, 무엇보다 타인과 연결에 대한 보편적인 인간의 욕구를 충족해 주고 있는 것이라 짐작해 본다.

위험한 고비를 넘기기 위해 사회적 거리가 강조되는 상황이다. 역설적이지만 물리적 제약을 넘어 컴퓨터와 휴대폰 스크린을 통해 우리는 서로를 좀 더 가깝게 느끼고 있다. 은둔생활 속에서도 디지털 세상에서는 긴밀하게 협업하며, 위기 극복과 서로를 위한 격려가 활발하다. 이 위기를 극복하고 오랜 은둔생활이 끝나는 날, 디지털로 맺어진 연대감이 더욱 무르익고 기업은 소비자와 한층 더 가까워진 모습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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