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모자’라는 장막 속...편안·공포의 공존
리안머핀 서울, 에르빈 부름 개인전
에르빈 부름의 ‘비니’. 커다란 비니(방한용 모자)안에 들어가면 생각치 못했던 상반된 감정들과 마주하게 될지도 모른다. [리만머핀 서울 제공]

오스트리아의 현대미술가 에르빈 부름(Erwin Wurm·66)의 작품은 어느 곳에 있든지 그 존재감이 두드러진다. 수 백 수 천의 작품이 모인 아트페어에서도, 한 국가의 내로라하는 작가들이 모인 비엔날레에서도 관객들은 유독 에르빈 부름의 작품 앞에 줄을 선다. ‘인증샷’용 외형으로 관객들을 무장해제 시킨 작가는 자신의 작품 앞에서, 혹은 자신의 작품이 된 관객들에게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를 생각해보자고 위트있게 제안한다. 그의 작품에 더 빠져들 수 밖에 없는 이유다.

에르빈 부름의 개인전 ‘안녕 서울!’이 서울 종로구 율곡로 리만머핀 서울에서 열린다. 지난 2018년 현대카드 스토리지에서 개인전을 개최한 이후 약 2년만이다. 당시만큼 많은 수의 작품이 오지는 못했지만 신작으로 알차게 꾸렸다. 특히 2019년 아트바젤 홍콩에서 큰 인기를 끌었던 ‘비니’의 다른 버전이 도착했다. 겨울에 보온을 위해 손쉽게 착용하는 비니가 성인의 상반신을 훌쩍 가릴 정도로 커졌다. 비정상적으로 커진 비니 안에 들어가면 안도감과 고립감, 편안함과 공포감과 같은 상반된 느낌들이 몰려온다. 어떠한 감정이든지 비니 속에선 그 존재감이 그대로 느껴진다.

작가의 트레이드마크로 불리는 ‘1분 조각’은 ‘영원한 1분(손/과일)’으로 선보인다. 주변에서 흔히 구할 수 있는 아이템들을 놓고 작가가 써 놓은 매뉴얼에 따라 특정 포즈를 취하는 ‘1분 조각’은 관객 참여로 완성되는 가변적 조각이다.

예를 들면 커플인 두 사람이 둘 사이에 어떤 물건을 끼워놓고 서서 ‘사랑을 구성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1분간 고민하는 식이다. 23년전 탄생한 이 시리즈는 이후 100여개가 넘는 버전이 탄생했다. 사랑, 일, 여가, 이민, 어리석음 등 현대 유럽사회에서 중요하게 대두되는 이슈들이다. 이번엔 과일을 끼운 손을 콘크리트로 주조했다. 순간 완성되는 조각이 영원성을 획득하는 아이러니한 발상이 돋보인다.

‘지그문트 프로이드 생가’시리즈의 뚱뚱한 집이나 홀쭉한 집, 자신의 발과 딸의 발을 캐스팅 한 후 돌을 얹은 ‘돌’시리즈도 전시장에서 만날 수 있다. 사실적이지만 또한 추상적인, 우리시대의 문제를 담은 에르빈 부름의 신작 전시는 오는 4월 11일까지 이어진다. 이한빛 기자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