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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주해군기지 침범한 민간인 2시간 활보…극에 달한 軍기강해이
11일 경남 창원시 해군사관학교 연병장에서 해군사관생도 졸업 및 임관식이 열리고 있다.[사진=해군]

[헤럴드경제=김수한 기자]지난 7일 민간인 2명이 제주 해군기지의 철조망을 절단하고 무단 침입한 사건에서 외부 침입자 등 물체의 움직임을 감지하는 능동형 감시체계의 핵심 기능이 고장나 경보음이 울리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애초 펜스를 절단하는 침입자에 대한 경보 기능은 없었고, 가용한 경보 기능은 침입자가 펜스를 넘는 경우에만 작동하는 것이었다. 예고된 군 기강 해이 참사였던 셈이다.

'5분대기조'는 침입 후 2시간 만에 늑장 출동하고, 보고체계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등 해군의 감시·보고체계 및 상황 조치에 총체적인 허점이 드러났다.

특히 민간인 A씨 등은 무단 진입하기 직전 기지 정문 행정안내실에서 2차례 출입 요구를 거부당하자 "부대에 피해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당시 근무자들은 이를 보고하지 않았다.

만약 근무자들이 이를 귀담아듣고 지휘부에 보고해 대비태세를 갖췄다면 이런 사태를 예방할 수 있지 않았겠느냐는 지적이 나온다.

합동참모본부는 지난 7일 발생한 제주 해군기지 민간인 무단 침입 사건과 관련해 8일부터 11일까지 제주기지와 상급부대인 3함대사령부에 대한 합동검열 결과를 15일 발표했다.

합참과 해군작전사령부 검열관 13명으로 구성된 합동검열단은 제주기지의 경계태세와 상황 보고 및 조치에 중대한 문제점이 있었음을 확인했다.

군은 책임자인 제주기지 전대장(대령)의 보직해임과 함께 지휘 책임이 있는 3함대사령관(소장) 등 관련자를 법과 원칙에 따라 문책 등 엄중 조치하기로 했다.

합참에 따르면 민간인 4명이 이달 7일 오후 2시13분 제주기지 외곽에 설치된 직경 4㎜ 미관형 철조망(펜스)을 절단, 2명은 기지로 들어갔고 나머지는 장비를 들고 현장을 이탈했다. 이 과정에서 물체의 움직임을 감지하는 CCTV(폐쇄회로)로 구성된 능동형 감시체계의 핵심기능이 성능 저하로 경보음이 울리지 않았다.

문제의 CCTV는 지난해 12월 성능이 떨어져 신형 장비로 교체했으나, 기존 시스템과 호환되지 않아 단순 촬영·녹화기능 외에 핵심기능인 경보음 체계는 작동하지 않았다. 군과 민간 설치 업체가 수개월간 이 체계를 수리하는 작업을 했지만, 지금까지 고치지 못했고 결국 무단 침입을 막지 못했다.

또한 이 장비의 기능이 정상 가동됐다 하더라도 담을 넘어가는 물체만 탐지할 수 있을 뿐, 펜스를 뚫고 침입하는 경우 무방비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무단 침입 1시간이 지나 인접 초소 근무자가 근무 교대 후 복귀하는 과정에서 철조망이 가로 52㎝, 세로 88㎝ 사각형 모양으로 절단된 것을 확인하고 당직사관에게 처음 보고했다.

오후 3시 23분부터 50분까지 당직사관이 현장을 확인하고 무단 침입 민간인을 만나 이동을 제지했다.

이어 오후 3시 52분 기지 5분대기조에 출동을 지시했고, 철조망 절단 후 2시간 만인 오후 4시3분 5분대기조가 현장에 도착해 민간인 신병을 확보했다. 상황 발생 때 5분 이내에 5분대기조가 현장에 도착해야 하는 데도 상황실 근무자가 상황 조치를 누락해 늑장 출동했다.

이어 오후 4시 7분부터 16분 사이 해군 3함대는 해군작전사령부와 합참에 관련 사실을 보고했다. 철조망을 절단하고 무단 침입한 지 2시간이 흐른 뒤에야 상부에 알린 셈이다.

작년 7월 2함대 거동수상자 및 허위자수 사건과 북한 목선 삼척항 진입 사건 때 질타를 당했던 군의 보고체계가 여전히 엉망이어서 '군 기강 해이가 극에 달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검열단이 기지 내 CCTV를 확인한 결과, 무단 침입자는 오후 2시 16분부터 오후 3시 50분까지 1시간 34분간 아무런 제지 없이 기지 안을 활보했다.

합참은 "인접한 경계초소(약 50m 이격)에서는 감시 사각지역이 발생하여 무단 침입자가 경계 펜스를 절단하고 침입하는 행동을 발견하지 못했다"며 "경계용 CCTV에는 포착됐으나, CCTV 감시병 역시 이를 발견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중사 진급예정자가 책임을 맡고, 감시병 2명이 교대로 근무하는 상황실에는 감시카메라 모니터 70여개가 설치되어 있었다. 감시병 2명이 70여개 모니터를 감시하는 근무체계도 현실적으로 적합하지 않았다고 합참 관계자는 설명했다.

합참은 "기지 경계작전 체계 면에서 미관형 펜스의 취약점이 노출되었고, CCTV 감시체계와 상황보고 및 초동조치체계 등의 문제점과 함께 평소 지휘관의 기지 경계에 대한 지휘조치가 소홀했던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번 검열 결과에 따라 적시적인 지휘조치 및 감독 소홀 등 책임 있는 관련자에 대해 법과 원칙에 의거 엄정한 조치를 할 것"이라며 "제주기지에 대한 경계작전 시스템 전반에 대해 보완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2016년 2월 완공된 제주 해군기지는 4년여 만인 올해 1월 15일에 군사보호구역으로 설정됐으나, 기지 인근 해상은 아직도 미설정됐다.

합참 관계자는 "제주기지 완공 이전부터 제주도청에 육·해상에 군사시설보호구역 설정을 제기했으나, 제주도청은 제주도민 정서에 부합하지 않고, 크루즈(유람선) 산업 위축 및 항만통제 수단으로 악용될 우려가 있다고 난색을 표명했다"고 해명했다.

soo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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