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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기에서 빛난 리더십, 메르켈은 트럼프와 달랐다
‘낙관’ 대신 ‘최악의 시나리오’ 제시
위기 축소하는 대신에 대응 위한 연대 주문
“사실을 이야기함으로써 오히려 국민들 안심”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EPA]

[헤럴드경제=손미정 기자]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국민들에게 ‘코로나19 사태’의 심각성을 나열하며, 최악의 경우 인구의 60~70%가 감염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백신도, 치료제도 없는 현실도 언급했다. 이날 메르켈 총리의 발언은 ‘공중보건 위기’ 관리 능력을 강조하기에 바빴던 일부 국가 리더들의 대응과는 180도 달랐다.

메르켈 총리는 11일(현지시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관련 기자회견에서 “독일 인구의 3분의 2가 바이러스에 감염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하고 있다”면서 “우리의 연대와 이성이 시험대에 올려져있다. 우리는 이 시험을 통과할 것이라고 희망한다”고 말했다.

‘낙관론’이라곤 찾아보기 힘든데다 침울함마저 느껴졌던 그의 연설은 아이러니하게도 14년 간 유럽 최대 경제 강국을 이끌어 온 리더의 ‘품격’이 돋보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근거없는 희망이 아니라 현실을 직시하고, 국민과 정부가 힘을 모아 현실적인 대응에 나설 수 있도록 길을 제시해줬다는 분석이다.

메르켈 총리의 발언은 그간 ‘전염병 통제’를 자신해 온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들과 극명한 대조를 보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국 내 확진자가 50명 수준으로 증가했을 당시까지만해도 “미국은 코로나19를 아주 잘 통제하고 있고, 주식시장도 아주 좋다”고 말했다.

하지만 안일하고 미숙한 대응은 미국이 본격적으로 코로나19 영향권에 들면서 거센 비난을 받고 있다. 11일 현재 미국 내 확진자는 1000명을 넘어섰고, 뉴욕 증시마저 11년 만에 하락장으로 돌아섰다. 코로나19 사태를 놓고 낙관 일색이던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전염 확산이 거세지고 있는 유럽발(發) 입국 금지 조치를 발표했다.

전문가들은 메르켈 총리가 이날 보여준 이해도와 진정성에 대해 높이 평가했다. 뉴욕타임스(NYT) 보도에 따르면 메르켈 총리는 지난 1월 바이에른에서 첫 확진자가 나타난 이후 보건 장관, 전문가들과 함께 정기적으로 코로나19 대응책을 협의해왔다. 메르켈 총리는 그 스스로도 정치인이 되기 전 물리학을 공부하고, 약 12여년 간 베를린 과학 아카데미 물리화학 연구소에서 양자화학분야의 연구원으로 일한 물리학자이기도 하다.

베를린 헤르티행정대학 정치커뮤니케이션 교수인 안드레아 룀멜은 “(기자회견은) 위기에 빛나는 메르켈의 리더십을 보여줬다”면서 “그는 사실을 이야기함으로써 사람들을 안심시켰다”고 말했다.

메르켈 총리의 리더십은 지난 2008년 전세계를 덮친 금융위기 당시에도 빛을 발했다. 당시 메르켈 총리는 위기를 직시하면서도, “우리는 국민들의 저축이 안전하다고 말할 수 있다”며 국민들의 불안을 잠재웠다. 룀멜 교수는 “메르켈은 위기를 축소하지 않으면서도 사람들을 안심시켰고, 결국 공황상태를 면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관련 회견에서도 메르켈 총리는 아직 코로나19 사태에 대한 명확한 해결책이 없다는 사실을 감추지 않았다. 그는 “(백신과 치료제를 포함해) 아직 모든 분야에서 해결책을 제시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메르켈 총리가 이 자리에서 억급한 60~70%의 감염률은 현재로서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상정한 것임을 강조했다.

NYT는 “코로나19를 대처하는 메르켈 총리의 모습은 지난 14년 동안 유럽 정치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해왔던 ‘여성의 모습’을 상기시켰다”고 평했다.

balm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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