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남산산책] 까뮈도 놀랄 ‘드라이브스루’

국난이 닥치면, 국민이든 정부든 적응과 개선을 도모한다. ‘코로나19’를 예로 든다면, 적응은 새로운 환경과 수칙을 따라 생활을 재편하는 것이고, 개선은 국난을 어떻게든 이겨내보려는 대안의 모색이다.

절대자의 힘에 의존하던 시절 외적의 침입에 팔만대장경을 만들었고, 일제 때 군사적으로는 의병활동을, 경제적으로는 국채보상운동을 벌였으며, IMF구제금융기엔 아나바다운동, 금모으기운동을 펼쳤다.

한국전쟁 때 군인들이 낙동강전선을 지키는 동안 부산에 모인 피란민은 우막이나 묘지터에 거처를 마련해 수산물 채취, 가공, 유통, 운반, 팔도먹거리문화 공유 등 피란경제를 만들어 생존과 재기의 발판을 마련했다.

전쟁이 끝난 직후 혼례는 해야겠는데 예복이 없어 고민하던 민초들이 간소화한 예복, 혼례용 단령을 만들었다는 스토리가 최근 회자됐다. 겉감만 비단으로 하고, 안감으로는 ‘비스코스 레이온’이라는 인조 옷감을 넣었는데, 혼례를 치른뒤 지긋지긋했던 가난의 기억을 떠올리기 싫어 많이들 버렸지만, 최근 독일에 남아있던 단령 몇 점이 문화재가 되어 고국에 돌아왔다. 고난을 어떻게 적응하며 이겨내왔는지 보여주는 소소한 상징물이었다.

국방과 국제정치, 문화 등 면에서 나라의 기틀이 탄탄해지고, 1인당 GDP에서 일본을 제칠 정도로 잘사는 나라가 되면서 더는 남에게 당하는 국난은 없으리라 여겼던 우리나라가 요즘 ‘코로나19’라는 감염증 때문에 어렵다.

그런데도 우리 국민과 의료봉사대, 정부, 지자체가 합심해서 고난을 이겨내려는 모습을 보면 안심이 된다. 우리가 늘 그 어떤 나라보다 국난을 빠르게 극복하고 더 큰 도약을 했듯이 이번에도 잘해내고 있기 때문이다.

노벨문학상을 받았던 알베르 카뮈(Albert Camus)는 소설 ‘페스트’를 통해 피폐해진 도시, 그 속에서 결성된 의료봉사대의 활약을 조명했다. 의사 리외, 시청 보조직원 그랑, 전직 정치운동가 타루 등이 페스트와의 전쟁 승리를 목표로 의료봉사대를 결성했고, 이는 인간승리의 상징으로 묘사된다.

2020년 한국에서는 열정적인 의료봉사대는 물론 위기극복을 향한 한국인들의 의지가 만들어낸 첨단 진단시스템 ‘드라이브 스루’, ‘코로나19 맞춤형 진단키트’가 맹활약하며 코로나19의 기세를 점차 누그러뜨리고 있다.

'드라이브 스루' 선별진료소는 의심스런 징후를 느끼는 사람들이 병원 방문 없이 차내에서 바이러스 검사를 받을 수 있는 곳을 말한다. 환자들이 모여서 대기할 필요도 없고 의료진과의 접촉도 최소화돼 감염 위험이 적다는 장점이 있다.

미국, 일본의 10배 안팎의 검사가 가능했고, 확진자를 빨리 찾아냈으면, 신속한 검사로 사망률을 줄여 현재 세계각국이 한국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아울러 맞춤형 진단키트로 정확성을 높이더니, 11일에는 국내에서 항체탐지 단백질을 개발했다는 소식도 들려왔다. 드라이브 스루와 진단키트는 앞으로 우리의 소중한 문화재로 담을 것이다.

까뮈의 소설 ‘페스트’에는 책임감 없는 민초들의 큰 혼란을 치른 뒤 반성하는 코멘트가 있다. “나는 늘 이 도시와는 남이고 여러분과는 아무 상관도 없다고 생각해 왔어요. 그러나 이제는 나도 이곳 사람이라는 것을 알겠어요. 이 사건은 우리 모두와 관련되어 있으니까요.” 도시를 탈출하려했던 기자 랑베르의 회환이다.

수많은 희생을 치른 뒤에야, ▷시민 개개인들이 ‘내 일’ 처럼 여기고 각자의 위치에서 대응을 위한 실천활동을 벌였어야 했다는 점 ▷구성원의 연대·화합만이 재난을 극복할 수 있다는 점 ▷혹세무민과 가짜뉴스는 위기 극복을 더디게 했다는 점을 깨달았다고 까뮈는 전한다.

2020년 한국 상황은 까뮈가 놀랄만 하다. 코로나19 창궐 소식에 대구로 달려간 수백명의 의료인의 투혼, 손님의 발길이 뚝 끊기면서 장사를 못한 음식점의 식재료를 모두 소진시켜준 국민의 온정이 빛났다.

아울러 이단 종교집단의 방해 속에서도 정부와 의사들이 합심해 우리만의 ‘드라이브 스루’, 진단키트로 세계 최고의 방역과 치료를 한 일은 국채보상 운동, 금모으기 운동, 서해안 기름제거 국민캠페인처럼 잊지 못할 국난 극복의 자취로 역사에 남을 것이다.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