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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新이집트 탐방기⑮끝] 미사포야, 히잡이야? 문명은 하나였다 [함영훈의 멋·맛·쉼]

[헤럴드경제=함영훈 여행선임기자] 이집트 나일강 주변 1차 탐방의 마지막편을 쓰기 전에 먼저 전할 것이 있습니다. 2020년 3월 10일 오후 현재, 이집트 정부는 ‘코로나19’와 관련해 한국을 여전히 배려하고 있습니다. ‘코로나19’와 관련해 한국 체류-경유 외국인에 대한 입국제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상태입니다.

하지만, 3월 9일 룩소르의 한 나일강 크루즈와 시내 호텔에서 각각 한국인 10여명이 몇시간 동안 코로나19 검사를 받은 뒤 탐방을 재개했고, 이를 계기로 카이로 주재 한국대사관은 “지금 이집트 여행오는 것은 자제해 달라”고 당부했습니다. 독자 여러분의 ‘버킷리스트’에 저장만 해두시고 여행은 나중에 적절한 시점을 택하시기 바랍니다. 필자도 한국의 안전구역에 머무른채, 청정,유쾌,보람찬 2차 탐방을 기다립니다. 시계를 40일전 전 카이로 취재 때로 돌려봅니다.

▶두 겹의 차창 뚫은 이집트의 한국인 환대= 카이로 나일강 복판의 게지라섬 남쪽에는 로다섬도 있는데, 로다섬 동쪽 강 건너편, 지하철 기르기스역(Mar Girgis) 바로 옆에는 아기예수가 태어나 헤롯왕의 위협을 피해 피난했던 성가족 피난교회와 ‘행잉처치’ 등 다양한 크리스트교 유산들이 밀집돼 있다.

이집트 크리스트교의 상징 성가족피난성당에는 이슬람교도로 보이는 방문객들이 매우 많다. 이슬람교도들도 예수와 성모에게 예를 갖췄다. 미사 보는 여인들이 머리에 감은 천이 미사포인지, 히잡인지 분간할수 없다. 콥트교 어린이는 이슬람교 교도인 자기 담임선생님의 손을 잡고 견학한다. 교회이든 모스크이든 같은 의복, 풍습을 가진 생활공동체였고, 서로 존중하는 모습은 신의 참뜻을 실천하기 위해 전통을 지킨 정교회만이 특징이다.
한국인 여행자들에게 친근한 미소를 보내는 기스리스지하철역 인근 마을 주민

게지라 강건너 이집트박물관에서 남쪽으로 5.6㎞가량 떨어져 있는데, 교통체증이 없으면 차로 10분이면 도착한다. 이집트 박물관에서 성가족피난교회로 가는 길, 우연히 한국인 탐방단을 태운 버스와 카이로 시내버스가 같은 속도로 1m미만 간격을 두고 10여초 가량 나란히 서행했는데, 창가의 두 나라 사람은 누가 먼저랄 것 없이 미소짓고, 수줍게 손인사를 건네다, 급기야 카이로 시내버스 창문까지 열리고 이산가족 못지 않은 인사를 나누었다. 사람을 기분 좋게 하는 카이로 사람들이다.

성가족 피난성당의 지하동굴

▶기르기스 지하철역 크리스트교 성지, 모스크도 공존= 기르기스역 일대엔 성 세르기오스와 성바코스 성당, 모세기념성당인 ‘벤 에즈라 시나고그’, 성조지 성당(=교회), 성 메나스 성당, 성 요르요스 성당, 그리스 정교회, 콥트박물관, 행잉처치(알무알라카 성당) 등 15개 안팎의 크리스트교 유적과 성당이 모여 있다. 이집트 최초의 이슬람 사원인 아므르이븐알아스 사원도 5분거리에 있고, 고개를 들면 모스크가 심심찮게 보인다.

이들 크리스트교 유적에 대해 한국식 개신교냐, 바티칸식 가톨릭이냐 물으면, 개신교와는 거리가 멀고, 가톨릭은 약간 가까울 수 있지만, 생활공동체로서의 전통이 접목된 신앙의 근거지라는 표현이 맞겠다.

한때나마, 콥트교도들이 수천년 찬란했던 전통문화유산을 이교도의 것으로 간주해 파괴했던 점에 비춰, 이집트의 6000년을 온전히 지탱하는 신앙이 아니고, 외부 이식에 의한 신앙임은 분명하다.

이집트 카이로 크리스트교 성가족피난교회에서 예를 올리는 이 여인들이 머리에 쓴 것은 이슬람교의 히잡인지, 가톨릭의 미사포인지, 지구촌 여성들의 스카프인지 알수가 없다.

한국의 크리스트교는 용어상 이미 편견과 이념이 들어있다. “너 기독교야?” “아니 가톨릭이야.”라든지 “자네 성당 다니나?”, “아니요 교회 다녀요.” 한국인들은 이게 동문서답인지도 잘 모르는 듯 하다.

▶한국 크리스트교 왜곡된 표현들= 크리스트교의 우리말 표현인 기독교는 한국에선 ‘개신교’로 통한다. ‘교회’는 사실상 개신교 용어가 되었다. 가톨릭은 교회라는 표현도 쓰지만, ‘성당’이라는 표현을 많이 쓴다. 다른 종교인 불교에 대해 개신교는 별로 탐탁치 않아 하는데, 가톨릭은 친하게 지내는 편이다.

이집트 정교, 즉 콥트교(콥틱)는 어떨까. ‘콥트’라는 말은 희랍어로 ‘이집트’를 의미하는 단어이다. 이를 아랍어로 표시하면서 ‘콥티’(qobti)가 된 것이다. 즉, 콥트는 곧 이집트이다.

콥트교 유적지로 가는 골목길엔 히잡인지 미사포인지 구분이 가지 않는 복색의 청소년, 아줌마, 아저씨, 어르신들의 모습이 뒤섞여 있다. 길가엔 오래된 우리의 다리미 속칭 ‘아이롱(iron)’ 등 옛 물건 파는 가게도 보이고, 성화-묵주 노점상, 무인 종교서적 판매대도 있다.

성가족이 카이로 동굴 은둔시절 이용하던 우물 표식

▶콥트 교사, 이슬람제자 손잡고 성당 순례= 아기예수가 석달간 피난했던 동굴 위에 지어진 성가족 피난교회(Abu Serga Church)에는 부모나 선생님의 손을 잡고 온 아이들, 암만 봐도 히잡 혹은 차도르가 분명한데, 성모와 아기예수에게 예를 드리는 아주머니들을 흔히 볼 수 있다. “종교가 다른 것 같은데, 왜들 저러지?, 저건 히잡이 아니고, 미사포인가?”라는 생각을 가져보지만, 도저히 구분하기 어려웠다.

배우 오마샤리프 만큼 잘 생긴 이집트 가이드 샤리프 씨에게 물어보니, 그는 “이슬람 선생님 밑에서 콥트교 제자들이 배우고, 이슬람 제자들은 콥트교 스승의 손을 잡고 성당을 탐방하며 예를 갖추는 것이 어릴적부터 몸에 뱄다”고 설명했다.

서기 1~3년, 아기예수 가족은 해롯 유다왕의 박해를 피해 베들레헴을 떠난 뒤, 다시 갈릴리의 나사렛 요셉의 집으로 돌아가기까지 3년11개월 동안 2000㎞에 걸친 피난 생활을 했다. 이집트 내에 카이로, 사마루트(지금의 미나 인근)를 거쳐, 중부지방 알 가나들라(지금의 아슈트)-동부사막 까지 30여곳을 방문한 것으로 전해지는데, 올드(Old) 카이로의 이 예수피난교회 지하 동굴에서 석달간 은둔했다.

성가족이 지하수를 퍼올려 먹던 우물은 투명유리를 덮어 보이도록 하고 영어와 아랍어로 표시를 해두었다.

성가족 피난성당에 걸린 성화 중 친근한 표정의 성가족.

▶이웃집 아줌마-아저씨 같은 마리아와 요셉= 교회에 걸린 성화들은 성모 마리아가 십자가에 못 막힌 채 매달려 있는 예수와 십자가를 통째로 든 채 측은해 하는 모습, 말에 예수를 안은 마리아 모자(母子)를 태운뒤 이집트 사막을 지나는 동안 요셉이 에스코트하는 모습 등을 그렸는데, 선남선녀를 모델로 하지 않고 편안한 이웃집 아주머니, 아저씨 같은 모습이라 정겹고 푸근하다. 최고의 미남 미녀 처럼 예수와 마리아를 표현한 동서양 개신교-가톨릭 성상과는 사뭇 다르다. 스페인 몬세라트 수도원의 브라운톤 얼굴색에 소박한 인상의 마리아를 좀 닮은 듯도 하다.

예수,마리아,요셉 일가족 등이 헤롯의 위협을 피해 다닌 이집트내 피난처 지도

예수 등 성가족 일행이 피난했던 동굴은 교회 앞쪽 좁은 입구를 통해 계단아래로 내려가서 진입한다. 어두컴컴한데 희미하게 불을 켜놓았다. 아마 성가족이 피신생활을 할 때엔 더욱 어두웠을 것이다. 한쪽 벽에 아기 예수를 눕혀놓았던 장소가 아담하게 마련돼 있다.

이 일대는 로마 옥타비아누스가 클레오파트라와 시저의 부장 안토니우스 연합군을 제압한 뒤, 이집트의 지배를 공고히 하기 위해 구축한 바빌론 성채가 있던 자리이다. 현재 지표면보다 약 6m 낮은 곳에 남아 있다.

바빌론 성채 위에 ‘행잉 처치(Hanging Church’(알-무알라카 성당)는 입구에 가는데에도 한참 올라가야 한다.

▶히잡, 미사포, 스카프..그냥 여인들이 쓰던 것일 뿐= 이 바빌론 성채 위에 '행잉 처치(Hanging Church'(알-무알라카 성당)가 지어졌다. 이 성당 입구로 들어가려면 아예 계단 여러 개를 올라야 한다. 성채 위에 지어졌으니 주춧돌과 기둥 등 개별 건축물의 필수 요소 몇 가지가 빠져 있고, 바닥에 낸 구멍으로 아래를 보면 훤히 뚫려 있어 ‘공중에 있는 성당’으로 불린 것이다. 아랍어 무알라카는 ‘매달리다’라는 뜻이다.

고대 파라오 시대부터 로마 시대까지 신전이 있었던 곳이라고 한다. 이 교회는 성모 마리아에게 봉헌되었다. 이곳의 성화에서도 마리아는 맘씨 좋은 이웃집 아줌마 같다.

한국의 재래식 다리미 ‘아이롱(iron)’를 닮은 다리미를 포함해 다양한 옛 물건을 파는 가게가 카이로 크리스트교 성지 진입로에 있다.

이집트 정교, 콥트교도 그렇거니와, 가까운 나라 에티오피아 정교회 역시 하느님의 뜻을 받드는 신앙을 근간으로 수천년 그 뜻을 이어 열심히 사는 생활공동체이다. 랄리밸라 지하성당에는 숱한 이슬람교도들이 경배한다.

동서고금 여인들은 뜨거운 태양을 피하기 위해 머리에 히잡이든 머플러, 스카프를 썼다. 남녀 연예인들이 외출 때 모자 등을 추가로 착용하듯, 남들이 아는체 하는 것이 부담스런 사람일수록, 혹은 좀더 조신해 보이려고 얼굴에 뭔가 하나라도 더 걸치는 모습은 어느날 공동체에 새로운 신앙이 생겼다고 해서, 신흥종교로 개종했다고 해서 갑자기 바뀌는 건 아니다. 미사포와 히잡, 차도르, 머플러, 스카프를 구분하지 않는 못하게 하는 이집트인들의 자연스런 모습이 참 보기에 좋았다.

카이로시내에서 한국인을 태운 관광버스가 나란히 달리자 시내버스 차창을 열고 환대하는 이집트 청소년들.

▶오늘날의 콥트교는 공존,평화,포용= 주지하다시피, 각국의 정교, 가톨릭, 개신교, 이슬람교는 한 뿌리였다.

여전히 지구촌 전쟁과 살육의 80%는 한 뿌리 종교 문명의 분열, 정치가의 탐욕 때문에 발생하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이집트 콥트교를 비롯한 몇몇 나라의 정교회 진솔하고 정통적인 모습은 ‘문명은 하나였기에 충돌할 필요가 없고, 충돌이 있다면 신앙 외적인 세속적 요소에 오염됐다’는 점을 일깨운다. 진정한 크리스트교 신앙의 계승자들인 것이다.

○‘新이집트 탐방기 글 싣는 순서’ ▶2월11일자 ①아이다 공주의 누비아가 없었다면… ②스핑크스 틀렸다, 수호신 호루스가 맞다 ③소년왕 투탕카멘 무덤방은 장난감房 ④에드푸의 반전매력, 에스나 물살 제어기술 ⑤나일강물 맛 보면, 나일로 꼭 온다 ▶2월18일자 ⑥제정일치 룩소르, 신전은 王와 神의 토크라운지 ⑦3500년전 모습 왕가의 계곡…멤논 울음 미스터리 ⑧권력 탐한 모정, 너무 나간 아들 ‘핫-투’ 갈등 ▶2월25일자 ⑨석공의 눈물 밴 미완성 오벨리스크 ⑩호텔이 된 왕궁, 시장이 된 옛호텔 ▶3월3일자 ⑪아스완-아부심벨, 곳간에서 문명 난다 ⑫필래와 콤옴보 문명 덧쓰기, 없애기 ▶3월10일자 ⑬찬란한 박물관, 개발중인 도시, 두 풍경 ⑭신비의 사막 탐험, 홍해 레저 반전매력 ⑮미사포야? 히잡이야? 문명은 하나였다. [1차 탐방기 종료, 2차 탐방 후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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